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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 규격 정보
| ISBN | ISBN-13 : 9791192753485 |
|---|---|
| 쪽수 | 232쪽 |
| 크기 | 기타 규격 |
| 제품구성 | 단행본 |
이 책이 속한 분야
- 인문/역사 > 세계역사/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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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아, 뜨거운 모성애로 시작된 우주 최초의 쿠데타
“장차 태어나는 네 아들이 너를 죽이고 왕위에 오르리라.” 신화 초장부터 툭하면 나오는 아주 틀에 박힌 예언이다. 저자 한호림은 이 뻔해 보이는 다소 막장스러운 멘트가 어떻게 그리스 로마 신화 속 저항의 계보를 풀어내는 핵심적인 단초가 되었는지 흥미롭게 펼쳐낸다.
신들의 세계는 신탁으로 예언된 바대로 왕위를 둘러싼 패권 경쟁부터 저항의 기운이 다분했다. 빗나가는 법이 없는 신탁! 그 첫 번째 결과를 두고 저자는 ‘뜨거운 모성애로 시작된 가이아의 우주 최초 쿠데타’라 명한다. 저항으로 시작된 스타워즈급 신들의 전쟁은 우주 제1세대 우라노스 시대에 이어 우주 제2세대 크로노스로 이어지고, 드디어 우주 제3세대 제우스의 올림포스 시대까지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내 편으로 활용되는 ‘적의 적’은 왜 애초에 그런 관계에 이르렀으며, 적재적소에서 빛나는 필살기들은 또 무슨 연유에서 보유하게 되었는지 등등이 자연스레 맞아떨어지면서 그리스 로마 신화의 유기적인 연관성이 명확해지는 경험을 선사한다.
정치 바둑을 둘 줄 알았던 제우스, 우주 제3세대를 열다
맨날 아내 헤라의 눈을 피해 아름다운 여신(여자) 찾기에만 급급한 것으로 그려지던 제우스지만 올림포스 최고신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에서는 역시 최고신답다. 아버지 크로노스로부터 형 하데스와 포세이돈을 구해낸 주체로서 왕권을 마음대로 행사할 만도 한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점. 비현실적 영역인 신화의 세계에서 발견하는 뜻밖의 합리성이 사뭇 신선하다.
하늘, 땅, 바다로 우주를 3등분하여 사이좋게 삼두정치 하는 방식을 제안하는 머리 좋은 제우스. 여기엔 어떤 서열도 없고, 남의 영역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 하는 간섭도 일절 없는, 오직 대등한 관계만이 전제였다. 이처럼 올림포스 시대의 출발에는 제우스의 파격적인 리더십이 있었다.
아프로디테, 미(美)는 거품인가
가이아의 쿠데타로 거세의 운명에 처한 우라노스. 우라노스의 잘린 거대한 물건에서 거품이 일고, 그 거품에서 태어난 미(美)의 여신 아프로디테…. 아프로디테는 곧 거품이라는 의미? 거품에서 나왔으니 미(美)는 곧 거품? 그러나 우리네 현실을 보면 거품이라도 좋다, 거품에 목숨을 건다. 저자는 신화에 등장하는 여신이나 여인들은 왜 하나같이 죄다 예뻤어야 했을까에 의문을 제기한다.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는 지름길
때로는 드론을 띄워 전체를 보고, 때로는 초미세 디테일을 파헤치다
이 책은 그래픽 디자이너인 저자가 직접 그려넣은 일러스트에서 느껴지듯 그간 성인 단행본에서 인문학적 접근으로 다소 무게감 있게 다루었던 그리스 로마 신화를 우리의 일상에서 보고 즐기고 느낄 수 있는 친근한 영역으로 이동시켰다는 점에서 눈여겨볼 만하다. 세계 각지에서 만난 반가운 신들의 모습을 담은 작품들과 서구 문화 곳곳에서 실제로 만날 수 있는 그리스 로마 신화의 흔적들, 그리고 자연 풍광과 세심하게 그려 설명하는 지도까지, 때로는 할아버지의 정겨운 이야기로, 때로는 소년같은 호기심어린 시선으로 그리스 로마 신화 구석구석으로 안내한다.
이렇게 말랑말랑하지만 결코 가볍게 치부할 수 없는 이유는 한평생 그리스 로마 신화에 빠져 연구하고 전 세계를 누비며 탐닉한 결과를 녹여낸 대체 불가능한 내공에 있다. 그리스 로마 신화의 빼곡한 정보만을 담아내는 것이라면 AI 시대에 검색만으로도 충분히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한호림의 그리스 로마 신화는 복잡한 신화의 세계에 때로는 마치 드론을 띄워 보다 넓은 시각으로 상호 관계를 명료하게 파악하고, 때로는 충분한 연관 설명으로 왜 이렇게 인식하게 되었고 오늘날 무엇의 상징이 되었는지 등등 디테일을 통해 저절로 맥락이 연결되고 이해되는 쾌감을 전한다. 지금까지 막연하게 흩어져 있던 신화 속 장면 장면의 퍼즐이 맞춰지면서 어느새 신화 전체가 보이는 지름길로 이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