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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 ISBN-13 : 9791191917840 |
|---|---|
| 쪽수 | 188쪽 |
| 크기 | 기타 규격 |
| 제품구성 | 단행본 |
- 소설/에세이/시 > 청소년
AI추천 이유
약속
혜림이 사는 지구를 향해 무지막지한 속도로 다가온 비행체가 지구 대기권에서 급브레이크를 밟은 것마냥 딱 멈춰 섰다. 그리고 그 비행체는 우연인지 의도한 것인지 모르게 대한민국의 하늘 위에 떠있는 채로 15~16세기 한국의 중세국어로 전파를 보내온다.
500년의 약속
어머니 설아가 왔어요.
전 지구인의 시선이 대한민국의 하늘로 모이는 동안에도 엄마의 관심은 오로지 센터에 있는 혜림의 언니, 재림의 안전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는 혜림을 위해 저녁상을 차리고, 이제야말로 언니에 대한 긴 애도가 끝났다는 혜림의 기대를 저버린 채 곧 냉동보존을 신청할 거라고 통보해 온다. 절망 속에서 혜림의 발이 닿은 곳은 이넥스 인이라는 외계인과 소통할 수 있는 시청 앞 작은 상자. 과연 혜림이 만난 조선 소녀 설아의 정체는 누구이며, 설아와의 만남을 통해 혜림은 어떤 결정을 하게 될까.
아무 말도 못 하고 서 있는 혜림이에게 설아가 다가왔다. 설아는 손을 살며시 뻗었다. 혜림이도 조심스럽게 손을 뻗었다. 둘은 서로의 손이 통과하지 않게 조심하면서 손을 잡았다. 비록 진짜 손을 잡은 것은 아니지만 충분히 위로가 되었다. (본문 55면)
별처럼 반짝이는
나더스 행성의 나더스체들에게는 두 가지 임무가 있다. 첫 번째 임무는 ‘귀환’이고, 두 번째 임무는 ‘무사한 작별’이다. 무사한 작별이란 후손을 남기고 그 후손이 무사히 우주로 떠나는 것을 지켜보고 배웅해야 하는 임무를 뜻한다. 나는 오쿠르1702의 배웅과 동시에 오쿠르1702가 폭발하는 것을, 아니 소멸하는 것을 지켜보며 우주로 떠나고 있다. 그것은 고립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나더스 행성의 역사이면서 곧 다가올 나의 임무이기도 하다. 그러던 어느 날 바이러스의 위험으로 나더스 행성과 비슷한 처지에 놓여진 태양계의 한 행성 지구별을 만나게 되었지. 정확히 지구에서 들려오는 전파를 듣게 되었지. 그런데 왜 그들은 오염된 지구를 떠나지 않고 있을까 저러다 멸종이라도 하게 된다면.
바이러스가 지구를 암흑처럼 덮었어. 그 속에서도 지구인들은 서로를 돌보며 희망을 만들었어. 희망은 별처럼 반짝였어. 암흑을 밝히는 별은 바로 지구인들이 만든 거야.
나도 이제 어둠 속에서 반짝이는 별을 만들 거야. 나더스 행성으로 돌아가 이제 홀로 우주를 떠도는 것은 그만하자고, ‘우리’가 되어 ‘함께’하자고, 함께 이겨 내자고 할 거야. (본문 100면)
눈눈이이
1년 전 도윤이 받은 범죄명은 성추행, 성폭행, 불법 사진 촬영 및 유포, 그리고 협박죄. 하지만 이 모든 일은 그 아이 때문이다. 처음에만 해도 도윤이는 그 아이의 봉긋한 가슴이 궁금해 그냥 만져만 봤을 뿐이다. 만일 그 아이가 자신을 송충이라도 되는 양 진저리를 치지 않았더라면 그래서 도윤의 기분을 나쁘게 하지 않았더라면 그 아이의 온 몸을 만지고 두 주먹을 휘두르는 것과 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도윤은 엄마가 시키는 대로 갑자기 머리가 핑 돌며 어지러워서, 그 아이를 정말 사랑한 나머지 그 마음을 표현하려고 한 것이 방법을 잘 몰라서 일어난 행동이라고 했다. 심지어 그 아이는 거부한 적도 없다고 그건 하늘에 맹세할 수도 있다고 재판관에게 말했다. 그리고 사진을 찍은 건 장래희망이 사진작가인 만큼 단지 찍는 것을 좋아할 뿐 그 아이에게 피해를 주려고 한 것은 아니었다고. 그럼에도 ‘법대로우’는 도윤에게 인공지능 판사법 제5조 3호인 ‘눈눈이이’ 체험형벌로 조선 시대의 여인 ‘초아’이면서 ‘온희’로 살아가야 할 체험을 선고했다.
온희가, 아니 도현이가 피를 토하며 천지신명에게 한 기도를 인공지능 판사가 들어준 셈이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말처럼 ‘눈눈이이’ 체험 형벌 프로그램의 목적에 맞게 도윤이는 지금 피해자의 고통을 가상 현실에서 되돌려 받고 있었다. (본문 1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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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나 집의 모든 물건은 토탈 제어 시스템으로 연결되어 있다. 자동으로 문을 열고닫는 것은 물론, 요리 할 때도, 세탁기를 돌릴 때도 청소기, 에이콘…… 심지어 유나의 방 침대 위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어 있어 늦잠 자는 유나의 머리 위로 물이 뿌려지기도 한다. 이 모든 것을 제어하는 것은 바로 엄마다. 엄마는 집안에 걸린 CCTV를 통해 가족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볼 뿐 아니라 휴대전화 계정을 통해 친구들을 관리하고 아빠의 회사 생활까지도 꿰뚫고 있다. 유나의 언니 해나는 이런 엄마의 간섭과 통제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독립을 결심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엄마가 처음부터 이런 것은 아니었다. 이 모든 일은 3년 전 엄마가 죽었다 돌아오면서부터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다.
“제발 그만해. 이럴 때마다 엄마가 싫어. 지겨워.”
언니의 목소리가 차가웠다.
“넌 어떻게 그런 말을 하니? 엄마가 어떻게 돌아왔는데.”
엄마는 서운해했다.
“엄마는 변했어. 진짜 우리 엄마가 돌아온 게 아니야.”
언니의 말에 유나는 깜짝 놀랐다. 사실 유나도 얼마 전부터 언니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충격을 받았는지 엄마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한참 만에 엄마가 말했다.
“해나야, 나는 진짜 엄마야.”
“아냐, 진짜 엄마는 이러지 않았어. (본문 178면)
“모든 고난을 이겨내게 하는 힘도, 사람을 사람으로 살게 하는 힘도 사랑이라는 생각이 든다. 생각의 끝에서 나는 사람과 세상을 더 사랑하겠다고 결심한다.”
- 작가의 말 중에서
단순한 공상과학을 넘어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관계의 갈등과 소멸의 문제를 정면으로 응시하는 이 소설집은, 오늘을 살아가는 청소년들에게 묵직한 감동과 질문을 던질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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