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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 ISBN-13 : 9791187071402 |
|---|---|
| 쪽수 | 272쪽 |
| 크기 | 기타 규격 |
| 제품구성 | 단행본 |
- 기술/공학 > 건축공학
AI추천 이유
경계 위에서 다시 묻는 ‘아시아’
아시아 건축과 도시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일은 여전히 열려 있는 질문이다. 아시아라는 지리적 경계 속에 일관되게 공유되는 감각이나 행위적 패턴이 진정으로 존재한다고 볼 수 있을까? 오리엔탈리즘이나 민속적 궤도를 따르지 않고도 이 개념에 접근할 수 있을까? 심지어는, 전 세계가 이미지와 정보로 빠르게 균질화되고 있는 오늘날 과연 지역의 조건이 건축적 서사로 전환될 수 있을까?
질문에 대한 응답으로, 아시아의 동시대 건축 실천들을 발굴해 온 서울대-목천 강연의 세 번째 책 『EAA SO?』는 튀르키예에 주목한다. ‘근동’과 ‘극동’이라는 물리적 거리를 기준으로 한 유럽 중심주의적 구분이 여전히 무의식적으로 작동하는 가운데, 아시아의 가장 바깥에 위치한 이스탄불이라는 도시를 통해 아시아라는 개념을 다시 바라보고자 한다.
공통의 과제
이 책은 튀르키예 동시대 건축 지형에서 서로 반대편에 위치하는 두 사무소 EAA와 SO?를 대별하는 구도를 취한다. EAA는 튀르키예에서 가장 큰 사무소 중 하나로, 국제적 감각을 바탕으로 세련된 조형을 전개하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반면 SO?는 소규모 사무소로, 전시와 연구를 바탕으로 재생 건축에 관한 급진적인 작업들을 선보여왔다. 이처럼 두 사무소는 규모와 전략, 작업 방식 등 모든 면에서 달라 보인다. 그럼에도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면, 이들이 “등장한 시대”(존 홍, 13쪽)다. 두 사무소는 1999년 마르마라 지진 이후 국가 주도의 급속한 경제성장과 세계화, 정치체제의 변화 속에서 지금 무엇을 감수하고, 무엇을 설득할 것인가라는 “공통의 과제”(존 홍, 17쪽) 앞에 서 있다.
“두 사무소는 위험을 감수하고 있다. 대담한 프로젝트들이 다음 정권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을까? EAA가 아름답게 디자인했던 사비하 괵첸 국제공항 터미널(2006)은 너무 정치적인 입지에 있었기에 지어지지 못했다. SO?는 IPA(Istanbul Planning Agency, 이스탄불 도시계획국) 주도하에 공관을 공공의 캠퍼스로 전환하는 프로젝트를 벌이고 있다. 하지만 훗날 이러한 계획이 과도하게 ‘공공적’이라는 공격을 받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튀르키예의 모든 건축가는 다음 지진이 언제 닥칠지 모르는 현실 속에서 작업하고 있다. 또다시 지진이 닥친다면 이 중에 무엇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 현대일까, 고대일까?”
- 존 홍, 「근동(近東)이냐 극동(極東)이냐?」 중에서, 17, 19쪽
한국과 공명하는, EAA와 SO?
“공원 아래 터널, 공원 위 케이블카, 그리고 공원 땅을 떼어주며 들여온 호텔들 등 이스탄불의 마츠카와 서울의 남산은 무척 흡사하다. 물리적인 모습 외에도 보이지 않는 것들까지 닮았다. 공원 주변 부유한 지역의 배타적인 모습, 끊임없는 자본과 자연의 충돌, 호텔들과 대학들의 정치적 결탁을 통한 영토 확장의 과정 등 두 도시의 두 공원은 변화의 배경과 과정까지 비슷하다.”
- 최춘웅, 「이스탄불과 서울, 비슷하면서 다른 두 도시, 두 힐튼」 중에서, 253쪽
도시의 역사를 외면한 개발 논리와 사유화된 공공 공간, 정치적 불안정, 지역 불균형의 심화, 지진과 재난의 끊임없는 위협 등 튀르키예가 겪고 있는 도시 현상은 분명 낯설지 않다. 근동과 극동의 지리적 거리를 뛰어넘어 “공명하는”(존 홍, 19쪽) 문제의식 속에서, EAA와 SO?는 각기 어떤 응답을 내놓고 있을까?
EAA의 작업은 비판적 질문에서 시작된다. 주어진 반복적인 유형에 대한 의심, 각기 다른 프로젝트가 처한 상황에 따라 계속해서 갱신되는 질문들이 이들의 설계를 이끌어왔다. 이들에게 건축은 공식화할 수 없는 감수성과 결단의 영역이며, 그것은 때로 정치적 이해관계나 종교적 관습과 같은 현실의 조건과 정면으로 마주할 때 더욱 선명해진다.
“솔직히 말해서, 산카클라 모스크는 언뜻 보기에는 이전에 설계된 어떤 모스크와도 닮지 않았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이 분야의 수세기에 걸쳐 거의 의문의 여지가 없던 지적 사고의 틀에 깊은 도전을 제기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이스탄불 무프티(Mufti)를 시작으로, 국가 최고위급 공무원에게까지 수십 차례 발표를 진행했다.”
- 엠레 아롤랏, 「맥락의 세부 사항을 추적해 반대 의견과 타협하기」 중에서, 66쪽
한편 SO?의 작업은 그 자체로 이스탄불의 정치적 상황에 보다 직접적·즉각적인 반응이다. 이들에게 도시의 가치는 부동산이 아닌 시민의 일상생활에 있고, 건축 생산의 동기는 건설이 아닌 “지구의 제한된 자원에 대한 감수성”(셉넴 유첼, 45쪽)이다. 신축 페티시즘에 반대하고 존재 모두를 포용하고자 하는 이들의 작업은, 기꺼이 주인공이 되기를 거부한다.
“특히 수영장의 타일을 그대로 사용했다는 점은 상징적이다. 형태와 구조를 재활용하더라도 마감재 정도는 교체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프로젝트에서 건축가들은 이 수영장이 한때 소수를 위한 수영장이었던 사실을 의도적으로 남긴 것 같다. 과거의 시각적 인상을 유지함으로써, 건축은 ‘사적으로 점유된 정치적 풍경’의 역사를 환기시키는 장치가 된다.”
- 강예린, 「어떻게 건축사무소의 이름에 물음표가 붙었을까?」 중에서, 229쪽
이 책은 두 건축 집단을 통해 튀르키예 현대건축의 지형을 소개하는 동시에 작금의 한국 건축의 현실에 대한 통찰을 제공한다. 이번 서울대-목천 강연의 가장 중요한 성과가 여기에 있다.
서울대-목천 강연
서울대-목천 강연은 해외 건축가들을 초청하는 건축 강연 및 출판 시리즈로, 2016년 서울대학교 전봉희 교수가 서울대학교 동문 김정식의 기부금을 바탕으로 설립했다. 본 강연 시리즈는 2017년 스페인의 저명한 건축가 라파엘 모네오를 초청하면서 시작되었다. 이후 2018년, 서울대-목천 강연 운영위원회는 프로그램의 초점을 아시아로 전환해 지역적 맥락에 뿌리를 두면서도 세계적 담론에 참여하는 신진 건축가들을 조명했다.
이 새로운 방향에서 첫 번째 강연자로 중국 건축가 리우지아쿤을 선정해 강연을 열고 서울대-목천 강연의 첫 번째 책을 출간했다. 이어서 베트남의 트로피컬 스페이스와 H&P 아키텍츠의 강연을 열고 두 번째 책을 출간했다. 세 번째 책은 튀르키예 건축가를 주목한다. 2024년에 이스탄불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두 건축사무소 EAA와 SO?를 초청해 강연을 주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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