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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에나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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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년 02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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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 규격 정보
상품상세정보
ISBNISBN-13 : 9791170965725
쪽수300쪽
크기B6(127mm X 188mm, 사륙판)
제품구성단행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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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나는 죄를 지었다. 엄마를 사랑할 수 없는 죄.”

무한한 자기희생으로 나의 세계를 만든

공포스러운 나의 창조자, 엄마.

“익숙했던 것들이 어두운 숨은 얼굴을 보이며 음습하게 조여온다.” 〈장르문학 IP 공모전: 리노블 시즌1〉에서 대상 수상 시 심사위원 이우혁 작가가 이와 같은 심사평으로 극찬했던 마태 작가의 신작이 출간되었다. 이번 작품 역시 일상에서 가장 가까이 존재하는엄마그리고가족이라는 익숙한 소재로 공포스럽고 충격적인 이야기로 돌아왔다.

엄마라는 존재는 언제나 절대적인 선이고 내 편일까? 으레엄마라고 하면 따듯하고 안전하며 긍정적인 이미지로만 여겨진다. 하지만 자식의 모든 것을 좌우할 수 있는 엄마가 자식의 인생을 파멸의 길로 이끌도록 설계한다면 어떨까? 여기, 《누에나방》에 교통사고로 모든 것을 잃고 리셋된 삶을 사는 딸, 소영에게 다시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준 엄마가 있다. 그 세상이 감옥이 될 줄은 미처 몰랐지만. 그리고 사라진 기억 속 소영이 남긴 일기가 숨겨져 있는 것이 발견되었다. ‘내가 죽으면 엄마 때문이다.’

딸의 과거이자 미래로 여겨지는 존재인 엄마가 과연 딸을 위한 존재가 맞을지 의심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읽는 이로 하여금설마하고 의심하는 것조차 뒤통수를 때리며 소설은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숨 가쁘게 흘러간다.

목차

[목 차]
  

누에나방

작가의 말


[본 문]
  

“엄마가 소영이 옆에 항상 있으니까, 당연하다고 여긴 거지?”

소영의 말문이 막혔다. 엄마가 귀찮아졌다는 말은 명백히 오해였기 때문에 억울한 마음이 컸는데, 엄마를 당연하게 여기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질책은 마음을 찔렀다. 병원 밖의 세상을 모르는 소영을 항상 옆에서 보살펴준 것은 엄마였고, 어쩔 수 없이 소영에게 엄마는 당연한 존재였다. 그러나 그건 공기나 물과 같은 의미인 것이고 없어도 된다는 뜻은 아니었다. 소영의 진심은 그랬지만 자신이 느끼는 차이를 설명하기가 어려웠다.

22p

 

엄마가 거짓말을 했다. 엄마도 거짓말을 할 수 있다.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은 없었다. 소영은 지금까지 한 번도 엄마의 말을 의심하지 않았다. 병원에서 소영은 엄마가 말하는 것을 그대로 흡수하면서 살았다. 엄마가 알려준 온갖 사물의 이름과 사람의 호칭 중에 틀린 것은 없었다. 엄마는 젓가락을 쥐고 글씨를 쓰는 법부터 신발끈을 묶고 리본 매듭을 짓는 법까지 온갖 세세한 것을 알려주느라 늘 바빴다. 때로 엄마는 간호사들보다 소영의 상태에 대해 더 잘 알았다.

56p

 

“가족은 서로 사랑해야 돼. 그렇지 않으면 의미가 없어. 아무리 잘못해도 서로 감싸주는 게 가족이야. 가족이 없으면 어떻게 살겠니? 혼자 사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지.”

엄마는 소영을 보면서 행복한 듯이 활짝 웃었다.

“엄마는 정말 행운이야. 아빠랑 소영이가 있어서. 소영이도 그렇게 생각하지? 엄마가 있어서 좋지?”

“응.”

“이제 떨어지지 말고 행복하게 살자. 우리는 가족이니까.”

64p

 

“나는 말대꾸를 한 게 아니야. 그냥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한 거야.”

“지금도 하고 있잖니. 아까 그러지 않기로 약속해 놓고, 또 같은 잘못을 하면 안 되지.”

엄마의 표정이 조금씩 다시 굳어갔다. 언제 그런 약속을 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집에 온 이후부터 엄마의 생각을 따라가기 힘들었다. 이 집에는 무언의 규칙, 무언의 약속, 무언의 함정이 숨어있었다. 엄마는 소영이 그것을 알아서 찾고 지켜주기를 바라는 것 같았다.

94p

 

엄마가 나에게 어떤 존재인지 말하기는 어렵다. 엄마는 나를 학대로 양육했다. 먹을 것을 주지 않거나 때리는 것 같은 행위를 말하는 게 아니다. 내가 생각하기에 그건 단순한 폭력이다. 엄마가 딸에게 가하는 학대라는 것은 잠시 동안만 유지되는 몸의 상처나 굶주림보다 훨씬 길게 이어진다. 그래서 곧 한 사람의 인생이 된다.

141

 

“혼자 일어나 봐.”

엄마가 시키는 대로 하기는 싫었지만 어쨌든 일어나야 했기에 소영은 다리에 힘을 주었다. 그러나 한쪽 팔에만 의지해 주저앉았던 몸을 추스르는 것은 쉽지 않았다.

“왜 못 일어나니?”

“…….”

“그건 네가 엄마 말을 듣지 않았기 때문이야. 너는 마음이 더러워서 몸이 불구가 된 거야. 엄마가 다 낫게 해준 몸을 네 스스로 망친 거야.”

159p

 

“나도 엄마가 왜 그러는지 모르겠어. 엄마가 나 때문에 희생한 것도 많거든? 나를 싫어하는 거 같지는 않아. 너무 좋아해서 그런 거 같기도 해. 아니면 엄마는 그냥…… 그냥 엄마인 게 좋은 걸지도 몰라.”

233p

 

나는 죄를 지었다. 엄마를 사랑할 수 없는 죄. 이 세상에 태어난 모든 사람들은 엄마를 사랑한다. 나는 엄마를 미워하는 죄를 저질렀다. 나는 엄마를 용서할 수 없는 사람이다. 그 죄를 인정할 때까지 나에게는 엄마가 될 자격이 주어져서는 안 됐다. 나는 영원히 참회해야 한다.

253p

저자 소개
저자 : 마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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