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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 ISBN-13 : 9791124065419 |
|---|---|
| 쪽수 | 200쪽 |
| 크기 | 기타 규격 |
| 제품구성 | 양장 |
- 소설/에세이/시 > 수필 > 국내수필
AI추천 이유









누군가는 누군가를 잠재적으로
영원히 만날 수 없는 상태로 헤어진다.
햇빛에 물이 넘치고 있다.
슬픔도 남의 표정 같았다.
시인에게 삶은 붙잡는 힘이고 시는 되놓는 힘이다. 되놓는 힘은 붙잡는 힘에 비례해서 나온다. 정확히 반작용으로 튀어오른다. 시가 도약하는 지점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곳에서 발생한다. 그곳은 무언가를 붙잡았다가 놓은 흔적이다. 오로지 놓는 힘으로 붙잡은 힘을 말소시키면서 재탄생하는 공간. 그곳이 시의 공간이다(「단어가 말했다」). “아마도 무한정 들어갈 수 있는 공간에/슬픔을 대신하는 말이 들어갈 수 있다.”(17일 시) 시인은 묻는다. 새벽에는 왜 도시가 공원처럼 잠잠해지는가. 공원보다 오히려 더 조용해지는가. 도시의 탁한 물길은 눅눅한 밤공기를 따라 흐르는 방랑하는 영혼을 잔잔히 위로한다. “그 새벽의 전혀 다른 도시를 보여줄 것.” 거의 다짐처럼 들리는 이 목소리는 두번째 시집의 어느 귀퉁이에서 튀어나온 말이고 새벽을 걷다가 문득 건져올린 말이다(22일 시와 남은 말들).
그렇다면 시간이라고 별수가 있겠는가. 전진하는 시간을 전진하는 것. 순행하는 시간을 순행하는 것. 그것이 구름이라면 구름은 장소이면서 또한 시간이다. 앞으로만 가는 시간. 도무지 뒤를 모르는 시간. 뒤를 향하는 것은 기껏해야 인간의 기억이거나 기록. 역사이거나 상상. 역사가 상상이라면 현재는 환상이다. 매 순간 지나치는 현재를 환상이 아니면 붙잡아둘 방도가 없다. 현재는 달아나면서 겨우 환상이라는 위안거리를 남겨둔다(「하늘」). 혹은 비가 오든 오지 않든 시간만 계속 가고 있는 풍경을. 끝에는 뭐가 기다리고 있을까? 고민할 것도 없이 인간이면 누구나 봉착해야 할 시간이 기다리고 있다. 아무것도 소용이 없도록 무화시키는 시간(12일 시와 남은 말들). 그 시간선 위에서 시인은 묻는다. 가물가물하다못해 사라진 것과 진배없는 고향이, 시간을 거스르듯이 온 길을 되밟아 간다 한들 종착지로서 남아 있을 수 있을까?(9일 시와 남은 말들) “때가 되면 오는 비. 그 비를 예상하려고 갖은 노력을 다하는 와중에도/비는 온다. 때가 되면 온다. 영영 아니 올 듯이 시간이 간다.”(「오후 8시경에 비」).
다 울고 나면 울지 않는 사람만 남는다.
여기가 어디라는 것도 그때서야 분명히 안다.
달라진 것은 없다. 책상 앞에 앉은 사람은
책상 앞에서 골목으로 사라진 사람은
골목 뒤에서 대로변에 나온 사람은
대로변에 서서 그 자리에 있다.
잠깐 잠이 든 것처럼 멍하니 있다.
달라진 것은 없다.
지나가는 사람이 서 있다가 지나갔다.
그를 두고 갔다.
_4월 15일 「울음」 부분
ㆍ ‘시의적절’ 시리즈를 소개합니다.
시詩의 적절함으로 시의적절時宜適切하게!
제철 음식 대신 제철 책 한 권
열두 명의 시인이 릴레이로 써나가는 열두 권의 책. 매일 한 편, 매달 한 권, 1년 365가지의 이야기. 난다의 ‘시의적절’ 시리즈는 2026년에도 계속됩니다. 전국 작은 책방에서 독자들과 만나며, 하루 한 편의 글을 읽고 시를 심어온 시간이 켜켜이 쌓여 ‘시의적절’은 어느덧 세 살을 맞았습니다. 2026년 난다의 ‘시의적절’ 시리즈는 보다 탄탄한 양장으로 바뀌었습니다. 시인들에게 여름은 어떤 뜨거움이고 겨울은 어떤 기꺼움일까요. 시인은 1월 1일을 어찌 다루고 시의 12월 31일은 어떻게 다를까요. 하루도 빠짐없이, 맞춤하여 틀림없이, 매일매일을 시로 써가는 시인들의 일상을 엿봅니다.
시인들에게 저마다 꼭이고 딱인 ‘달’을 하나씩 맡아 자유로이 시 안팎을 놀아달라 부탁했습니다. 하루에 한 편의 글, 그러해서 달마다 서른 편이거나 서른한 편의 글이 쓰였습니다. 무엇보다 새로 쓴 시를 책의 기둥 삼았습니다. 더불어 시가 된 생각, 시로 만난 하루, 시를 향한 연서와 시와의 악전고투로 곁을 둘렀습니다. 요컨대 시집이면서 산문집이기도 합니다. 아무려나 분명한 것 하나, 시인에게 시 없는 하루는 없더라는 거지요.
올해 시의적절의 표지는 화가 노석미와 함께합니다. 매일같이 뼈대를 곧추세우고 마음을 쓰듯 몸을 쓰는 화가인 그의 그림은 아주 솔직하고도 담백한 어떤 일기처럼 느껴집니다. 매일을 사뿐히 걸어가는 시의적절과 결을 같이한다고 말할 수 있겠죠. 화가 노석미의 그림은 ‘사귐’을 자아냅니다. 서로 얼굴을 익히고 가까이 지내는 일. 자연과 사람을, 사람과 그림을, 마침내 글과 그림을 사귀게 할 그가 열두 달 시의적절을 장식합니다.
한 편 한 편 당연 길지 않은 분량이니 1일부터 31일까지, 하루에 한 편씩 가벼이 읽으면 딱이겠다 합니다. 열두 달 따라 읽으면 매일의 시가 책장 가득하겠습니다. 한 해가 시로 빼곡하겠습니다. 일력을 뜯듯 다이어리를 넘기듯 하루씩 읽어 흐르다보면 우리의 시계가 우리의 사계(四季)가 되어 있을 테지요. 그러니 언제 읽어도 좋은 책, 따라 읽으면 더 좋을 책!
제철 음식만 있나, 제철 책도 있지, 그런 마음으로 시작한 기획입니다. 그 이름들 보노라면 달과 시인의 궁합 참으로 적절하다, 때(時)와 시(詩)의 만남 참말로 적절하다, 고개 끄덕이시리라 믿습니다. 1월 1일의 일기가, 5월 5일의 시가, 12월 25일의 메모가 아침이면 문 두드리고 밤이면 머리맡 지킬 예정입니다. 그리 보면 이 글들 다 한 통의 편지 아니려나 합니다. 매일매일 시가 보낸 편지 한 통, 내용은 분명 사랑일 테지요.
[ 2026 시의적절 라인업 ]
1월 한여진 / 2월 김상혁 / 3월 권민경 / 4월 김언 / 5월 남지은 / 6월 홍지호
7월 박상수 / 8월 김보나 / 9월 김이강 / 10월 신용목 / 11월 최지은 / 12월 최현우
* 사정상 필자가 바뀔 수도 있음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 2026년 시의적절의 표지는 글과 그림을 다루는 작가 노석미와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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