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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 규격 정보
| ISBN | ISBN-13 : 9788930042284 |
|---|---|
| 쪽수 | 324쪽 |
| 크기 | 기타 규격 |
| 제품구성 | 단행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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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의 아름다운 사계를 음미하는 즐거움
언론인 출신 작가 구영회는 지리산 자락에서 머물며 우리가 잊고 지냈던 자연의 아름다움과 삶의 경이로움을 일깨워 준다. 작가는 화려한 수사 대신, 지리산의 공기처럼 맑고 담백한 필치로 사계의 풍경을 펼쳐 보인다. 붉고 향기로운 꽃망울로 봄을 알리는 매화, 유유히 흐르며 안식을 주는 섬진강, 사색의 시간을 선사하는 서어나무숲, 영겁의 시간을 품은 채 묵묵히 제자리를 지키는 천왕봉까지. 인적 드문 산길에서 거북이처럼 천천히 운전하다 마주치는 풍경들 사이로, 느리게 흐르는 시간의 감각이 잔잔히 스며든다.
작가는 빠르게 질주하는 세계의 반대편에서 자연의 속도에 맞추어 ‘느리게 사는 기쁨’을 이야기한다. 그는 자연을 미화하거나 교훈적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대신 하루의 결을 따라 걷고, 계절의 변화를 응시하며, 그 안에서 길어 올린 생각을 절제된 문장으로 담아낸다. 독자는 작가가 몸으로 직접 통과한 시간을 만나며, 잃어버렸던 삶의 리듬을 스스로 회복하게 된다.
섬진강처럼 흐르는 인연들과 함께하는 행복
작가는 풍경을 바라보는 데서 멈추지 않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자연과 인간, 개인과 공동체가 어떻게 서로에게 스며들고 이어지는지를 깊이 있게 보여 준다. 두 살배기 독자와의 천진한 교감부터, 장날의 푸근한 인심, 연극의 불모지 구례에서 생활연극의 싹을 틔운 후배, 세상에 웃음의 철학을 전하던 고 전유성 씨, 그리고 비움의 삶을 실천하는 만회암의 괴짜 스님에 이르기까지. 작가는 각기 다른 삶의 자리에서 만난 인연들을 통해 ‘함께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다채롭게 그려낸다.
지리산 능선처럼 묵묵히 이어지고, 섬진강의 물결처럼 유연하게 흐르는 이 인연의 이야기 속에서 독자는 ‘동행’이라는 삶의 본질적 가치를 되새기게 된다. 겉보기에 ‘행복과 거리가 먼 곳’처럼 느껴질 수 있는 척박하고 쓸쓸한 환경 속에서도, 사람과 사람이 이어지는 순간마다 삶은 따뜻한 온기를 되찾을 수 있음을 절실히 깨닫게 된다.
자연의 순리대로 도나캐나 사는 삶의 평화
자연과 인간, 일상과 사색을 오가며 살아가는 작가의 지리산 생활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도나캐나’다. 이 말은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삶의 태도이자, 자연의 순리 속에서 스스로를 내려놓는 지혜를 담고 있다. 애써 힘주지 않는 태도, 지나치게 움켜쥐지 않는 마음, 그리고 자연의 흐름에 자신을 맡기는 존재 방식이다.
작가는 단순히 느리게 사는 삶을 권하지 않는다. 그는 자연 속에서 도나캐나 지내며 마음의 시간을 따르는 삶을 이야기한다. 몸의 시간은 누구나 빠르게 흐르지만, 자연과 연결된 마음의 시간은 다르게 흐를 수 있다. 섬진강처럼 더디게 흐르는 마음의 시간이야말로 삶을 더욱 깊고 풍요롭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 책은 바로 그 ‘느린 마음의 시간’ 속에서 쓰였다. 그래서 그의 글은 서두르지 않고, 어떤 결론을 내리기보다 독자가 사유할 여백을 남긴다. 그 빈 자리에, 느린 시간 속에서 켜켜이 쌓인 소박한 일상과 단단한 성찰을 건넨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독자는 어느새 호흡을 늦추고, 자신의 삶의 속도를 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비로소 묻게 된다. 나는 지금 어떤 속도로 살아가고 있는가? 느린 시간은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꾸어 놓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