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차]
서문
서론 문학의 정치학에 대하여
1장 노골적인 기획 : 미국 단편 소설 네 편
아메리칸 드림 : 「립 밴 윙클」
미국에서 남자 어른으로 자란다는 것 : 「이유를 알고 싶다」
여성이여, 과학을 조심하라 : 「모반」
「에밀리에게 장미를」을 위한 장미
2장 『무기여 잘 있거라』 : 헤밍웨이의 ‘분노에 찬 암호문’
3장 『위대한 개츠비』 : 피츠제럴드의 영주의 초야권
4장 『보스턴 사람들』 : 헨리 제임스의 영원한 삼각관계
5장 『미국의 꿈』 : “훌라, 훌라” 마녀들이 말했다
부록 네 편의 단편
립 밴 윙클
이유를 알고 싶다
모반
에밀리에게 장미를
옮긴이 후기
[본 문]
페미니스트 비평가의 첫번째 행동은 동의하는 독자가 아니라 저항하는 독자가 되는 것이어야 하며, 동의를 거부함으로써 우리 안에 이식된 남성의 정신을 몰아내는 과정을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 분명하다. 이러한 엑소시즘의 결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에이드리언 리치가 “과거를 돌아보고,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오래된 텍스트를 새로운 비평적 관점에서 들여다보는 행위”라고 설명한 다시-보기의 능력이다. 그리고 이러한 다시-보기의 결과, 책은 더 이상 전에 읽혔던 방식으로 읽힐 수 없을 것이며 따라서 우리를 무의식적으로 자신들의 기획으로 묶어 두었던 힘을 잃게 될 것이다. 여성들이 문학 작품을 우리 현실을 반영하는 작품으로 다시 써서 [그런 의미에서] 우리의 것이 되게 할 수는 없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 작품들이 반영하는 현실을 정확하게 명명하는 것이며, 그렇게 함으로써 문학 비평을 폐쇄적인 대화에서 적극적인 대화로 전환시키는 것이다. (35쪽)
『무기여 잘 있거라』와 『위대한 개츠비』는 모두 사랑 이야기로, 두 작품은 함께 남성의 권력 유지에 낭만적 사랑의 신화가 다양하게 활용되는 방식을 보여 준다. 이에 더해 「립 밴 윙클」과 「모반」에 드러난 희생양 만들기의 기능이 자세히 설명된다. 사랑과 권력이라는 주제를 더욱 명징하게 연결함으로써 『위대한 개츠비』는 『무기여 잘 있거라』가 감추고 묻어 버리려 했던 적대감을 의식에 더욱 가까이 가져온다. 『보스턴 사람들』과 『미국의 꿈』은 전혀 예상치 못한, 어쩌면 가장 매혹적인 조합을 이룬다. 두 작품 모두 낭만적인 사랑의 모호함이 해소되고 권력의 문제가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제임스의 소설은 남성의 권력, 여성의 무력함이라는 사회적 현실을 묘사하지만, 메일러의 소설은 그 현실을 뒤집는 사회적 신화, 즉 여성의 권력과 남성의 무력함을 만들어 냄으로써 이를 부정한다. 그러나 결국 메일러의 신화는 자신이 부정하는 현실을 유지하는 데 그 목적이 있을 뿐이다. (39쪽)
앤더슨의 이야기에는 페미니즘적 차원이 존재한다. 성장에 대한 소년의 저항은 남성으로 성장하는 것을 거부하는 것으로 명확히 정의되며, 이러한 거부의 근원은 그가 속한 문화가 여성을 대하는 태도와 연관되어 있다. 그러나 남성에게 가부장적 체제가 미치는 결과를 표현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여성에게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여성 독자는 여전히 순전히 남성과 그들의 딜레마만을 다루는 이야기, 여성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든 하등 중요하지 않은 이야기들을 마주한다. 이러한 배제는 특히 앤더슨의 주인공이 처한 상황이 「립 밴 윙클」을 읽는 여성의 상황과 유사하다는 점을 깨닫게 되면 더욱더 불쾌해진다. 용납할 수 없는 정체성의 결여가 두 경우 모두에서 트라우마의 요인이 되며, 이름 없음, 자기혐오, 미결정상황[림보]이 그 결과로 나타난다. 그러나 분열된 자아가 남성일 때 이러한 현상은 예술과 의식의 소재로 더 쉽게 정당화된다. 다 알면서도 어빙의 ‘온화한’ 성에 대한 분석에는 미소를 짓고, 그의 이야기를 읽으며 여성이 겪는 갈등을 상상이 아니더라도 그저 사소한 일로 치부하게 될 독자들은 앤더슨의 이야기가 담고 있는 ‘보편적인’ 비극에 예리한 통증을 느끼고 소년들이 남자가 되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에 깊이 공감하게 될 것이다. (77~78쪽)
에일머가 성장 과정에 대한 보상으로서 구축한 성 정치 체계를 통해 호손은 남성이 어떻게 여성에 대한 권력을 획득하는지, 즉 어떻게 창조하고 죽이며, ‘훼손’하고 ‘고치고’ ‘만드는’ 권력을 가지면서도 결코 ‘좋은 남자’라는 이미지를 포기하지 않아도 되는지를 보여 준다. 이러한 체계 아래에서는 거의 권력 투쟁이 일어날 필요조차 없다. 왜냐하면 여성들은 자신의 인식과 반응의 정당성을 부정하도록 프로그램되어 있으며, 남성의 환상을 진실로 받아들이도록 길들여져 있기 때문이다.(97쪽)
데이지가 단순히 개츠비가 열망하는 마법적 세계를 대표하거나 그것의 화신이 되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그 마법적 세계 안에서는 그녀 자체가 곧 궁극적인 대상이다. 남자들은 그녀를 두고 경쟁하며, 그녀를 소유하는 일은 바로 그 마법적 세계에 들어섰다는 가장 뚜렷한 표지가 된다. 데이지를 향한 개츠비의 욕망은 그녀가 다른 수많은 남자들의 욕망의 대상이라는 사실로 인해 극대화된다. “이미 데이지를 사랑한 남자들이 그렇게도 많았다는 사실은 그를 흥분케 했다. - 그에게 있어 그녀의 가치가 올라간 것이다.”(148) 그들의 욕망은 데이지의 상징적 중요성에 대한 개츠비의 인식을 정당화한다. 데이지가 시중에서 가장 값비싼 상품이라는 점은 톰이 그녀와 결혼하기 전날 밤 그녀에게 35만 달러짜리 진주목걸이를 선물하는 장면에서 아주 분명히 드러난다. 데이지는 돈이 존재하는 이유, 곧 돈이 사들이기 위해 존재하는 대상이다. 그녀의 존재는 돈이 실재한다는 사실을 증명하며 그 소유에 의미를 부여한다. 데이지를 소유함으로써 톰 뷰캐넌의 이스트에그 저택은 완결되고 ‘정당한’ 장소가 되고, 그녀를 갖지 못한 개츠비의 웨스트에그 저택은 미완의 ‘부적절한’ 곳이 된다. (171~172쪽)
올리브의 자기혐오와 그에 따른 자기파괴의 가장 중요한 징후는 아마도 그녀의 페미니즘이 향하는 초점에서 드러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당장 여성의 권리를 쟁취해 내는 것이 중요한 패린더 부인과는 대조적으로, 올리브의 관심은 여성의 고통이라는 역사의 총체에 있다. 그러나 여성의 권리가 아닌 고통에 초점을 맞춘다는 것은 곧 그들의 권력에 대한 잠재력보다 무력함에 초점을 맞추는 일일 테다. 하여, 올리브가 갖는 여성 역사의 비전은 변화가 아니라 굴욕과 패배의 무한 반복을 낳는다. 그런 비전에서 생겨나는 분노는 그 어떤 효과적인 외적 표현으로도 나아갈 수 없는데, 그 이유는 그 비전에 수반되는 남성의 폭정과 권위의 이미지에 의해 길이 막혀 버리기 때문이다. 그 결과 올리브의 분노는 자기 자신으로 향하며, 그녀 자신이 그 강렬함의 희생자가 된다. (278~279쪽)
사실 『미국의 꿈』은 남성의 약함에 대한 숭배를 만들어 내고 남성을 멸종 위기에 처한 종으로 보는 신화에 대한 긍정적 리비도 위에 세워져 있다. 만약 남성이 그렇게 약하다면, 그들이 여성에게 하는 모든 행위는 단순히 조건을 평등하게 만들려는 시도로 설명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논리’야말로 폭정을 위한 완벽한 토양이 되어 준다. 메일러가 『성의 포로』에서 로런스를 “여성에 대한 지배는 폭정이 아니라 평등”이었다고 말하는 사람으로 묘사할 때, 혹은 밀러(Henry Miller)가 “남성 섹슈얼리티에서 이전에는 전혀 보지 못한 무언가를 포착했는데, 바로 남성이 여성 앞에서 느끼는 경외감, 영원에 한 걸음 더 가까이 있는 여성의 위치에 대한 두려움(그 한 걸음 속에 여성의 힘이 있었기 때문에)이 남성으로 하여금 여성을 혐오하고, 비난하고, 욕보이고, 상징적으로 여성에게 배설하게 만든다”고 할 때 바로 이 논리가 사용된다. 여성 권력의 신화는 약한 남성에 대한 신화와 마찬가지로 성 정치학에서 가장 귀중한 구성물 가운데 하나임이 분명하다. (364~36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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