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차]
1장 랜덤박스 같은 삶
인생의 한 장면: 돌아갈 수 없는 문턱 / 01. 서른아홉, 후반전의 후반전 앞에서 / 심리학 수업: 심리사회적 발달 이론 8단계 / 02. 랜덤으로 받은 선물 03. 폴리아나 법칙, 기쁨게임 / 심리학 수업: 인지적 재평가 / 04. 현실적 낙관주의와 방어적 비관주의 사이에서 / 05. 100퍼센트 나쁜 것은 없다 / 06. 일상과 비일상 / 심리학 수업: 주목착각, 희망오류 / 07. 나만의 행복함수 만들기 / 08. 그래서, 그렇지만, 그래도 행복하기 / 심리학 수업: 행복의 평가방법
2장 경험에 이름을 지으면
인생의 한 장면: 명랑한 척하는 투병 일지 / 09. 도망과 싸움 사이에서 / 10. 스트레스의 온도계 / 11. 조건을 다시 배우다 / 12. 공포는 알아차리고, 불안은 준비하기 / 13. 고통에 이름 짓기 / 심리학 수업: 낙인 효과 / 14. 아프다는 것은 살아 있다는 것 / 15. 불면과 불안 / 16. 불행의 원인 찾기, 귀인 / 심리학 수업: 귀인훈련 / 17. 학습된 무기력에서 벗어나기 / 심리학 수업: 인지행동치료 / 18. 후회해야 소용 있다
3장 렌즈의 초점 바꾸기
인생의 한 장면: 가벼워진 머리, 단단해진 마음 / 19. 때때로 나를 잊는 연습 / 심리학 수업: 자기참조효과 / 20. 시간을 내어 주는 것, 생명을 내어 주는 것 / 21. ‘총량’의 농담에서 배우는 마음가짐 / 22. 일인칭 주인공 시점과 삼인칭 관찰자 시점 / 심리학 수업: 행위자-관찰자 효과, 기본 귀인 오류 / 23. 인성 나쁜 동료와 일하듯 / 24. 관계의 밀도, 던바의 수로 돌아보다 / 심리학 수업: 친밀감과 사랑 / 25. 부정성 편향과 1대 4의 균형 / 26. 사랑에 서 있기
4장 되기가 이끄는 하기
인생의 한 장면: 아픔 뒤에 숨은 도깨비 / 27. 끝나지 않는 질문, 자아정체성 / 28. 나를 써 내려가는 기록 / 심리학 수업: 주류 서사 / 29. 모두가 잠재적 생존자 / 30. 페르소나의 사각지대, 가면이 벗겨진 자리 / 심리학 수업: 칼 융이 말하는 성격 / 31. 용기 내어 거울 보기 / 32. 강철로 뜨는 무지개 / 33. 되기와 하기
5장 버티는 힘과 바꾸는 용기
인생의 한 장면: 통증에 솔직해질 권리 / 34. 마음의 근육, 자기조절 / 심리학 수업: 자기조절 / 35. 나를 다 써 버린 상태 / 심리학 수업: 자아고갈을 회복하는 가장 확실한 길 / 36. ‘나’를 더 잘 아는 것 / 37. 슬기로운 ‘나’ 사용법 / 심리학 수업: 정서 조절 / 38. 영원한 자기조절의 시험대 / 39. 자이가르닉 효과, 슬기롭게 쓰기 / 40. 우아하게 버티기 / 41. 버티기, 멈추기, 그만두기, 그리고 바꾸기
6장 두 겹의 시간
인생의 한 장면: 니모에게 / 42. 뒤돌아보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 43. 다중초점으로 보기 / 44. 시간을 두 겹으로 사는 법 / 심리학 수업: 전향적 시간과 회고적 시간 / 45. 저마다의 카르페 디엠 / 심리학 수업: 자아존중감, 가격이 아닌 가치의 문제 / 46. 시냇가에 심은 나무, 깊은 뿌리내리기
7장 항해, 모든 파도에 건배
인생의 한 장면: 삶이라는 여행 / 47. 흉터에서 흔적으로 / 심리학 수업: 외상 후 성장 / 48. 지혜의 온유함으로 / 심리학 수업: 지혜와 행복의 상관관계 / 49. 마라톤, 기록보다 같이 완주하기 / 50. 죽음을 기억하라 / 51. 죽기와 자아통합감 / 52. 마지막 선물 / 심리학 수업: 딘 사이먼튼의 연구 / 53. 가장 창의적인 작품 / 54. 무사히 돌아갈 날을 기대하며
[본 문]
1장 랜덤박스 같은 삶
어떤 성장은 짧은 시간 안에도 이룰 수 있지만 관계의 깊이, 상실과 실패의 소화, 자아의 재봉합 같은 일들은 시간의 누적 없이는 완성되지 않는다. (p. 22)
비일상은 새로운 일상을 만든다. 나의 새로운 일상은 주기적인 검사, 항암치료 부작용 대처, 수술로 인한 신체 변화 적응, 식생활 관리, 운동 같은 것들이었다. 불편하지만 일상으로 받아들이면 또 다른 단계의 일상으로 나아간다. 그래서 결심했다. 암에 과도하게 주목하지 않고, 내 삶이 암이라는 비일상에 잠식당하게 두지 말자고. 대신 암이 가져온 변화를 새로운 일상으로 만들자고. (p. 45)
2장 경험에 이름을 지으면
고통은 이유를 알 수 없을수록, 설명할 언어가 부족할수록 더 크게 느껴진다. 상실과 실패를 삶의 맥락 속에서 이해
할 수 있느냐에 따라 고통의 무게는 달라진다. 의미를 찾지 못한 고통은 무작위한 폭력처럼 느껴지지만 의미가 부여된 고통은 비록 아프더라도 내 삶의 이야기 안에 놓인다. (p. 78~79)
이름을 새로 부르면 고통은 나를 낙인찍는 사건이 아니라, 삶에서 역할을 바꿔 가는 자원이 된다. 좌절과 상처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새로운 의미가 덧입혀진다. 이런 삶의 태도는 내 생애담의 중심이 된다. (p. 80)
3장 렌즈의 초점 바꾸기
첫 항암 후 매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머리카락을 살짝 당겨봤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사흘, 나흘이 지나자 머리카락이 뭉텅뭉텅 빠졌다. 그날, 화장실에서 혼자 울면서 가위로 머리카락을 직접 잘랐다. 내가 직접 내 머리를 삭발했다고 하면 사람들은 늘 놀란다. 어떤 표정인지 안다. ‘스님도 자기 머리는 못 깎는다는데…… 이 사람, 생각보다 독하네.’ (p. 108)
에릭슨은 사랑을 통해 우리의 정체성이 확장된다고 봤다. 그는 정체성의 확장을 “우리는 우리가 사랑하는 것이 된다(We are what we love)”는 표현으로 설명했다. 이처럼 사랑은 나를 소멸시키는 것이 아니라 나의 정체성을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확장하는 과정이다. (p. 135)
4장 되기가 이끄는 하기
분명해진 건 앞으로 내가 이겨 내야 할 것은 암 하나만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사람들의 말을 곡해하지 않고 세상을 향해 마음의 가시를 세우지 않도록 마음을 자주 다독여야 한다는 것. 몸보다 마음이 먼저 무너지지 않도록 지금보다 훨씬 더 신경 써야 한다는 것이었다. (p. 146)
자기생애담은 기록의 정확성보다 ‘그 사람이 자기 삶을 어떤 방식으로 기억하고 이해하는가’에 무게를 둔다. 자기생애담은 과거를 복원하려는 기록이라기보다, 현재의 나를 이해하기 위해 과거를 의미 있게 엮어내는 서사적 실천이다. (p. 153)
불확실성 속에서 길을 찾고, 쓰러져도 다시 일어나 하루를 건너는 우리 모두 이미 삶의 생존자들이다. (p. 161)
5장 버티는 힘과 바꾸는 용기
자기조절은 일부 사람만 타고나는 성격적 특성이 아니다. 자기조절을 잘하는 사람이란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흔들린 뒤에도 다시 중심을 회복할 줄 아는 사람이다. (p. 187)
나는 지금도 여전히 자주 실패하지만, 예전보다는 덜 무너지고 더 자주 다시 시작할 수 있게 됐다. (p.198)
나에게 암은 삶이 끝날 때까지 완결된 사건이 아닐지 모른다. 그렇다고 암에 묶여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미완에 집중하지도, 방치하지도 않으며 오늘 해야 할 일을 해낸다. 기억은 유지하되 삶은 현재에 두면서, 미완의 일을 가만가만 살피려 한다. 서두르지 않고. (p. 208)
6장 두 겹의 시간
우리의 하루는 선택의 연속에 가깝다. 지금의 나는 과거의 선택들이 쌓여 만들어진 결과이고, 미래는 오늘의 선택으로 세워진다. (p. 221)
삶은 내게 일어난 일들로, 그리고 내가 일으킨 일들로 채워진다. 그래서 지금도 나는 검진에서 자유롭지 못하지만, 검진만을 위해 살지는 않는다. 생각과 계획은 먼 미래까지 두고, 삶과 일상은 지금 이 순간에 두는 것. 그 균형 위에서 하루를 살아내려 노력하는 것이 암 이후의 시간을 대하는 나의 방식이 됐다. (p. 225)
7장 항해, 모든 파도에 건배
외상 후 성장은 외상을 겪은 모두에게 자동으로 일어나는 일이 아니며, 고통이 없어지는 것도 아니다. 다만 고통을 딛고 성장한다. (p. 246~247)
자아통합은 지적 이해만으로 오지 않는다. 과거 사건에 대한 새로운 맥락의 해석, 자신을 품어 준 관계들에 대한 감사, 내 선택의 결과를 책임으로 받아들이는 태도, 남은 시간을 현재형으로 살려는 결심이 차례로 맞물릴 때 일어난다. (p. 265)
결국 이렇게 말할 수 있겠다. 잘 살아낸 오늘이 모여 좋은 어른을 만들고, 세상과 좋은 작별을 할 내일이 된다고. (p. 2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