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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 ISBN-13 : 9791141602987 |
|---|---|
| 쪽수 | 99쪽 |
| 크기 | 기타 규격 |
| 제품구성 | 단행본 |
- 소설/에세이/시 > 시 > 한국시
AI추천 이유
◎차성환 시인과의 미니 인터뷰
1. 2018년에 출간한 첫 시집 『오늘은 오른손을 잃었다』 이후 오랜만에 두번째 시집을 출간하셨습니다. 소회가 어떠한지 궁금합니다.
출간 주기가 다른 시인들에 비해서 느린 편이죠. 첫 시집은 앞뒤 재지 않고 몰아붙여서 낸 느낌이었다면, 이번 시집은 충분히 숙성시켜서 내보낸 느낌이에요. 늦된 감이 있지만 사람마다 각자의 속도가 있는 거니까 일부러 서두르고 싶지는 않았어요. 평정심을 유지하고 싶었는데, 막상 나오니까 너무 신나는 거 있죠. 오래 기다렸던 만큼 이 기분을 느긋하고 차분히 즐기고 싶다는 생각입니다.
2. 표제작인 「초절임 생강」만큼이나 뾰족하게 날이 서 있는 시편들이 눈에 띕니다. 이를 아우를 시집의 제목을 어떻게 결정하게 되셨는지 들려주세요.
제목을 무엇으로 할까 고민하다가 불현듯 ‘초절임 생강’이 아니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번득 들었어요. 예전에 잠을 자다가 울면서 깨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가만히 생각해보니, 꿈속에서 슬픈 일을 겪은 경우도 있지만 아닌 경우도 많더라구요. 뭔가 슬펐던 것 같은데, 잠에서 깨면 기억이 잘 안 나요. 이미 울고 있는데…… 그때의 눈물이 희미하게, 맵고 쌉싸름한 느낌이었어요. 이리저리 분주한 삶을 살다보면 힘들 때가 있잖아요. 그냥 사는 게 맵고 쌉싸름하네, 그렇게 툭 털고 일어나 또 이리저리 뛰어다니곤 해요. 사는 게 이상한 꿈 같기도 하고. 이 시집도 하나의 꿈이었으면 좋겠어요.
3. ‘생강’을 비롯해 ‘잡초’ ‘소’ ‘개구리’ ‘개’ 등 여러 번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단어들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와 같은 연쇄를 통해 특히 의도하신 바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특별한 의도가 있었던 건 아니고, 순간 제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야기나 생각을 잡아채서 쓴 시들이에요. 시를 쓰는 저를 보고 있으면 때로 잡초 같다는 생각을 해요. 무엇을 꼭 써야겠다는 생각도 없이 앉아서 그냥 쓰거든요. 그게 저의 기본값이고, 바로 ‘잡초’ 상태예요. 갑자기 벼락치듯 단어가 떨어지고 문장이 마구 밀려올 때가 있어요. 그럴 때 계시받은 것처럼 허겁지겁 씁니다. 저는 시간을 주로 혼자 보내는데, 오랫동안 그러고 있으면 외롭다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잖아요. 생강, 소, 개구리, 개라도 나에게 말을 걸어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사람이 하는 얘기는 어느 순간 지겨워지잖아요. 근데 얘들은 신선해요.
4. 수록작 중 가장 아끼는 한 편을 꼽는다면 무엇인지, 이유와 함께 소개해주세요.
표제작인 「초절임 생강」이요. 우리 모두 자기만의 아주 맵고 알싸한 생강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각자에게 한 덩이의 생강이 있는 거죠. 울음덩어리라고 해야 할까. 남이 대신 울어줄 수 없는 자기만의 울음이 있고, 울음이 난다는 건 내 안의 생강이 칼에 찔려 매운 내를 내는 거예요. 제 생강은 꿈속에 있는 것 같아요. 꿈을 꾸다가 꿈에서 나가고 싶은데 나가지 못하는 꿈을 꾼 적이 있어요. 내가 생강이고 생강이 나인 것 같기도 하고. 그게 제가 꿈을 꾸는 방식이에요. 그게 잘 표현된 것 같아서 쓰고 나니 시원한 기분이 들었어요.
5. 환상적이고 유쾌한 장면들 속 비정한 정서가 날카롭습니다. 이를 다시 농담으로 풀어내는 과정이, 삶의 고단함을 소화하는 작가님만의 방식이라고도 느꼈습니다. 그런 이번 시집이 독자들의 마음엔 어떻게 가닿길 바라시는지 말씀해주세요.
인간의 대단한 점은 말 한마디로 비극을 희극으로 바꿀 수 있는 능력에 있다고 생각해요. 빠져나갈 구석이 없어도, 몇 마디의 말로 웃음이 터지고 분위기가 한층 가벼워지곤 하죠. 상황이 바뀐 건 아니지만 분명 무언가 달라지는 거예요. 저는 독자분들이 제 시를 읽으면서 어떤 부분에서는 진지하고 심각했다가, 어느 순간에는 어이없는 웃음을 짓거나 실소를 터뜨렸으면 좋겠어요. 그건 제가 살아가는 방식이기도 하고 제 시의 방식이기도 해요. 시 안에 꼭 뭔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해요. 그냥 시집 속 개구리, 소, 개, 생강, 잡초, 고기만두, 빵, 염소, 모자, 버섯의 이야기를 재밌게 들어주세요. 어딘가 슬프고 외롭지만 이상하고 재밌는 꿈이구나. 그렇게 생각해주시면 저는 더할 나위 없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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