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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기의 공간사 - 쓰레기통부터 매립지까지 쓰레기가 거쳐 가는 모든 공간들

  • 김이홍
  • 사이트앤페이지
  • 2025년 11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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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ISBN-13 : 9791199425118
쪽수19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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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우리가 버리는 그 많은 쓰레기는 대체 어디로 흘러가고 있을까?

터부시되고 감춰져 왔던 폐기의 공간을 재조명하는 건축가의 새로운 시선.

그리고 건축가의 손끝에서 다시 태어나는 폐기의 공간들.

 

가까이에는 대문 옆 1㎡의 쓰레기통부터, 멀게는 163만 평에 이르는 대규모 쓰레기 매립지까지, 폐기와 관련된 공간은 우리 삶에서 도저히 뗄 수 없는 필수 인프라이다. 그러나 소각장, 매립지, 적환장, 재활용품 선별장 등 인프라에는 여전히 기피시설이라는 꼬리표가 붙곤 한다. 이 공간들은 도시 외곽으로 밀려나거나 보이지 않게 점차 지하화되는 추세다. 그래서일까. 쓰레기를 종량제 봉투에 넣어 집 밖으로 내다 버리는 순간, 그 이후의 과정은 우리 눈앞에서 자취를 감춘다.

 

쓰레기가 도시 밖으로, 지하로, 더 안 보이는 곳으로 숨어 버릴수록 도시의 삶은 소비폐기라는 행위만 남게 된다. 그저 보이지 않는 곳에 잘 내다 버리면그만인 것이다.” (139)

 

이 책 『폐기의 공간사』는 사람들의 관심사 바깥으로 밀려난 폐기 이후의 과정, 그리고 이 과정에서 쓰레기가 거쳐 가는 다양한 공간들을 조명한다. 저자는 이 공간들에 대한 관심이 생산과 소비, 그리고 폐기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 사실 폐기의 공간에 무관심했던 것은 건축가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도 그럴 것이 고유한 구조와 외관보다는 철저히 기능성에 집중한 건축물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덴마크의 코펜힐’, 오스트리아의 슈피텔라우 소각장등 이색적인 폐기시설의 사례에서처럼 건축적 관심과 아이디어가 더해진다면 공간의 의미와 가치가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 건축가인 저자는 바로 이 지점에 주목한다.

건축과 도시의 관계에 관심을 두고, 전시와 공공 프로젝트 등 다방면으로 활동 영역을 확장해 온 저자 김이홍은 폐기의 공간을 면밀히 들여다보는 이번 작업을 통해 지역과 환경에 기여하는 건축가의 역할을 고민한다.

이러한 고민의 시작점에는 그가 설계했던 폐페트병 리사이클링 공장 아이엠팩토리와 그의 클라이언트 수퍼빈이 있었다. 아이엠팩토리는 공장의 본래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면서도, 교육·전시·공연 등을 위한 문화예술공간으로도 활용되게끔 설계된 신개념 공장이다. U자형 매스 등 독창적인 디자인과 가치를 주목받아 2024iF Design Awards를 수상했는데, 이는 국내 폐기물 처리 공장이 세계적으로 디자인 가치를 인정받은 첫 사례이다. 저자는 아이엠팩토리의 설계 과정과 그 안에서의 고민들을 짚어 가며, 쓰레기의 역사와 오늘날 도시 속 폐기의 공간으로까지 관심을 확대해 갔다.

 

공간의 변천을 통해 살펴보는 도시 쓰레기사

1장은 쓰레기통, 더스트슈트 등 아주 작은 공간에서부터 하천과 하수도, 소각장, 매립지에 이르기까지 폐기의 공간을 스케일 순으로 살피며, 이들의 변화를 추적하고 흥미로운 비화들도 함께 소개한다. 우리가 익숙하게 마주치는 폐기의 공간들은 끊임없이 변화해 왔다. 예컨대, 우리 일상에 필수적인 쓰레기통은 근대 이후에야 본격적으로 도입되었으며, 거리마다 설치된 쓰레기통의 모양과 용량은 도시의 수거 시스템과 가로 계획에 맞춰 변모했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리버뷰라 부르며 환호하는 강과 하천은 불과 몇십 년 전만 하더라도 도시의 온갖 쓰레기와 하수가 버려지던 공간이었다. 그뿐인가. 한때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되던 소각장과 매립지는 소각열과 매립가스를 통해 도시에 난방열을 제공하는 중요한 인프라로 자리 잡았다. 이처럼 폐기 공간의 변천은 곧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의 형태와 시스템을 바꾸어 놓고 있다.

 

폐기와 관련한 진실을 선명히 보여 주는 인포그래픽

2장은 우리가 버리는 쓰레기의 종류와 양, 이동 경로 등을 인포그래픽으로 제시하며 이 책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선명하게 드러낸다. 한 사람이 하루에 버리는 생활폐기물의 양은 얼마나 될까? 폐기물의 유형별 비율은 왜 시도별로 다르게 나타날까? 지역별로 소각장과 매립지 분포도에 차이가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저자는 우리가 간과하기 쉬운 폐기의 진실들을 데이터를 통해 여실히 보여 준다.

 

기피되던 폐기의 공간을 도시의 랜드마크로 뒤바꾼 국내외 사례들

3장은 위생, 미관상의 이유로 기피되어 온 폐기의 공간을 색다른 방식으로 조성하거나 재생한 국내외 사례들을 소개한다. 소각장 외관에 등산로와 스키 슬로프를 설치한 코펜힐(덴마크 코펜하겐), 놀이동산을 방불케 하는 외관의 슈피텔라우 소각장(오스트리아 빈), 소각장의 쓰레기 처리 과정을 지켜보며 식사할 수 있는 무사시노 클린센터(일본 무사시노), 세계 최대 규모의 매립지를 시민들에게 되돌려 준 프레시킬스 공원(미국 뉴욕) 등 이들 공간의 도입 배경과 건축적 특징들을 살펴본다. 우리와 동떨어진 해외 사례만 소개하는 것은 아니다. 아파트 30층 높이만큼 폐기물이 쌓여 있던 난지도 매립지를 생태공원으로 전환한 하늘공원과 노을공원, 부천 삼정동 소각장을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재탄생시킨 부천아트벙커B39 등 국내의 우수한 재생 사례도 함께 다룬다.

 

새로운 폐기 공간 아이엠팩토리의 설계 사례

4장은 저자가 직접 설계한 신개념 리사이클링 공장 아이엠팩토리의 설계 과정을 상세하게 리뷰한다. 길이가 짧은 부지의 제약 속에서 탄생한 U자형 매스는 일반적인 공장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시도다. 또한 자연광을 최대한 많이 들이기 위한 창 계획, 폐기를 앞둔 재개발 단지의 나무를 활용한 조경 등 어느 것 하나 평범하지 않다. 특히 이곳은 설계 초기부터 공장인 동시에 시민들에게 열린 교육공간이자 문화예술공간으로서 기능할 수 있도록 기획되었다. 이를 위해 클라이언트와 건축가가 기울인 고민들을 따라가며, 앞으로 폐기의 공간을 기획할 때 어떤 점들을 고려해야 할지 짚어 본다. 클라이언트와 건축가의 치열한 고민이 반영된 이곳은 현재 사전예약을 통해 누구나 방문할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곳으로 견학 온 시민들은 자원의 순환 과정을 눈앞에서 직접 확인하며, 손쉽게 소비하고 폐기하는 우리의 일상을 다시금 생각해 본다.

 

저자는 궁극적으로 자원순환시설을 도심과 주거지 속에 공존시키는 모델을 제안한다. 폐기의 공간을 도시 바깥으로 밀어내고, 우리의 일상 속에서 보이지 않게 만드는 일이 오늘날 쓰레기 문제를 악화시킨다고 보기 때문이다. 폐기의 공간을 기발하고 재치 있게 조성하여 우리 앞에 가시화시키는 일. 폐기의 문제를 둘러싸고 건축가들에게 새롭게 기대되는 역할이다.

 

쓰레기를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 바깥으로 밀어내기만 할 것이 아니라, 적극 들여올 때 우리는 덜 해로운 방식으로 제품을 만들어 내고 쓰레기를 처리할 방법들을 고민해 보게 될 것이다.” (185)

 

폐기를 생산으로 전환시키는 새로운 역동 안에서 공간과 건축이 해야 할 역할이 많다.” (187)

목차

[목 차]

프롤로그 _ 우리가 버리는 그 많은 쓰레기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

 

1. 쓰레기는 어떻게 도시를 바꾸었을까?

- 쓰레기통·쓰레기차

- 더스트슈트

- 쓰레기장·분리수거장

- 하천

- 하수도

- 적환장

- 재활용품 선별장

- 소각장

- 매립지

 

2. 도시의 쓰레기는 어디로 흘러갈까?

- 전국 폐기물 발생량

- 전국 1인당 생활폐기물 배출량

- 전국 재활용 폐기물 발생량

- 폐기물 종류별 처리 방법 비율

- 시도별 폐기물 비율

- 서울시 쓰레기 적환장, 재활용품 선별장 및 자원회수시설

- 전국 소각장 및 매립지 현황

- 서울시 폐기물 동선

- 재활용 폐기물 종류별 비율

- 폐기물 순환 과정

 

3. 버려진 것들의 공간, 랜드마크가 되다

- 오스트리아 빈 슈피텔라우 소각장

- 덴마크 코펜하겐 코펜힐

- 일본 무사시노 클린센터

- 일본 히로시마 나카 소각장

- 영국 리즈 재활용에너지 회수시설

- 프랑스 이시레물리노 이세안 소각장

- 미국 뉴욕 프레시킬스 공원

- 서울 하늘공원과 노을공원

- 부천아트벙커B39

- 대구수목원

 

4. 리사이클링을 위한 새로운 공간의 탄생기, 아이엠팩토리

- AI 자원회수 로봇이 바꿔 낸 폐기의 경로와 일상

- 공장 부지의 척박한 콘텍스트에서 수많은 힌트를 찾아내기까지

- 거스를 수 없는 제약이 만들어 낸 U자형 매스

- 세상과의 소통을 강조한 아이엠팩토리의 입면 이야기

- 팩토리를 살아 숨 쉬는 뮤지엄으로

 

에필로그 _ 폐기에서 생산으로, 시설에서 공간으로, 건물에서 지역으로


[본 문]

우리는 일상 속에서 폐기라는 행위를 별다른 고민 없이 반복한다. 버리는 일은 너무도 익숙하고 간편하다. 하지만 그 이후의 과정은 대부분 가려져 있다. 수거, 분류, 처리, 소각, 재활용… 이 모든 과정은 도시 어딘가에서 누군가의 수고로 돌아가고 있지만, 우리는 그 흐름을 잘 알지 못한다. 이 책은 그런 보이지 않는 흐름과 관련된 공간들을 조명해 보고자 하는 시도에서 시작되었다. > 7, 프롤로그

 

쓰레기의 역사는 인류의 탄생과 함께 시작되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인구 수가 적고 폐기물의 양이 많지 않을 땐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사람들이 도시를 이루어 더 많이 모여 살기 시작하면서부터, 쓰레기를 처리할 다양한 방법들이 필요해졌다. 한때는 길가와 하천에 아무렇게나 내다 버렸지만 근대의 위생관념이 도입되면서 정부 주도의 쓰레기 수거가 시작되었고, 분리수거 시스템이 도입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쓰레기는 도시의 시스템을 변화시키고, 도시의 공간 구조를 변화시켜 왔다. 마치 살아 있는 유기체처럼 말이다. > 13, 1장 쓰레기는 어떻게 도시를 바꾸었을까?

 

오늘날 우리가 가치 있는 자산으로 여기는 이 하천은, 역사적으로는 오랫동안 도시의 쓰레기장이었다. 근대적인 하수도 시스템이 정착되기 전까지, 강은 도시의 생활오수와 쓰레기를 떠맡는 가장 가까운 배출 경로였다. 고대부터 유명 도시들은 언덕 위에 위치했는데, 전시 방어와 감시에 유리한 점도 있었지만, 수자원을 쉽게 확보할 수 있고, 폐기물과 오수를 하천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아래로 흘려보낼 수 있다는 점에서도 유리했다는 분석이 존재한다. > 32, 1장 쓰레기는 어떻게 도시를 바꾸었을까?

 

적환장을 비롯한 쓰레기 처리시설들이 점차 지하화되며, 도시에서 생성되는 수많은 쓰레기가 마치 말끔히 숨겨진 것 같은 착시 효과를 일으키기도 한다. 이와 동시에 지하에서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역시 드러나지 않게 되었다. 쓰레기를 직접 다루는 환경미화원, 분류 노동자, 장비 운용자들의 일상은 좁고 밀폐된 공간 속에서 냄새와 열기, 분진과 탈취제를 견뎌 내며 이루어진다. 사람들은 적환장이 보이지 않아 도시가 쾌적해졌다고 생각하지만, 쓰레기 문제의 심각성과 이를 다루는 사람들도 동시에 숨겨진 것이다. 이 같은 변화를 쾌적해졌다고 말하기엔 어쩐지 마음 한편이 찜찜하다. 이것이 오늘날 도심형 적환장이 가지는 가장 근본적인 모순이다. ‘버리는 순간 끝이라고 믿고 싶겠지만, 사실은 쓰레기가 버려지는 순간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 47, 1장 쓰레기는 어떻게 도시를 바꾸었을까?

 

소각장을 중심으로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 한때 가장 감추고 싶어 했던 공간이, 이제는 도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엔진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도시들은 이 시설을 적극적으로 드러내기 시작했다. 코펜하겐의 코펜힐처럼, 소각장 위에 스키장과 하이킹 코스를 조성하고, 에너지 시스템을 도시 경험의 일부로 통합시키려는 시도는 폐기의 공간이 어떻게 재생될 수 있는지를 보여 주는 좋은 사례다. > 55, 1장 쓰레기는 어떻게 도시를 바꾸었을까?

 

현대식 소각장이 생겨나기 전까지 매립은 가장 손쉽게 쓰레기를 처리하는 방법 중 하나였다. 쓰임이 없는 넓은 공터에 쓰레기를 모아 쌓고, 그 위에 흙을 덮는 방법. 한반도 최초의 폐기 공간이 패총(조개더미)’인 것만 보아도, 매립의 역사가 얼마나 긴지 알 수 있다. 패총은 바다 자원(특히 조개류)의 소비에 의해 형성된 장소로, 현재의 매립지와 유사한 역할을 하던 곳이다. > 58, 1장 쓰레기는 어떻게 도시를 바꾸었을까?

 

쓰레기의 행로는 비밀스럽다. 모두가 잠든 사이 수거되어, 도시의 보이지 않는 공간에서 분류되고 매립, 소각, 가공된다. 그리고 이러한 공간들은 시간이 갈수록 더 눈에 띄지 않도록 도시 외곽으로, 지하로 숨겨지고 있다. 이러한 이동 경로와 풍경이 우리 눈에 잘 보이지 않아서일까? 버려지는 물건을 끊임없이 만들고 폐기하는 일에 점점 더 스스럼없어지는 듯하다. > 69, 2장 도시의 쓰레기는 어디로 흘러갈까?

 

소각장은 도시에 필요한 대표적인 시설임에도 불구하고 한 도시의 랜드마크가 되기 힘들다. 산업시설의 목표는 잘 보이지 않는 것이고, 특히 소각장은 조형적이라기보다는 기능적인 외관을 갖춘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에는 명실공히 랜드마크로 대접받는 소각장이 있다. ‘오스트리아의 가우디로 불리는 프리덴스라이히 훈데르트바서의 작품으로 당당히 인정받는 슈피텔라우 소각장이 그 주인공이다. > 95, 3장 버려진 것들의 공간, 랜드마크가 되다

 

쓰레기 벙커에 산처럼 쌓인 쓰레기를 한가득 집어 올리는 거대한 집게를 바라보며, 지역에서 난 재료로 만든 디저트 한 입과 칵테일 한 모금을 즐긴다. 상상만 해도 초현실적인, 영화에나 나올 법한 풍경이다. 하지만 이 영화 속 한 장면의 실제 주인공이 되어 볼 수 있는 소각장이 있다면 어떨까? 그곳은 바로 일본 도쿄의 서부, 무사시노시에 자리한 무사시노 클린센터이다. > 103, 3장 버려진 것들의 공간, 랜드마크가 되다

 

대규모 국립 공원인 프레시킬스 공원은 19세기 이후 뉴욕시에 건설된 공원 중 가장 큰 규모를 기록할 예정인데, 그 면적이 무려 센트럴파크의 3배에 달한다. 공원의 조성은 2008년에 처음 시작되었고, 2035년에서 2037년 사이에 완공될 예정이니 상당히 장기적인 프로젝트이다. 설계는 뉴욕의 고가 철도공원인 하이라인의 설계를 담당했던 미국의 조경가 제임스 코너가 맡았다.

이 어마어마한 규모의 공원이 20세기 중반까지 세계에서 가장 큰 매립지였다는 사실은 선뜻 믿기 어렵다. 프레시킬스 공원의 부지는 본래 프레시킬스 매립지였다. 프레시킬스 매립지는 뉴욕시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양의 쓰레기를 묻기 위해 1948년부터 사용되었다. 이 매립지는 이후 50년 넘게 뉴욕시의 쓰레기를 감당해야 했다. > 119, 3장 버려진 것들의 공간, 랜드마크가 되다

 

눈물의 섬에서 환희의 섬으로 바뀐 난지도. 아무도 찾지 않으려 했던 쓰레기섬을 이제는 수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뿐만 아니라 복원된 난지도의 생태계 안에서 다양한 생명체들이 거주한다. 회복되는 중인 모든 매립지에는 색색의 단면, 레이어가 존재한다. 공원을 걸으며 그 아래 묻힌 난지도의 아픈 역사와 교훈을 한 번쯤 되새겨 보는 것은 어떨까. > 127, 3장 버려진 것들의 공간, 랜드마크가 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대다수 물건의 생은 생산-소비-폐기의 선형 위에 놓인다. 설사 그것이 재활용 가능한 제품이라 할지라도, 사용자들의 입장에서는 그저 재활용품 수거장에 폐기하는 모양새로 끝맺고 만다. 쓰레기가 폐기되고 재활용되는 종착지에서, 사용자와 다시 만날 수는 없는 것일까? 쓰레기가 도시 밖으로, 지하로, 더 안 보이는 곳으로 숨어 버릴수록 도시의 삶은 소비폐기라는 행위만 남게 된다. 그저 보이지 않는 곳에 잘 내다 버리면그만인 것이다. > 139, 4장 리사이클링을 위한 새로운 공간의 탄생기, 아이엠팩토리

 

혹자는 사람이 많이 찾지도 않을 공장 건축에 왜 그리 많은 시간과 비용, 공을 들였는지 물을지도 모른다. 바로 그 정반대의 지점에 서 있는 공장 건물을 생각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제조 공정에서의 효율뿐 아니라 그곳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만족도 함께 생각하는 공간,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순환경제 시스템을 직접 몸으로 느낄 수 있는 공간, 기계와 사람, 그리고 자연이 공존하는 공간... ‘공장하면 떠오르는 스테레오타입으로부터 최대한 멀리, 멀리 떨어져 나오고 싶었다. > 161, 4장 리사이클링을 위한 새로운 공간의 탄생기, 아이엠팩토리

 

건축물의 중심부에는 아이엠팩토리를 찾은 방문객들을 위한 문화적 기능들이 삽입되었다. 예컨대 3층에는 공장을 한눈에 둘러볼 수 있는 공간과 재활용 관련 제품들을 전시하는 갤러리가 배치되었고, 4층에는 이벤트 홀과 카페테리아, 테라스가 계획되었다. U자형 공간이 3개 층 높이로 크게 열린 공간에서는 오케스트라 연주가 열리기도 했다. 처음부터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4층 공간의 13가량은 유기견을 위한 임시보호소로 사용 중이다. > 164, 167, 4장 리사이클링을 위한 새로운 공간의 탄생기, 아이엠팩토리

 

폐기된 자원을 새롭게 되살리는 역할을 하는 공간인 만큼, 새로 구매한 나무가 아닌, 경기도의 한 재개발 아파트 단지에서 버려진 나무들을 써서 녹지 조경을 조성했다. 재개발 단지에서 회수한 수목을 곧바로 다른 곳에 이식했을 때 토양이 잘 안 맞거나 관리 미숙의 문제로 시들어 죽는 경우가 있다 보니, 농장에서 뿌리돌림을 하여 3년 정도 잘 키워 낸 수양벚꽃나무 1그루와 모과나무 3그루를 가져와 심었다. 자원을 순환시켜 새로운 생명을 부여하는 아이엠팩토리의 성격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작지만 의미심장한 공간이다. > 167, 4장 리사이클링을 위한 새로운 공간의 탄생기, 아이엠팩토리

 

한적한 국도를 따라가다 보면 공장, 자원회수시설, 데이터센터, 물류센터 같은 시설들을 종종 마주치게 된다. 현대인의 삶에 꼭 필요한 시설들이지만, 비용 문제와 민원 등의 이유로 대개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외곽에 자리 잡는다. 눈에서 멀어지니 당연히 우리의 관심사에서도 멀어진다. 우리에게 오는 생필품들이 어디에서 어떤 과정을 거쳐 오는지, 우리가 내다 버리는 이 폐기물은 최종적으로 어디로 가는 것인지 알지 못한 채, 우리의 일상엔 사서 쓰는 행위만 남게 된다. > 184, 에필로그

 

폐기를 생산으로 전환시키는 새로운 역동 안에서 공간과 건축이 해야 할 역할이 많다. 건축가로서 환경에 부담 주는 일들을 너무 많이 벌이고 있는 건 아닐까 죄책감 아닌 죄책감을 느끼는 날이 많았는데, 이러한 공간들을 떠올리다 보면 마음 한편이 조금은 가벼워지는 기분이다. 개인, 기업을 위한 건축 작업을 넘어, 지역과 환경에 기여할 수 있는 건축가로서의 역할이 앞으로 더 늘어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 187,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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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김이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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