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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 ISBN-13 : 9791190434898 |
|---|---|
| 쪽수 | 248쪽 |
| 크기 | 기타 규격 |
| 제품구성 | 단행본 |
- 예술 > 미술
AI추천 이유
예술은 역사를 어떻게 기억하는가
동시대 예술가들의 언어로 되살아나는 공적 기억
『남겨진 것』은 총 여섯 편의 글로 구성되었다. 이 책의 프롤로그이자 모든 수록 글을 감싸는 ‘들어가며’는 작가가 독일에 머물며 목격한, 철저하게 이스라엘을 옹호하고 팔레스타인 지지자들을 탄압하는 독일 정부의 “역사 청산” 정신에 의문을 던지며 시작한다. “구호와 의례로서 정형화되는 순간, 즉 편하고 익숙한 형식으로 거듭나 버리는 그 순간에 망각이라는 운명을 안게 된다.”라며 오래도록 기억하기 위해서는 아이러니하게도 끝없는 의심과 질문을 던지는 고통스러운 직면이 필요하다고 쓴다. 이 의심과 질문이 동시대 예술가들의 작품에서 어떻게 드러나고 차용되는지를 고찰하는 것이 이 책의 화두이다.
‘1장 증언미학’은 기술 매체와 증언의 균열, ‘증언 문해력’을 연관 지으며 증언을 다루는 동시대 예술 실천을 비판적 관점으로 들여다본다. 특히 일본군‘위안부’ 인터랙티브 증언 프로젝트인 〈영원한 증언〉, 홀로코스트 생존자들의 증언을 기록한 〈증언의 다차원성〉, 평택 기지촌 여성들을 인터뷰한 책 『IMO: 평택 기지촌 여성 재현』, 뉘른베르크 재판을 다룬 《증인-기계 콤플렉스》 등 다양한 증언 상황 속에서 보이는 인터뷰의 관습과 편집의 흔적으로 드러나는 균열, 날이 갈수록 발전하는 기술 매체의 특성에 따라 끝없이 바뀌는 변화를 포착한다.
‘2장 감광영화(減光映畫): 기억의 터’는 기억 문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함에도 아무 흔적이 남지 않은 곳을 클로드 란츠만의 용어를 빌려 ‘기억의 비장소’라 말하며 기억과 실제 흔적의 간극에 대해 주목하고, 이를 김민정의 〈“레드필터가 철회됩니다.”〉를 중심으로 살펴본다. 막연히 생각하는 ‘학살터’의 이미지와 실제 장소인 제주 4·3 참사 현장, 헤움노 수용소, 토스카나 지방의 아름다운 풍경을 대비하며 기억의 비장소에 대해 기대했던 익숙한 재현 방식이 깨지고 어긋나는 지점을 레드 필터를 상징으로 한 ‘덜 보는 것’ 또는 ‘더 보는 것’의 의미와 함께 짚어 낸다.
‘3장 부재를 스크리닝하기: 임철민의 〈야광〉’은 서울 내 퀴어 역사의 일부인 극장 크루징을 주제로 한 임철민 감독의 〈야광〉을 ‘비경험 세대’와 ‘포스트-메모리’라는 키워드를 통해 조명한다. 〈야광〉은 시간이 경험을 빚어내는 방식, 화면을 표면처럼 인식하게 하는 요소, 그리고 영상의 환영성 혹은 재현적 역량을 강화하는 기술의 역이용이라는 전략을 통해, 극장 크루징에 대한 기억을 ‘상기’하기보다는 '상상'을 통해 구축한다. 이러한 기억의 구축 속에서 어떻게 영화의 조건과 극장 크루징 사이의 닮은 점을 예리하게 파악하고 활용하는지를 살펴보고, 오늘날 영상의 생산에 동원되는 다양한 기법 및 기술이 공적 기억의 구축에 끼치는 영향을 분석한다.
‘4장 진실 혹은 신앙의 매체, 라이프캐스팅’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기록하려는 욕망을 담은 매체들과 그 매체가 가진 진실 가치에 대해 고찰한다. 우선 대표적인 기록 매체인 사진을 살펴보고 이어 윤지영 작가의 〈맷으로 추정되는〉, 〈구의 전개도는 없다〉를 통해 조각의 시간성과 진실 가치에 대해 주목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 주조 기법 중 라이프캐스팅의 역사를 돌아보고, 진실이라 믿어졌던 매체의 이면을 들추어 조각의 내면을 살펴보기를 권한다. 그리하여 진실에 대한 의문과 진실이 전달되는 방식을 고민한다.
‘5장 망각을 위한 장치, 과정으로서의 기념비’에서는 철거의 그림자가 드리운 독일 베를린의 〈평화의 소녀상〉을 둘러싼 논의를 베를린의 기념비 건립 붐과 철거의 역사를 돌아보며 다룬다. 〈평화의 소녀상〉의 기념비성을 고찰하며, 이를 이정우 작가의 전시 《알고리즘적 업보의 고리》, 슈판다우 성채에서 열리는 전시 《베일을 벗다: 베를린과 기념비》와 연결해 우리가 기념비를 보고 떠올려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혹시 기념비가 과거에 대한 기억의 의무를 대신해 주는 외부 장치로 거듭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질문한다.
『남겨진 것』은 기술 매체·언어·기억의 교차점을 탐색하는 연구 과정을 동시대의 다양한 문화·예술 사례와 겹쳐 보며, 공적 기억과 예술 언어가 보다 넓고 풍부한 논의로 이어질 수 있는 기반을 닦는다. 이 책을 통해 우리가 무엇을 기억하고 기념해야 할지 고찰하는 독자들의 새로운 관점을 또한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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