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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 규격 정보
| ISBN | ISBN-13 : 9788937477393 |
|---|---|
| 쪽수 | 240쪽 |
| 크기 | B6(127mm X 188mm, 사륙판) |
| 제품구성 |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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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에세이/시 > 국내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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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목차
추천사
박민정 (소설가)
이 이야기는 우리 국토를 둘러싼 산을 집요하게 추적하듯 정치한 묘사로 이뤄져 있다. 아마 이 소설의 마지막 페이지에 다다른 독자는 그토록 어둡고 비좁은 산길을 헤매 도착한 진창 속에서 해방감을 느끼리라고 확신한다. 이미 태어나 버린 존재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건 사랑인가 자유인가. 그 질문 앞에 서게 된다. 결국 한 ‘사람’의 몫을 해낸다는 건 무엇인가란 질문 앞에도. 작가가 세밀화처럼 그려 낸 산의 여정은 산사태처럼 무너져 버린다.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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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종 혹은 침입종 - 낙인 찍힌 자의 자리
“다나가 사람과 다른 부분이라며 귀하게 만지던 목덜미의 털. 나는 어른이 되고부터 2주에 한 번씩 목덜미의 털을 깎았다.”(73쪽)
서른 살의 ‘나’는 인간 여성과 똑같은 외피로 ‘다나’ 정체성을 감추고 살아가는 숨겨진 ‘침입종’이다. ‘다나’의 특징인 목뒤 수북한 털을 주기적으로 면도해 제거하고, 어눌한 발음을 숨기기 위해 대화를 피한다. 그럼에도 ‘나’는 여지없이 ‘별종’으로 취급받는다. ‘나’가 속한 벌목꾼 집단에서 유일한 여성이기 때문이다. ‘나’는 언제나 이유 없이 따라붙는 못마땅한 눈길을, 여자가 왜 이 일을 하냐는 질문을, 음흉하고 여성 혐오적인 농담을 침묵으로 버틴다.
『다나』가 보여 주는 차별적 경계와 낙인은 그 무엇보다 표면적이다. ‘다나’의 목뒤에 난 털이나 여성의 신체처럼, 숨길 수도 도망칠 수도 없는 표면으로부터 시작되어 끈질기게 들러붙는 차별적 낙인은 작은 시골 마을 곳곳에서 살아가는 이주민에게서도 발견된다. 싼값에 부려지다가도 이유 없이 배제당하는 이주 노동자들, 공공연히 상품으로 취급받는 결혼 이주 여성들에게서. 외모를 아무리 비슷하게 바꿔도 결코 인간과 같아질 수 없는 ‘나’의 발음처럼 ‘다름’은 금세 다른 방식으로 드러난다. 『다나』는 ‘별종’과 ‘침입종’이라는 낙인 너머 보이는 사회적 가장자리를, 차별의 작동 방식을 깊숙이 들여다본다.
■ 언어와 총 - 인간의 방식
“나는 지금부터 가장 사람다운 방식으로 죽일 것이다. 무엇을? 산을 좀먹는 짐승 한 마리를.”(126쪽)
‘나’가 ‘다나’ 사냥 계획을 세우며 택한 단 하나의 무기는 바로 ‘총’이다. 총은 가장 인간적인 방식으로 비인간을 통제하는 도구이기 때문이다. 자연 상태에서는 볼품없는 신체적 능력을 가진 인간도 총을 들고 손가락 하나만 움직이면 단숨에 거대한 짐승을 쓰러뜨릴 수 있다. 자연이 정한 힘의 위계를 거스르는 총은 “수백 년 역사의 탄도학”이 집약된 문명의 결정체, 그 자체다.
『다나』에서 ‘언어’는 총과 같다. 언어야말로 인간에게 무한한 힘을 주는 도구이기 때문이다. 언어는 ‘다나’를 과학적으로 낱낱이 해부할 뿐 아니라 경제적 가치를 창출해 내는 상품으로 탈바꿈시켰다. 겉으로 언제나 침묵하는 ‘나’의 내면은 인간의 언어로 가득 차 있다. 신화와 상징, 역사와 과학을 넘나들며 자신이 속한 사회적 맥락을 체화하고, 숨겨진 과거와 미래를 예측할 때는 소설적 상상력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또한 ‘다나’를 규정하는 모든 언어를 낱낱이 이해한다. 마치 인간만이 누릴 수 있는 지혜와 자유를 마음껏 누리겠다는 듯이. 총과 언어. 이 모든 인간적 도구를 총동원해 ‘나’는 엄마를 처단하기 위해, 자기 안의 절반의 ‘다나’를 죽이고 온전한 인간이 되기 위해, “가장 사람다운 방식”을 택한다. 짐승에게는 없는 ‘기도’하는 마음으로 엄마의 죄를 대신 ‘속죄’하며.
■ 돌봄과 착취 - 폭력의 논리
“오염도나 굽은 정도에 따라 각기 다른 운명이 주어진다. 어떤 나무는 목재가 되지만 어떤 나무는 펄프 정도에 그치고 만다. 그걸 결정하는 건 나다.” (35쪽)
키우던 손에 의해 팔리는 가축처럼, ‘돌보는 손’과 ‘착취하는 손’은 같을 수 있다. 『다나』는 그 사실을 거듭 변주하며 우리에게 보여 준다. ‘다나’에게 먹이를 주고 소통 방식을 가르쳐 주었던 사육사는 ‘다나’를 성적으로 착취한 후에 유기하고, ‘나’를 안전하게 품어 주었던 ‘다나’는 ‘나’를 손쉽게 통제하기 위해 손발톱을 뽑는다. 숲을 돌보는 ‘나’는 상품성이 없는 나무를 가차 없이 벤다. 사회도 마찬가지다. 동물은 동물원에 속할 땐 환영받는 ‘전시 상품’이지만, 그곳을 벗어나는 순간 ‘유해 동물’로 지정되어 허가받은 ‘사냥감’이 된다. 어떤 존재들은 ‘사유재산’에 속해 있을 때만 안전을 허락받는다. 그 테두리를 벗어나는 즉시 총구가 겨누어질 것이다.
절반의 ‘다나’이자 절반의 ‘인간’으로서 인간이기를 택한 ‘나’는 인간의 논리에 따라 나무를 베고, 개에게 목줄을 매며, ‘다나’와 ‘소나무등벌레병’을 박멸 대상으로 삼았다. 그러나 그러한 ‘나’의 ‘인간 되기’는 바로 그 인간의 방식에 의해 처참히 실패한다. ‘다나’도 ‘인간’도 아니게 된 그 순간, ‘나’는 ‘이종’의 존재가 되어 이 세계를 다시 바라본다. 예고된 폐허의 풍경을 기다리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