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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 ISBN-13 : 9791196241629 |
|---|---|
| 쪽수 | 384쪽 |
| 크기 | 기타 규격 |
| 제품구성 | 단행본 |
- 인문/역사 > 사회학
AI추천 이유

만들어진 신화의 해체와 일본적 상황 윤리의 인류학적 이해
본 도서는 우리가 오랜 시간 무의식적으로 절대적인 진실이라 믿어왔던 일본에 대한 환상들을 객관적인 사료를 바탕으로 하나씩 해체하며 논의를 전개한다. 대표적으로 한국 사회 전반에 깊게 뿌리내린 '깨끗한 거리와 질서를 잘 지키는 선진 시민 일본'이라는 이미지가 결코 그들의 선천적인 '국민성'이나 변치 않는 '민도(民度)'의 결과가 아님을 역사적 기록을 통해 증명한다. 1950년대부터 1960년대 초반까지 쓰레기로 뒤덮인 열차와 수면에서 메탄가스가 발생해 불이 붙을 정도로 오염되었던 하천, 그리고 새치기와 몸싸움이 만연했던 무질서한 풍경이 1964년 도쿄 하계 올림픽이라는 국가적 이벤트를 앞두고 대대적인 미화 캠페인과 사회 시스템 정비를 통해 인위적으로 조형된 결과물임을 밝혀낸다. 이를 통해 선진적인 시민 의식이란 고정된 유전자가 아니라 경제적 발전과 국가적 학습의 산물임을 날카롭게 지적하며, 우리의 1988년 서울 올림픽 경험과 교차 비교함으로써 불필요한 열등감을 논리적으로 타파한다.
나아가 일본인의 이중성으로 오해받곤 하는 독특한 행동 양식을 '수직적 위계질서(다테 사회, タテ社?)'와 '내부/외부(우치/소토, ?/外)'의 엄격한 구분이라는 사회적 문법을 통해 규명한다. 내면의 절대적 도덕률과 양심을 중시하는 한국의 유교적 성리학 가치관(신독, 愼獨)과 달리, 상대방이 나보다 윗사람(메우에)인지 아랫사람(메시타)인지, 혹은 내부인인지 외부인인지에 따라 유연하게 태도를 바꾸는 일본의 '상황 윤리'를 심층 분석한다. 또한 행위의 선악 판단 기준이 타인의 시선과 집단의 평가에 있는 '수치 문화(Shame Culture)'와 타인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것(메이와쿠)을 최우선으로 삼는 윤리관을 문화인류학적 관점에서 해부한다. 이를 통해 독자들은 외부인에게 보여주는 극진한 예의(오모테나시)와 그 이면의 싸늘함이 단순한 위선이 아니라, 잦은 자연재해와 섬나라라는 지리적 고립, 그리고 강력한 에도 시대의 봉건 신분제와 연대 책임 제도(고닌구미)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수백 년간 체화된 생존의 지혜이자 거대한 사회적 방어기제임을 지적으로 이해하게 된다.
모순의 미학부터 사회구조적 맹점까지, 전방위적 문화 통찰
이 책의 탁월함은 표면적인 사회 현상을 나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종교, 미의식, 전통 예술, 대중문화에 이르는 전방위적인 영역을 하나의 일관된 논리로 관통해 낸다는 데 있다. 불완전함과 쓸쓸함에서 소박한 아름다움을 찾는 '와비사비(わびさび)'와 심오한 '유겐(幽玄)'의 미학을 탄생시킨 정적인 다도(茶道) 문화가, 어떻게 세계 최대 규모의 적나라한 성인물(AV) 산업과 한 국가 내에서 모순 없이 공존할 수 있는지 탐구한다. 저자는 그 근원을 에도 시대 막부가 체제 전복을 막기 위해 묵인했던 '통제된 해방구'로서의 유곽의 역사와, 일본 건국 신화 속에 나타난 성(性)에 대한 개방적이고 자연주의적인 신토(神道)의 의식에서 찾아낸다.
더불어 이 책은 현대 일본 사회가 안고 있는 가장 치명적인 그림자를 정면으로 응시한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라는 미증유의 재난을 대하는 일본 사회의 태도를 심층적으로 분석하며, 시스템의 참담한 실패와 기업 및 정부의 책임 회피를 '피해자의 숭고한 희생'과 '정서적 연대'라는 미명 하에 은폐하려는 기저 메커니즘을 고발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메커니즘이 제2차 세계대전의 전범국임에도 불구하고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원폭 피해를 앞세워 스스로를 '피해국'으로 규정하고 끝내 침략의 역사에 사과하지 않는 전후 일본의 역사 수정주의와 완벽하게 동일한 궤적에 놓여 있음을 통렬하게 짚어낸다는 것이다. 나아가 가부키 등 전통 예술계에서 시작된 가원(家元, 이에모토) 제도의 세습 구조가 현대 일본의 정치계 파벌과 기업 문화에까지 어떻게 깊게 뿌리내려 사회의 역동성과 유동성을 저해하고 있는지를 추적하며, 일본 사회의 경직성을 날카롭게 해부한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이웃 나라인 일본을 지극히 사실적이고 입체적으로 해부한 시대의 기록물이다. 맹목적인 반일 감정이나 근거 없는 문화적 찬양의 이분법을 뛰어넘어, 왜 그들이 특정한 시점에, 특정 대상에게, 특정한 방식으로 행동하는지를 근원적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모든 한국인에게 이 책은 가장 명확하고 지적인 해답을 제시할 것이다. 이 책을 읽는다는 것은 곧, 한층 성숙해진 대한민국의 렌즈를 통해 동아시아의 복잡한 현재를 해독하고 미래를 새롭게 조망하는 지적 지평의 확장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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