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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 ISBN-13 : 9791193996782 |
|---|---|
| 쪽수 | 236쪽 |
| 크기 | 규격 외(152mm X 225mm, 신국판) |
| 제품구성 | 단행본 |
- 종교 > 기독교
AI추천 이유
저자서문
세상은 우리를 끊임없이 다그친다.
‘지금 당신의 지경은 얼마나 높아졌는가?’
‘얼마나 더 커졌는가?’
‘얼마나 많이 유명해졌는가?’
지금 우리는 숫자와 규모, 속도와 성과로 한 사람의 가치를 재단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성공이 곧 성실이고 미덕이라고 믿게 하는 이 세상 가운데서 우리는 매일 저울질 당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우상향의 파도를 타고 있는 건 아니다. 성공을 마치 신앙처럼 떠받드는 이 거대한 흐름 속에서 가만히 숨죽이고 있는 이들이 있다. 한쪽에서는 보이지 않는 무게에 눌린 수많은 이들이 조용히 시들어간다. 이런 세상의 한복판에서 갈 바를 모르고 지친 이들에게 나는 조용히 묻고 싶다.
‘과연 우리의 존귀함이 성취의 크기로 결정되는가?’
‘사람들의 박수갈채와 타인과의 비교가 우리의 존재를 정의할 수 있는가?’
1980년, 당시 한국 사회는 매우 혼란스러웠다. 내가 몸담고 있는 교단과 학교 역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시절이었다. 그 불확실성의 한가운데서 나는 도피하듯 유학길에 올랐다. 그리고 45년이라는 세월을 건너 다시 고국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내가 맞닥뜨린 건, 이곳에서도 나는 여지없이 이방인이라는 사실이다.
모든 면에서 눈부시게 발전하고 변화한 한국 생활에 적응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내 마음을 무겁게 한 것은 사회 깊숙이 자리 잡은 양극화였다. 생각과 가치, 세대와 계층 사이의 간극은 생각보다 깊었다. 서로 간에 소통은 점점 어려워졌고, 각자의 언어는 서로에게 가 닿지 못한 채 허공에서 흩어졌다.
관점이 다르면 생각의 결이 달라지고, 결국 서로의 언어도 엇갈린다. 어느새 발전과 변화를 최고의 미덕으로 삼는 우리 사회는 서로를 바라보는 일 따위에는 곁을 내주지 않는다. 이러한 불통의 원인은 결국 ‘무엇을 보느냐’, 즉 어떤 창으로 세상을 바라보느냐 하는 데서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잊고 있는 분명한 한 가지 진실이 있다. 우리의 가치는 우리가 쌓아 올린 업적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우리를 부르신 하나님의 선택과 사랑이 이미 우리를 존귀한 존재로 만들었다는 사실이다. 세상의 성공주의 문화는 더 높은 곳으로 오르라고 끊임없이 채찍질하지만, 하나님의 부르심은 경쟁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 그분은 우리를 성취로 줄 세우거나 비교의 잣대를 들이밀지 않으신다. 각기 다른 자리에서 자신만의 색채로 빛나도록 부르시고, 각 사람을 고유한 모습으로 창조하신 그분의 섭리를 드러내실 뿐이다.
지금 돌아보면, 이 땅을 떠나고 다시 돌아오는 그 모든 선택의 이면에는 내 셈법이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가 먼저 있었다. 낯선 언어와 문화 속에서 학업을 마칠 수 있었던 것도, 이후 이민 목회의 현장으로 나가게 된 것도 모두 그분의 인도하심이었다. 이민자들의 고단한 삶 속에서 나는 수많은 이들의 눈물과 웃음, 좌절과 회복을 목격했다. 그래서 우리가 감당하는 사역의 규모가 크든 작든, 세상의 눈에 띄든 그렇지 않든, 그것이 하나님께서 맡기신 자리라면 그 자체로 영광이다. 나는 우연히 던져진 작은 점이 아니라, 하나님의 치밀한 계획 안에서 지음받은 소중한 한 사람이다. 그분이 맡기신 사역은 크기나 규모와 상관없이 이미 그분의 영광으로 빛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제는 세상의 기준이 아니라, 하나님의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봐야 한다. 성공이 아니라 부르심이, 결과가 아니라 순종이, 비교가 아니라 충성이 우리의 삶을 정의한다는 것을 기억하자. 그때 우리는 비로소 세상의 평가로부터 자유로워지고, 그 자유 안에서 다시 담대히 한 걸음을 내닫을 힘을 얻게 될 것이다.
나는 이 소박한 기록이 한국의 목회자와 성도들에게 삶의 또 다른 결을 보여주는 작은 ‘창(窓)’이 되리라 믿는다. 또 이 글이 낙심한 이들에게 잠시 멈춰 쉴 수 있는 ‘숨 고르기’가 되기를 바란다. 나를 부르신 하나님이 얼마나 크고 위대하신 분인지, 그리고 그 위대하신 분이 나라는 작은 존재를 기억하시고 사용하신다는 사실이 얼마나 놀라운 은혜인지를 다시금 깨닫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
한 사람의 영웅담이 아닌, 우리 모두의 일상이 담긴 이 책이 나오기까지 수고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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