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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케스트라 경영학: 하모니의 역설 - 마에스트로에게 배우는 전략 사람 그리고 감동
- 정현구
- 솔과학
- 2026년 04월 0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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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 ISBN-13 : 9791173790492 |
|---|---|
| 쪽수 | 266쪽 |
| 크기 | 규격 외(152mm X 225mm, 신국판) |
| 제품구성 | 단행본 |
- 경제/자기계발 > 경영학
AI추천 이유
나는 평생 두 개의 무대에서 살았다.
하나는 포디움 위의 무대다. 지휘봉을 들고 수십 명의 연주자들 앞에 서는 자리. 조명이 켜지고 관객이 숨을 죽이는 순간, 지휘자는 혼자다. 악보를 외우고, 음악을 해석하며, 단원들의 소리를 하나로 모아야 한다. 그 고독과 책임의 무게는 40년이 지난 지금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다른 하나는 회의실의 무대다. 전략을 설계하고, 조직을 설득하며, 시장의 변화를 읽어야 하는 자리. 처음 기업의 CSO로 불렸을 때, 나는 이 두 세계가 얼마나 다른지를 먼저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얼마나 같은지를 발견하기 시작했다.
이 책은 그 발견의 기록이다.
처음 이 아이디어가 떠올랐을 때, 나는 조심스러웠다. 음악을 경영의 비유로 사용하는 것이 음악을 도구로 격하시키는 것은 아닐까. 오케스트라의 깊이를 경영의 언어로 옮기는 과정에서 무언가
중요한 것을 잃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이내 깨달았다. 음악과 경영은 서로를 격하시키는 관계가 아니다.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게 하는 관계다. 오케스트라의 언어로 경영을 보면-평소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
다. 그리고 경영의 언어로 음악을 보면-무대 위의 아름다움이 얼마나 치밀한 준비 위에서 만들어지는지를 새삼 깨닫게 된다.
이 책을 쓰면서 나는 한 가지 원칙을 지키려 했다.
음악적 사실에 대해 정직할 것.
경영서에서 음악은 종종 느슨하게 다루어진다. 실제로 일어나지 않은 에피소드가 마치 역사적 사실처럼 인용되고, 음악적 개념이 편의에 따라 변형되어 사용된다. 나는 그것을 원하지 않았다. 이 책에 등장하는 모든 음악적 에피소드는 검증된 사실에 근거한다.
그리고 저자의 경험에 대해서도 정직할 것.
이 책은 다섯 개의 막으로 구성된다.
오케스트라의 공연이 악보를 쓰는 것에서 시작해 커튼콜로 끝나듯, 이 책도 전략의 설계에서 시작해 브랜드의 지속성으로 마무리된다. 각 막은 오케스트라의 언어로 열리고 경영의 언어로 닫힌다. 그리고 모든 챕터의 마지막에는 ‘각자의 악보’라는 섹션이 있다. 입문자, 창업자, 관리자, CEO-독자의 위치에 따라 같은 이야기가 다른 통찰로 연결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인터미션에는 특별히 CEO를 위한 섹션을 두었다. 지휘자로서 가장 외롭고 가장 보이지 않는 시간들에 대한 이야기다. 화려한 공연 뒤에 혼자 남겨지는 순간, 아무도 보지 않는 새벽에 총보를 읽는 시간, 지휘봉을 내려놓아야 하는 순간-그 이야기들을 나는 CEO들에게 가장 먼저 건네고 싶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독자에게 한 가지를 부탁하고 싶다.
음악을 들어달라.
각 챕터를 읽으면서, 혹은 읽기 전에, 부록에 소개된 추천 감상 리스트에서 한 곡씩 들어보기를 권한다. 베토벤의 영웅을 들으며 파괴적 혁신에 대한 챕터를 읽으면-불협화음이 혁신의 언어로 들리기 시작할 것이다. 번스타인이 지휘한 시벨리우스 2번을 들으며 위기 대응에 대한 챕터를 읽으면-지휘봉이 날아가도 음악이 계속되는 그 장면이 눈앞에 떠오를 것이다.
음악은 이 책의 배경음악이 아니다. 이 책의 언어 그 자체다.
마지막으로, 이 책이 향하는 독자에게 직접 말하고 싶다.
당신이 지금 이끌고 있는 조직이 어떤 상태에 있든-이 책은 당신의 편이다. 구성원들이 스스로 움직이지 않는다고 느끼는 리더에게, 지시를 내릴수록 조직이 더 느려지는 것 같다고 느끼는 리더에게, 성과는 나오는데 조직이 살아있지 않다는 감각을 가진 리더에게.
그것은 당신의 실패가 아니다.
아직 리허설이 끝나지 않은 것이다.
오케스트라도 처음 리허설에서는 소리가 어긋난다. 각자의 해석이 충돌하고, 파트 간의 균형이 맞지 않으며, 지휘자의 의도가 단원들에게 온전히 전달되지 않는다. 하지만 충분히 함께 틀리고, 함께 교정하며, 서로의 소리를 들어가는 과정이 쌓이면-어느 순간 음악이 스스로 흐르기 시작한다. 지휘자가 지시하지 않아도, 단원들이 전체 음악을 향해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순간.
그 순간을 향해 지금 리허설하고 있는 모든 리더에게, 이 책을 건넨다.
포디움에 오르기 전, 지휘자는 잠시 멈춘다.
악보를 마지막으로 떠올리는 것이 아니다. 오늘 이 음악과 함께할 모든 사람들-단원들, 관객들, 그리고 이 음악을 처음 쓴 작곡가까지-을 마음속에 떠올리는 시간이다. 혼자 만드는 음악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번 새기는 순간.
이 책도 그렇게 읽혀지기를 바란다. 당신 혼자 읽는 책이 아니라-당신의 조직과 함께 읽는 악보로.
자, 이제 지휘봉을 들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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