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차]
추천의 글
들어가며
01. 접시꽃 | 사랑의 과정에 함께하다
02. 페루백합 | 느긋한 식물
03. 아네모네 | 씨앗을 둘러싼 비밀 작전
04. 금어초 | 카리스마를 선사하는 꽃
05. 돌부채 | 차가운 겨울의 차
06. 부겐빌레아 | 선원으로 변장해 세계를 일주한 여자
07. 레티쿨라타동백 | 힘든 항해 끝에 도착한 식물
08. 인디언칸나 | 씨앗이 들려주는 리듬
09. 차이니즈플럼바고 | 윌모트의 헌신
10. 분홍바늘꽃 | 왕가의 사업
11. 치오노독사 | 눈 속에 피는 섬세한 푸른 별
12. 호리록로즈 | 다재다능한 식물
13. 유럽은방울꽃 | 행운과 영감의 원천
14. 코스모스 | 철도를 따라간 말의 정령들
15. 애기범부채 | 박물학의 젊은 순교자
16. 패랭이꽃 | 여왕이 아닌 아내의 이름으로
17. 꽃무 | 보상받지 못한 신의
18. 캘리포니아양귀비 | 공작 부인을 위한 완벽한 문장
19. 유포르비아 아미그달로이데스 | 모자 상자를 타고 영국에 오다
20. 서양개나리 | 골짜기의 찬란한 황금 종들
21. 마젤란후크시아 | 조그만 발레리나
22. 올가여왕스노드롭 | 겨울을 예고하는 전령
23. 나팔용담 | 꽃의 이름을 지닌 배들
24. 헬리오트로피움 | 사랑과 애도의 꽃
25. 원추리 | 오늘의 아름다움 그리고 풍미
26. 블루벨 | 러프 장식과 함께 번성하다
27. 독일붓꽃 | 예술가를 위한 녹색 물감
28. 약자스민 | 매혹적인 향기로 감싸안다
29. 우바리아니포피아 | 자연 판화법으로 기록되는 영광
30. 금낭화 | 사랑을 담은 작은 주머니
31. 스위트피 | 고난 속에 엮어낸 꽃의 태피스트리
32. 잉글리시라벤더 | 런던을 누빈 라벤더 상인
33. 붉은숫잔대 | 추기경의 긴 양말
34. 루피너스 | 적자생존의 길
35. 오리건포도 | 대통령의 가드닝 멘토
36. 스토크 | 내 집처럼 편안한 꽃
37. 분꽃 | 자연의 시계
38. 채텀섬물망초 | 신사의 내기
39. 시클라멘수선화 | 잔뜩 바람을 맞은 꽃
40. 개박하 | 고양이가 모르게 심는 방법
41. 알라타꽃담배 | 달빛 정원에서 빛나는 꽃
42. 니겔라 | 인생의 새로운 페이지
43. 모란 | 미스터리에 싸인 순백의 성배
44. 오리엔탈양귀비 | 화단의 침입자
45. 드람불꽃 | 금의환향한 토착 식물
46. 프로테아 키나이로데스 | 바다의 신을 닮은 웅장함
47. 목서초 | 당대의 인기인들이 택하는 꽃
48. 유럽만병초 |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
49. 마틸리하양귀비 | 황금 심장을 가진 꽃
50. 존이스텀린장미 | 고향을 떠나온 정원사를 기억하며
51. 극락조화 | 물소를 피해 찾아낸 식물
52. 라일락 | 순백의 완벽을 강요당한 꽃
53. 아프리칸메리골드 | 죽은 자의 영혼을 인도하는 꽃
54. 렘브란트튤립 | 광기 뒤의 생존자
55. 작은페리윙클 | 땅의 기쁨
56. 향기제비꽃 | 기차를 통해 전해진 향기
57. 미국등나무 | 철자가 정확히 뭐지?
58. 밀짚꽃 | 마를수록 빛나는 아름다움
59. 유카 | 꽃가루 매개자를 찾아서
60. 백일홍 | 젊음과 늙음의 공존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찾아보기
[본 문]
이 책에 실린 여러 꽃의 진정한 기원과 사연은 국경을 넘나드는 건 물론이고 심지어 대륙까지 넘나든다. 이 꽃들의 이야기는 모험과 음모, 도둑질, 더 나아가서는 집착과 표리부동함으로 가득하다. 그런 와중에도 이 꽃들을 찾아 애써 기록으로 남긴 사람들, 가끔은 자기를 희생하면서까지 그렇게 한 사람들 덕에 오늘날 우리네 정원에는 다종다양한 꽃들이 피어 있다. -5쪽
식물의 이름은 정원사들이 당혹스러워할 만큼 자주 바뀌었고 오늘날에도 여전히 그렇다. 그런 만큼 여러분도 이 책에서 식물 이름이 짓궂게도 시간이 지나며 이리저리 바뀐 사연을 만나게 될 것이다. 하지만 내 생각에 그건 결코 그저 정원사를 짜증 나게 하는 과정이 아니다. 그보다는 과학자들이 식물에 대해 점점 더 많은 사실을 알아내는 동안 우리가 참고 견뎌야 할 식물학의 필수적인 발전 과정이다. -6쪽
정원 사이를 걷는 동안 의원은 ‘우연히’ 자신의 예복을 꽃들 사이에 떨어뜨렸다. 그것을 본 의원의 하인은 이 속임수를 기다렸다는 듯 즉시 나서서, 솜털이 덮여 보송보송한 식물의 씨가 잔뜩 묻은 주인의 예복을 얼른 집어 고이 접어서 챙겨 갔다. 이후 자유롭게 ‘해방된’ 씨앗에서 싹을 틔운 아네모네는 의원의 친구들 사이에서 널리 퍼졌고 파리에 거주하던 이들은 정원에서 꽃을 키워 주변에 더 많이 나눴다. -19쪽
이 식물이 어떻게 부겐빌레아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꽤 널리 알려진 사연이 있다. 이 사연은 한 여성에 대한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와 이어진다. 그 여성은 식물과 그 식물의 약효에 대해 광범위한 지식을 지녔으며 최초로 전 세계를 일주했다. -27쪽
르네상스 시대인 1544년에 의사 피에트로 안드레아 마티올리(Pietro Andrea Mattioli)에 따르면 은방울꽃으로 만든 증류수에 라벤더와 로즈메리를 한 꼬집 넣으면 ‘아쿠아 아우레아’, 즉 금빛 물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용액은 금이나 은 용기에 보관될 만큼 무척 귀중하게 여겨졌고 두통이나 히스테리, 기절 증상을 치료한다고 여겨져 매우 수요가 많았다. -49쪽
일찍이 메리 로빈슨이 찬사를 보냈음에도 사람들은 이 보잘것없어 보이는 꽃에 대해 별 관심이 없다가, 19세기 들어 윌리엄 워즈워스(William Wordsworth)나 새뮤얼 테일러 콜리지(Samuel Taylor Coleridge) 같은 낭만주의 시인들이 순수함에 대한 상징으로 스노드롭을 부상시킨 이후에야 태도가 달라졌다. 사람들은 스노드롭의 은은한 녹색과 흰 무늬에 감탄하며 주목하기 시작했고, 심지어 이 꽃을 숭배하는 집단인 ‘갈란토마니아’까지 생겨났다. -78쪽
이 꽃에 ‘빅토리아 여왕’이라는 이름을 붙일까 생각하던 싱킨스는 그 제안을 듣고 이 꽃에 자신의 아내 싱킨스 부인을 기리는 ‘미세스 싱킨스’라는 이름을 붙인다면 식물을 팔겠다고 응했다. -60쪽
전통에 따라 해리 왕자와 메건은 각각 서식스 공작과 공작부인이라는 칭호를 얻었고 새로운 문장이 만들어져 수여되었다. 공작부인의 문장을 살펴보면 먼저 방패의 절반에는 부인이 물려받은 유산과 관심사가 표현되어 있다. 파란색 배경은 캘리포니아 해안에 면한 태평양을 나타내며, 방패를 대각선으로 가로지르는 두 개의 황금빛 광선은 공작부인의 고향을 비추는 햇빛을 상징한다. 그리고 방패 아래의 풀밭에는 이 지역에 부유함을 선사한 황금을 나타내는 캘리포니아양귀비가 늘어서 있다. - 66쪽
롭은 가이드에게 이 식물을 캐서 표본을 만들어달라고 부탁했지만 뿌리째 식물을 뽑고 보니 막상 놓을 곳이 없어서 결혼식에 참석할 때 쓴 화려한 보닛이 든 상자에서 내용물을 꺼내고 영국까지 안전하게 돌아가기를 바라며 조심스레 식물을 넣었다. -69쪽
예컨대 남편을 잃은 여성은 당시 사회에서 용인되는 특정한 애도 의상을 입어야 했다. 애도 기간은 최대 2년 반까지 계속되었으며 다양한 단계를 거쳤다. 첫 번째, ‘완전한’ 애도 단계에는 반짝이지 않는 크레이프와 같은 천으로 만든 검정색 옷을 입었다. 그런 다음에는 연보라색이나 라일락색처럼 차분한 ‘2단계 색상’을 입을 수 있는 단계가 찾아온다. 헬리오트로피움의 연보라색은 이런 애도 관습과 행보를 같이하게 되었다. -84쪽
원추리가 외관을 앞세워 서양의 여러 지역을 행진하며 새로운 서식지를 찾는 동안, 극동 지역 사람들은 이 식물을 장식하기보다는 식재료로 먹거나 의학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재배했다. 특히 중국에서는 이 식물의 말린 꽃봉오리를 ‘황금 바늘’이라고 부르며 입을 즐겁게 하는 흥미로운 재료로 여긴다. -88쪽
그렇게 조지 러셀이 식물 개량을 시작한 지 25년이 넘은 1937년의 첼시 꽃 박람회에서 그의 루피너스는 마침내 사람들 앞에 공개되었고, 당연히 금메달을 획득했다. 그해 8만 명이나 되는 인파가 놀랍도록 다채로운 색깔의 루피너스를 직접 보기 위해 보닝게일 육묘장으로 몰려들었다. -120쪽
영국의 식물학자 존 레이(John Ray, 1627~1705)는 개박하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이 그 식물을 땅에 심으면 고양이들이 차지할 것이다. 씨앗부터 심어야 고양이들이 모른다.” 개박하는 식물일 때 옮겨 심으면 조금 상처를 입으면서 휘발성 기름을 방출하는데 이 기름 성분의 유혹을 거부하지 못하는 고양이들은 개박하를 뜯거나 망가뜨린다. 하지만 씨앗을 뿌려 기르면 우리의 고양이 친구들은 눈치 채지 못할 것이다. -137쪽
열성적인 여행가이기도 했던 지킬은 자신이 방문한 나라에서 영감을 받았으며, 다른 나라를 탐험하는 동안 자신의 디자인이나 글에서 반복되는 주제로 등장할 식물들을 얻었다. 지킬은 여행을 통해 식물과 접했을 뿐 아니라, ‘낡은 예전 유행’으로 여겨져 정원이나 묘목장에서 완전히 사라질 위기에 처한 식물들을 적극적으로 구출해서 널리 홍보했다. -143쪽
조세핀(Josephine) 황후는 호화로운 오락과 다소 외설스러운 행동으로 유명한, 변덕스러운 사교계 명사로 묘사되어왔다. 그렇다 보니 프랑스령 서인도 제도에서 태어난 조세핀이 사실 매우 뛰어난 식물 애호가이자 정원사, 예리한 식물학자였으며 말메종에 자리한 자신의 정원을 통해 여러 새로운 식물을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나머지 지역에 소개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안다면 많은 이들이 놀랄 것이다. 조세핀은 오늘날로 치면 일종의 ‘인플루언서’였다. 157쪽
이후로 이렇게 바이러스에 감염되었거나 자연적으로 ‘깨진’ 튤립들이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이런 튤립이 생기면 이제 주변의 다른 식물을 감염시킬까 우려되어 대개 즉시 폐기된다. 하지만 이런 ‘저주받은’ 튤립들과 달리 툴리파 ‘압살론’ 같은 품종은 없어지지 않고 보존되었다. 이 품종의 색깔은 자연적으로 나타난 것으로 추정되며 그래서인지 다른 ‘깨진’ 튤립처럼 금세 사라지지 않았다. -180쪽
클레멘타인 헌터는 이런 백일홍들을 그리면서 이 꽃을 더욱 좋아하게 되었다. 헌터는 기억에 의존해서 그림을 그린 화가였고 대부분의 그림 주제가 농장에서 보낸 삶에 대한 기억들이었지만, 동시에 화려한 색을 자랑하는 백일홍의 꽃송이가 잔뜩 꽂힌 화병 또한 많이 그렸다. 하루 종일 일을 하고 돌아온 헌터는 등유 램프의 도움을 받아 밤에 그림을 그렸다. 그렇게 인생의 후반기 동안 헌터는 5,000점 넘는 작품을 남겼다. -20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