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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 규격 정보
| ISBN | ISBN-13 : 9791169574495 |
|---|---|
| 쪽수 | 268쪽 |
| 크기 | 규격 외(152mm X 225mm, 신국판) |
| 제품구성 | 단행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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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정약용, 변화의 시대에 돌아오다』는 정약용을 깊이 있게 연구해 온 한 연구자의 질문에서 출발한 책이다. 저자는 오랫동안 정약용의 삶과 저술을 읽고 정리해 온 저술가로서, 변화의 시기를 통과하며 형성된 그의 사유의 기준을 오늘의 언어로 정돈해 제시한다. 이 책에서 저자의 관심은 정약용의 성과를 나열하는 데 머무르지 않는다. 혼란의 시대를 살아가며 그가 어떤 기준으로 현실을 이해하고 판단했는지를 현재의 문제의식 속에서 다시 읽어내는 데 놓여 있다.
정약용이 살았던 조선 후기 역시 정치와 제도가 흔들리고 사회 전반의 질서가 재편되던 시기였다. 저자는 이 시대적 배경을 차분히 짚어가며, 정약용의 사유가 형성된 조건과 문제의식을 독자의 이해 위에 놓는다. 정약용을 다시 읽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과거의 사유를 통해 현재의 기준을 점검하고, 독자가 스스로 질문을 세울 수 있도록 사유의 방향을 정돈하는 일이다.
제1부 ‘다산 사상을 접하기 전에 생각해야 할 것들’에서 제기되는 질문은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문제의식을 또렷하게 드러낸다. “200여 년 전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정약용을 그리워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질문은 단순한 역사적 관심이나 과거에 대한 향수를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지금 우리가 어떤 기준을 잃어버리고 있는지를 돌아보게 하는 질문에 가깝다. 제도는 정교해졌지만 신뢰는 약해지고, 공공의 이름으로 행사되는 권한은 종종 사적 이해와 뒤섞인다. 저자는 이러한 현실을 정약용이 살았던 시대의 구조적 혼란과 겹쳐 보며, 그의 사유가 지금도 여전히 의미를 지니는 이유를 차분히 설명한다.
이 책의 특징은 정약용을 읽는 태도를 분명하게 정리한다는 점이다. 저자는 정약용의 사상을 하나의 개념이나 학파로 단순화하지 않는다. 그의 삶과 시대, 그리고 현실 문제에 대한 대응 속에서 사유를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정약용의 글은 추상적인 이론이 아니라 당대 사회의 구체적인 문제에 응답하며 형성된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정약용의 결론을 전달하기보다, 그가 질문을 세우고 현실을 분석하며 해법을 구성해 가는 사고의 과정을 독자에게 보여준다.
중반부에서 다루는 『목민심서』는 이 책의 중심을 이룬다. 저자는 『목민심서』를 조선 시대 지방관을 위한 행정 지침서로만 해석하지 않는다. 오히려 오늘날에도 적용 가능한 공직 윤리와 행정의 기본 원칙을 담은 텍스트로 바라본다. 책은 『목민심서』의 핵심정신을 네 가지 가치로 정리한다.
공정은 사적 이익을 배제하고 공적 업무에 전념하는 자세이며, 청렴은 재물을 탐하지 않는 깨끗한 정신이다. 애민은 백성을 자식처럼 아끼는 마음이고, 실사구시는 현실의 문제를 정확히 보고 해결을 모색하는 태도이다.
이 네 가지 가치는 단순한 도덕적 덕목이 아니라 사회가 지속되기 위한 제도적 원리이기도 하다. 공정은 제도의 신뢰를 세우고, 청렴은 권력이 사유화되는 것을 막는다. 애민은 행정이 존재하는 이유를 분명하게 하고, 실사구시는 문제 해결의 방향을 현실 속에서 찾도록 이끈다.
이 책이 보여주는 정약용의 사유는 미래로 향한다. 오늘의 사회가 맞닥뜨린 새로운 문제들 속에서 이 사유는 더욱 확장될 가능성을 지닌다. 인공지능과 데이터가 행정을 바꾸고, 사회 구조가 빠르게 재편되는 시대일수록 제도의 방향을 결정하는 기준은 더욱 중요해진다. 기술은 발전할 수 있지만 공정과 책임, 그리고 사람을 향한 시선이 사라지면 제도는 쉽게 신뢰를 잃기 때문이다.
정약용이 강조했던 공정과 청렴의 원칙은 미래 사회의 행정과 정치에서도 여전히 중심이 될 수 있다. 투명한 제도와 책임 있는 권력, 그리고 시민을 존중하는 공공의 정신은 어떤 시대에도 필요하다. 또한 애민의 정신은 단순한 통치 철학을 넘어,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공동체의 균형을 지키는 정책적 기준으로 확장될 수 있다.
실사구시의 태도 역시 미래 사회에서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변화의 속도가 빠를수록 이념이나 구호보다 현실의 문제를 정확히 바라보고 해결책을 찾는 태도가 요구된다. 정약용이 보여준 사고방식은 바로 이러한 지점에서 오늘의 사회가 배울 수 있는 하나의 지적 모델이 된다.
『다산 정약용, 변화의 시대에 돌아오다』는 정약용이라는 한 사상가를 다시 읽게 하는 책이면서, 동시에 우리가 어떤 사회를 만들어 가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하는 살아있는 질문으로 남는다. 또한 정약용의 사상은 시대를 넘어 반복해서 읽힐 이유가 있다. 그것은 결국 사람이 중심이 되는 사회, 공정과 책임이 작동하는 사회를 향한 사유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