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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 규격 정보
| ISBN | ISBN-13 : 9788932045115 |
|---|---|
| 쪽수 | 268쪽 |
| 크기 | 기타 규격 |
| 제품구성 | 단행본 |
이 책이 속한 분야
- 인문/역사 > 교양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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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몰락에 열광하는 시대를 향한 통찰
웨인 케스텐바움의 굴욕감 수업
굴욕의 목록은 끝없이 이어진다. 어릴 적 아버지에게 학대당했던 마이클 잭슨이 아동 성추행 혐의로 경찰에 출두했을 때 얼마나 모욕적인 몸수색을 당했는지 TV 인터뷰에서 털어놓는다. 아부 그라이브 수용소에서 이라크인 포로들로 인간 피라미드를 쌓은 사진이 보도되었다. 그들은 알몸이었고, 그 옆에서 미군 병사들이 활짝 웃으며 기념 촬영을 했다. 주디 갈런드의 딸 라이자 미넬리는 〈래리 킹 라이브〉에 취한 모습으로 등장해 폭소를 터뜨려가며 과장되고 선을 넘는 모습으로 일관한다. 게이 인권에 반대표를 행사해온 래리 크레이그 상원의원이 남자 화장실 옆 칸 남자에게 음란 행위를 시도하다가 발각된 후 “저는 게이가 아닙니다”라고 호소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타인의 고통에 관한 웅변적 글을 남긴 손택이 사망한 후 그녀의 시신 사진이 담긴 책자가 출판되었다. 할리우드 스타 앨릭 볼드윈이 딸에게 수 분간 욕설을 하고 으름장을 놓는 메시지가 타블로이드 업계를 통해 만천하에 공개되었다. 뉴욕 주지사 엘리엇 스피처는 성매매를 발각당한 후 아내를 옆에 세운 채 사죄 연설을 한다. TV 방송에서 동성애 척결을 주장하던 애니타 브라이언트의 얼굴에 누군가 과일 파이를 힘차게 던진다.
이 책은 대위법적 모방을 선보이는 악곡 형식인 ‘푸가’ 방식을 채용한다. 즉 굴욕에 대한 포괄적 정의를 내리는 대신 역설적 단상들을 병렬적으로 배치하는 데 집중한다. 가볍고 유머러스한 이야기들과 심각하고 끔찍한 사례를 병치하여, 이들이 서로 연결되는 미세한 지점을, 굴욕이라는 공통분모를 드러내고자 시도한다.
“굴욕은 굴욕의 중지로 통하는 길이다”
『굴욕』의 마지막 장에서는 저자가 평생 겪어온 굴욕의 목록이 열거된다. 데이트 약속에서 바람맞은 이야기, 출판사에서 원고를 거절당한 이야기, 어느 시인에게 선물한 서명본 책을 중고서점에서 발견한 이야기, 화장실에서 동료가 똥 싸는 소리를 엿들은 이야기, 병원에서 진료를 받다가 발기된 이야기, 어릴 때 종아리가 매끈하다고, 목소리가 높다고, 엉덩이가 납작하다고 놀림당한 이야기 등. 그중에서도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어린 시절 경험하고 목격한 굴욕의 장면들이다. 즉 어린 시절의 끔찍한 훈육이나 학대, 괴롭힘의 경험이 인생에 지울 수 없는 상처로 남는다는 점이 저자가 특히 관심을 기울이는 부분이다.
저자에 따르면, “정체성이라는 식물은 굴욕이라는 토양에서 발아한다”(27쪽). 이 책의 마지막 에피소드가, 공항에서 한 사춘기 여자애가 아버지에게 엉덩이를 걷어차이는 장면을 목격한 일화로 끝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저자는 그 여자애가 이후 삶에서 겪게 될 ‘모든 굴욕의 본보기’가 될 그 장면을 목격하게 된 사실을, 그런 일이 일어나버렸다는 사실을 애도하면서 이 책을 그에게 헌정한다. “맹세하자. 남에게 일부러 굴욕을 주는 일은 삼가겠다고. 내가 그런 끔찍한 일에 관련되어 있음을 알게 되면, 당장 그만두고 입장을 바꾸고 죄를 바로잡겠다고”(2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