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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 ISBN-13 : 9791199660731 |
|---|---|
| 쪽수 | 268쪽 |
| 크기 | 기타 규격 |
| 제품구성 | 단행본 |
- 소설/에세이/시 > 수필 > 국내수필
AI추천 이유

정형화되지 않은 문장을 닮은 공간,
산문이라는 이름의 바를 열었습니다
어둠이 내려앉은 밤, 세종시의 한적한 골목에 자리한 위스키 바의 문이 열린다. 쉬이 잠들지 못한 마음들, 하루의 마무리를 술기운에 기대고 싶은 사람들, 집에 들어가기엔 아쉬운 발걸음들이 저마다의 사연을 품고 이곳으로 모여든다. 바의 이름은 ‘산문’. ‘글자의 수나 운율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쓰는 글’이라는 뜻처럼, 술을 마시거나 마시지 않는 사람, 위스키에 익숙하거나 그렇지 않은 사람, 누군가를 만나고 싶은 사람과 혼자 있고 싶은 사람이 자연스럽게 뒤섞인다. 각자 자신의 속도와 방식으로 하루를 정리하러 온 사람들이 조용히 공간을 채운다.
산문의 특별한 점은 단연 ‘책’이다. 술잔만큼이나 자연스럽게 책이 놓인 이곳에선 혼자 조용히 와 책을 읽다 돌아가는 손님이 있고, 독서 모임이 열리기도 하며, 깊은 밤까지 책에 관한 토론이 이어지기도 한다. 술과 책, 그리고 사람. 이 세 가지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며 산문만의 특별한 밤이 완성된다.
설계사무소에서 일하던 저자는 주말마다 서울을 오가며 위스키와 바 운영을 배우기 시작했다. 틀에 박힌 궤도를 벗어나 자신만의 리듬으로 전개되는 삶을 준비하기 위해서다. 바텐딩 기술은 물론 손님을 대하는 태도, 음악과 조명까지 세심하게 고민을 마친 어느 날, 그는 직장에 사표를 내고 바텐더의 삶을 시작했다.
술 못지않게 술자리의 분위기를 좋아하고, 책장을 넘기는 것만큼이나 책에 대해 이야기하길 좋아하는 그의 취향이 자연스럽게 이끈 선택이었다.
난생 처음 바를 운영하며 마주한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손님이 없는 날의 정적과 예상치 못한 지출, 체력과 감정이 동시에 소모되는 밤들이 이어졌다. 이 책은 그 과정에서 겪은 현실적인 문제와 고민을 숨기지 않는다. ‘틀렸다고도 맞다고도 말할 수 없는’ 순간을 지나, 저자가 끝내 자신의 ‘산문’을 계속 써나갈 수 있었던 원동력을 되짚는다. 꿈을 좇는 순간에 찾아오는 두려움과 희열, 생활과 현실 사이에서 끊임없이 흔들리는 마음에 대한 고백이 과장 없이 담담하게 이어진다.
술도 책도 결국은 사람과 이어지는 감각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저자는, 손님들에게 술을 따르며 듣게 되는 사연과 책 한 권이 마음을 일으킨 순간들, 때로는 말없이 공간을 채우는 마음의 무늬들을 조용히 기록해 왔다. 그렇게 쌓인 기록은 위스키 바를 운영하는 바텐더의 시선으로 풀어낸 술과 책, 그리고 삶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진다. 말하는 것보다 듣는 것을 더 좋아하는 그는 바의 주인이자 관찰자로서 손님들과 언제나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다. 과하게 위로하지도, 쉽게 판단하지도 않은 채 곁에 머물며 귀 기울이고, 세심하게 술잔을 닦듯 조용히 마음의 모서리를 닦아준다.
이곳에서 술은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관계를 잇는 언어로 기능한다. 저자는 술을 잘 아는 바텐더이자, 그 술이 놓이는 자리를 섬세하게 읽어내는 관찰자로서 손님과 마주한다. 그 장면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는 어느새 바 테이블 너머에서 술잔을 건네받는 사람이 되어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고 싶은 충동이 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바라던 바》는 바(Bar)라는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수집된 이야기들을 엮은 에세이다. 저자는 술과 대화 사이로 오가는 말과 침묵을 읽어내며 독자 앞에 조용히 한 잔을 내민다. 한 잔 술이 한 권의 책이 되기도 하는 이곳에서 그것은 문장으로 치환되기도 한다. 오늘을 버텨낸 당신에게, 자기 자리를 지키며 묵묵히 살아가는 우리에게 건네는 산문의 한 문장.
“잔을 비우고 다시 채우는 일, 그것은 결국 삶을 살아가는 일과 닮아 있습니다. 오늘 당신의 하루에도 조용한 한 잔이 놓이길 바랍니다.”
어쩌면 우리가 그토록 바라던 도심 속 아지트. 그곳에서 발효된 깊고 진한 밤의 문장들을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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