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차]
프롤로그 _ 우리가 버리는 그 많은 쓰레기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
1장. 쓰레기는 어떻게 도시를 바꾸었을까?
- 쓰레기통·쓰레기차
- 더스트슈트
- 쓰레기장·분리수거장
- 하천
- 하수도
- 적환장
- 재활용품 선별장
- 소각장
- 매립지
2장. 도시의 쓰레기는 어디로 흘러갈까?
- 전국 폐기물 발생량
- 전국 1인당 생활폐기물 배출량
- 전국 재활용 폐기물 발생량
- 폐기물 종류별 처리 방법 비율
- 시도별 폐기물 비율
- 서울시 쓰레기 적환장, 재활용품 선별장 및 자원회수시설
- 전국 소각장 및 매립지 현황
- 서울시 폐기물 동선
- 재활용 폐기물 종류별 비율
- 폐기물 순환 과정
3장. 버려진 것들의 공간, 랜드마크가 되다
- 오스트리아 빈 슈피텔라우 소각장
- 덴마크 코펜하겐 코펜힐
- 일본 무사시노 클린센터
- 일본 히로시마 나카 소각장
- 영국 리즈 재활용에너지 회수시설
- 프랑스 이시레물리노 이세안 소각장
- 미국 뉴욕 프레시킬스 공원
- 서울 하늘공원과 노을공원
- 부천아트벙커B39
- 대구수목원
4장. 리사이클링을 위한 새로운 공간의 탄생기, 아이엠팩토리
- AI 자원회수 로봇이 바꿔 낸 폐기의 경로와 일상
- 공장 부지의 척박한 콘텍스트에서 수많은 힌트를 찾아내기까지
- 거스를 수 없는 제약이 만들어 낸 U자형 매스
- 세상과의 소통을 강조한 아이엠팩토리의 입면 이야기
- 팩토리를 살아 숨 쉬는 뮤지엄으로
에필로그 _ 폐기에서 생산으로, 시설에서 공간으로, 건물에서 지역으로
[본 문]
우리는 일상 속에서 ‘폐기’라는 행위를 별다른 고민 없이 반복한다. 버리는 일은 너무도 익숙하고 간편하다. 하지만 그 이후의 과정은 대부분 가려져 있다. 수거, 분류, 처리, 소각, 재활용… 이 모든 과정은 도시 어딘가에서 누군가의 수고로 돌아가고 있지만, 우리는 그 흐름을 잘 알지 못한다. 이 책은 그런 ‘보이지 않는 흐름’과 관련된 공간들을 조명해 보고자 하는 시도에서 시작되었다. > 7쪽, 프롤로그
쓰레기의 역사는 인류의 탄생과 함께 시작되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인구 수가 적고 폐기물의 양이 많지 않을 땐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사람들이 도시를 이루어 더 많이 모여 살기 시작하면서부터, 쓰레기를 처리할 다양한 방법들이 필요해졌다. 한때는 길가와 하천에 아무렇게나 내다 버렸지만 근대의 ‘위생’ 관념이 도입되면서 정부 주도의 쓰레기 수거가 시작되었고, 분리수거 시스템이 도입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쓰레기는 도시의 시스템을 변화시키고, 도시의 공간 구조를 변화시켜 왔다. 마치 살아 있는 유기체처럼 말이다. > 13쪽, 1장 쓰레기는 어떻게 도시를 바꾸었을까?
오늘날 우리가 ‘가치 있는 자산’으로 여기는 이 하천은, 역사적으로는 오랫동안 도시의 쓰레기장이었다. 근대적인 하수도 시스템이 정착되기 전까지, 강은 도시의 생활오수와 쓰레기를 떠맡는 가장 가까운 배출 경로였다. 고대부터 유명 도시들은 언덕 위에 위치했는데, 전시 방어와 감시에 유리한 점도 있었지만, 수자원을 쉽게 확보할 수 있고, 폐기물과 오수를 하천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아래로 흘려보낼 수 있다는 점에서도 유리했다는 분석이 존재한다. > 32쪽, 1장 쓰레기는 어떻게 도시를 바꾸었을까?
적환장을 비롯한 쓰레기 처리시설들이 점차 지하화되며, 도시에서 생성되는 수많은 쓰레기가 마치 말끔히 숨겨진 것 같은 착시 효과를 일으키기도 한다. 이와 동시에 지하에서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역시 드러나지 않게 되었다. 쓰레기를 직접 다루는 환경미화원, 분류 노동자, 장비 운용자들의 일상은 좁고 밀폐된 공간 속에서 냄새와 열기, 분진과 탈취제를 견뎌 내며 이루어진다. 사람들은 적환장이 보이지 않아 도시가 쾌적해졌다고 생각하지만, 쓰레기 문제의 심각성과 이를 다루는 사람들도 동시에 숨겨진 것이다. 이 같은 변화를 쾌적해졌다고 말하기엔 어쩐지 마음 한편이 찜찜하다. 이것이 오늘날 도심형 적환장이 가지는 가장 근본적인 모순이다. ‘버리는 순간 끝’이라고 믿고 싶겠지만, 사실은 쓰레기가 버려지는 순간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 47쪽, 1장 쓰레기는 어떻게 도시를 바꾸었을까?
소각장을 중심으로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 한때 가장 감추고 싶어 했던 공간이, 이제는 도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엔진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도시들은 이 시설을 적극적으로 드러내기 시작했다. 코펜하겐의 코펜힐처럼, 소각장 위에 스키장과 하이킹 코스를 조성하고, 에너지 시스템을 도시 경험의 일부로 통합시키려는 시도는 폐기의 공간이 어떻게 ‘재생’될 수 있는지를 보여 주는 좋은 사례다. > 55쪽, 1장 쓰레기는 어떻게 도시를 바꾸었을까?
현대식 소각장이 생겨나기 전까지 ‘매립’은 가장 손쉽게 쓰레기를 처리하는 방법 중 하나였다. 쓰임이 없는 넓은 공터에 쓰레기를 모아 쌓고, 그 위에 흙을 덮는 방법. 한반도 최초의 폐기 공간이 ‘패총(조개더미)’인 것만 보아도, 매립의 역사가 얼마나 긴지 알 수 있다. 패총은 바다 자원(특히 조개류)의 소비에 의해 형성된 장소로, 현재의 매립지와 유사한 역할을 하던 곳이다. > 58쪽, 1장 쓰레기는 어떻게 도시를 바꾸었을까?
쓰레기의 행로는 비밀스럽다. 모두가 잠든 사이 수거되어, 도시의 보이지 않는 공간에서 분류되고 매립, 소각, 가공된다. 그리고 이러한 공간들은 시간이 갈수록 더 눈에 띄지 않도록 도시 외곽으로, 지하로 숨겨지고 있다. 이러한 이동 경로와 풍경이 우리 눈에 잘 보이지 않아서일까? 버려지는 물건을 끊임없이 만들고 폐기하는 일에 점점 더 스스럼없어지는 듯하다. > 69쪽, 2장 도시의 쓰레기는 어디로 흘러갈까?
소각장은 도시에 필요한 대표적인 시설임에도 불구하고 한 도시의 랜드마크가 되기 힘들다. 산업시설의 목표는 잘 보이지 않는 것이고, 특히 소각장은 조형적이라기보다는 기능적인 외관을 갖춘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에는 명실공히 랜드마크로 대접받는 소각장이 있다. ‘오스트리아의 가우디’로 불리는 프리덴스라이히 훈데르트바서의 작품으로 당당히 인정받는 슈피텔라우 소각장이 그 주인공이다. > 95쪽, 3장 버려진 것들의 공간, 랜드마크가 되다
쓰레기 벙커에 산처럼 쌓인 쓰레기를 한가득 집어 올리는 거대한 집게를 바라보며, 지역에서 난 재료로 만든 디저트 한 입과 칵테일 한 모금을 즐긴다. 상상만 해도 초현실적인, 영화에나 나올 법한 풍경이다. 하지만 이 영화 속 한 장면의 실제 주인공이 되어 볼 수 있는 소각장이 있다면 어떨까? 그곳은 바로 일본 도쿄의 서부, 무사시노시에 자리한 무사시노 클린센터이다. > 103쪽, 3장 버려진 것들의 공간, 랜드마크가 되다
대규모 국립 공원인 프레시킬스 공원은 19세기 이후 뉴욕시에 건설된 공원 중 가장 큰 규모를 기록할 예정인데, 그 면적이 무려 센트럴파크의 3배에 달한다. 공원의 조성은 2008년에 처음 시작되었고, 2035년에서 2037년 사이에 완공될 예정이니 상당히 장기적인 프로젝트이다. 설계는 뉴욕의 고가 철도공원인 ‘하이라인’의 설계를 담당했던 미국의 조경가 제임스 코너가 맡았다.
이 어마어마한 규모의 공원이 20세기 중반까지 세계에서 가장 큰 매립지였다는 사실은 선뜻 믿기 어렵다. 프레시킬스 공원의 부지는 본래 프레시킬스 매립지였다. 프레시킬스 매립지는 뉴욕시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양의 쓰레기를 묻기 위해 1948년부터 사용되었다. 이 매립지는 이후 50년 넘게 뉴욕시의 쓰레기를 감당해야 했다. > 119쪽, 3장 버려진 것들의 공간, 랜드마크가 되다
눈물의 섬에서 환희의 섬으로 바뀐 난지도. 아무도 찾지 않으려 했던 쓰레기섬을 이제는 수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뿐만 아니라 복원된 난지도의 생태계 안에서 다양한 생명체들이 거주한다. 회복되는 중인 모든 매립지에는 색색의 단면, 레이어가 존재한다. 공원을 걸으며 그 아래 묻힌 난지도의 아픈 역사와 교훈을 한 번쯤 되새겨 보는 것은 어떨까. > 127쪽, 3장 버려진 것들의 공간, 랜드마크가 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대다수 물건의 생은 ‘생산-소비-폐기’의 선형 위에 놓인다. 설사 그것이 재활용 가능한 제품이라 할지라도, 사용자들의 입장에서는 그저 재활용품 수거장에 ‘폐기’하는 모양새로 끝맺고 만다. 쓰레기가 폐기되고 재활용되는 종착지에서, 사용자와 다시 만날 수는 없는 것일까? 쓰레기가 도시 밖으로, 지하로, 더 안 보이는 곳으로 숨어 버릴수록 도시의 삶은 ‘소비’와 ‘폐기’라는 행위만 남게 된다. 그저 보이지 않는 곳에 잘 ‘내다 버리면’ 그만인 것이다. > 139쪽, 4장 리사이클링을 위한 새로운 공간의 탄생기, 아이엠팩토리
혹자는 사람이 많이 찾지도 않을 공장 건축에 왜 그리 많은 시간과 비용, 공을 들였는지 물을지도 모른다. 바로 그 정반대의 지점에 서 있는 공장 건물을 생각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제조 공정에서의 효율뿐 아니라 그곳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만족도 함께 생각하는 공간,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순환경제 시스템을 직접 몸으로 느낄 수 있는 공간, 기계와 사람, 그리고 자연이 공존하는 공간... ‘공장’ 하면 떠오르는 스테레오타입으로부터 최대한 멀리, 멀리 떨어져 나오고 싶었다. > 161쪽, 4장 리사이클링을 위한 새로운 공간의 탄생기, 아이엠팩토리
건축물의 중심부에는 아이엠팩토리를 찾은 방문객들을 위한 문화적 기능들이 삽입되었다. 예컨대 3층에는 공장을 한눈에 둘러볼 수 있는 공간과 재활용 관련 제품들을 전시하는 갤러리가 배치되었고, 4층에는 이벤트 홀과 카페테리아, 테라스가 계획되었다. U자형 공간이 3개 층 높이로 크게 열린 공간에서는 오케스트라 연주가 열리기도 했다. 처음부터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4층 공간의 13가량은 유기견을 위한 임시보호소로 사용 중이다. > 164, 167쪽, 4장 리사이클링을 위한 새로운 공간의 탄생기, 아이엠팩토리
폐기된 자원을 새롭게 되살리는 역할을 하는 공간인 만큼, 새로 구매한 나무가 아닌, 경기도의 한 재개발 아파트 단지에서 버려진 나무들을 써서 녹지 조경을 조성했다. 재개발 단지에서 회수한 수목을 곧바로 다른 곳에 이식했을 때 토양이 잘 안 맞거나 관리 미숙의 문제로 시들어 죽는 경우가 있다 보니, 농장에서 ‘뿌리돌림’을 하여 3년 정도 잘 키워 낸 수양벚꽃나무 1그루와 모과나무 3그루를 가져와 심었다. 자원을 순환시켜 새로운 생명을 부여하는 아이엠팩토리의 성격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작지만 의미심장한 공간이다. > 167쪽, 4장 리사이클링을 위한 새로운 공간의 탄생기, 아이엠팩토리
한적한 국도를 따라가다 보면 공장, 자원회수시설, 데이터센터, 물류센터 같은 시설들을 종종 마주치게 된다. 현대인의 삶에 꼭 필요한 시설들이지만, 비용 문제와 민원 등의 이유로 대개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외곽에 자리 잡는다. 눈에서 멀어지니 당연히 우리의 관심사에서도 멀어진다. 우리에게 오는 생필품들이 어디에서 어떤 과정을 거쳐 오는지, 우리가 내다 버리는 이 폐기물은 최종적으로 어디로 가는 것인지 알지 못한 채, 우리의 일상엔 사서 쓰는 행위만 남게 된다. > 184쪽, 에필로그
폐기를 생산으로 전환시키는 새로운 역동 안에서 공간과 건축이 해야 할 역할이 많다. 건축가로서 환경에 부담 주는 일들을 너무 많이 벌이고 있는 건 아닐까 죄책감 아닌 죄책감을 느끼는 날이 많았는데, 이러한 공간들을 떠올리다 보면 마음 한편이 조금은 가벼워지는 기분이다. 개인, 기업을 위한 건축 작업을 넘어, 지역과 환경에 기여할 수 있는 건축가로서의 역할이 앞으로 더 늘어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 187쪽, 에필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