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차]
프롤로그 | 들녘의 마음을 담아_ 이동현
1월 소한과 대한, 고요한 것들의 분주함
겨울 들녘에서 사계절을 준비하며
그루터기에서 어머니의 마음을 봤습니다
현미? 쌀의 변종 아닌가요?
새로운 동물 식구가 왔습니다
김탁환의 물꼬와 둠벙 | 아름다움을 지키기 위해 당신은 무엇을 할 건가요?
2월 입춘과 우수, 야생의 힘은 끈질기다
정월대보름을 바쁘게 보냅시다
봄을 느끼러 오십시오
기러기 밥상을 차려줬지요
달집을 태우며
김탁환의 물꼬와 둠벙 | 미실란, 스무 해에 부쳐
3월 경칩과 춘분, 서두르지도 머뭇거리지도 말고
부족해도 내 손으로 정원 가꾸기
싸목싸목 이 길을 가겠습니다
들녘을 달리는 농부
녹비작물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김탁환의 물꼬와 둠벙 | 영성을 지닌 농부과학자
4월 청명과 곡우, 이제 감상의 시간은 끝났다
농사가 시작되었습니다
농부도 가끔 씨앗이 헷갈려서
섬진강 플로깅, 우리는 섬진강을 주웠습니다
내일 지구의 종말이 와도 볍씨를 뿌립니다
김탁환의 물꼬와 둠벙 | 벼가 아니라 사랑농사를 짓는군요
5월 입하와 소만, 대지와 호흡 맞추기
연구용 품종을 심는 법
볍씨 한 알이 흙과 사귈 때까지
올해도 어린 생태학자들을 만나겠습니다
박사 양반이 왜 이렇게 힘든 일을?
김탁환의 물꼬와 둠벙 | 논의 정수를 체험하는 생태학교
6월 망종과 하지, 씨앗의 마음을 기억하며
벼와 땅의 만남
손 모내기의 가치를 아는 사람들
작은들판음악회에서는 모두가 가수입니다
나이 불문 거리 불문, 모내기 체험
김탁환의 물꼬와 둠벙 | 식구라고 불릴 때마다
7월 소서와 대서, 버텨야 살린다
잡초와의 사투, 김매기
오리 가족이 찾아왔습니다
늦게 핀 배롱나무를 보며
우렁이가 일하지 않는 이유
김탁환의 물꼬와 둠벙 | 소멸하지 않는 회사를 다니고 싶습니다
8월 입추와 처서, 농부임을 새삼 생각하다
벼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농촌의 미래를 그리는 사람들
나는 씨앗 뿌리는 농부입니다
해도 해도 어려운 농사
김탁환의 물꼬와 둠벙 | 단체는 사라져도 활동가는 남으니까요
9월 백로와 추분, 기대와 다를지라도 감사하기
사람도 모이고 새도 모이고
가을 들녘에 스며든 농의 기운
받았으니 더 나눠야지요
첫 메밀 농사, 다시 초보 농부입니다
김탁환의 물꼬와 둠벙 | 문화가 꽃피는 마을
10월 한로와 상강, 기쁨과 아쉬움은 낟알 하나 차이
인생도 농사도 기다림입니다
올해는 풍년일까요?
영화제는 끝나지 않을 겁니다
타들어가는 농심
김탁환의 물꼬와 둠벙 | 식당 휴업, 우린 해법을 찾을 거예요!
11월 입동과 소설, 비로소 숨을 고릅니다
11월 11일, 우리가 흙의 자식임을 깨달은 날
참새가 유기농 쌀맛을 알아버렸다
호되게 당한 밀 농사
계속 응원해 주시겠지요?
김탁환의 물꼬와 둠벙 | 천년 숲도 오늘부터
12월 대설과 동지, 다시 흙을 믿는 시간
건강한 제철 간식 없을까요?
오십 원 동전 뒷면과 농부의 마음
겨울에 이삭을 보는 심란함
흙의 가치를 믿습니다
김탁환의 물꼬와 둠벙 | 책 떠나서 온 곳에 책방이라니
에필로그 | 밥 한 그릇의 지혜_ 김탁환
미실란 풍경
[본 문]
내일 지구 종말이 와도, 농부는 볍씨를 뿌립니다
올해 들어 가장 추웠던 며칠 전날 밤, 저녁모임을 다녀오는 길에 당황스러운 광경을 마주했습니다. 흑미가 집 밖에서 눈을 맞으며 웅크리고 있고, 새로 온 개가 흑미 집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저도 모르게 흑미에게 화를 냈습니다. 바보같이 맨날 양보하더니 밥도 집도 빼앗기고 왜 이러고 있냐고 말이죠. 눈을 맞으며 떨고 있는 흑미를 보고 속상한 마음에 혼은 냈지만, 가만 생각해 보니 춥고 배고픈 생명들에게 자기 것을 내어주는 건 칭찬받아 마땅한 일이었습니다.
-「1월_고요한 것들의 분주함」 중
올해도 장거리 비행을 대비해 부지런히 먹이를 찾는 야생 기러기 무리를 들녘에서 자주 만납니다. 기러기들이 이곳에 애써 찾아온 이유를 생각하며 현미 쌀 한 포대를 들녘에 뿌려주었습니다. 혹시나 다른 기러기 나그네 무리가 소문을 듣고 찾아와 허기를 달래려고 할 때 아무것도 없다면 얼마나 서운할까 싶었거든요. 그저 멀리 가는 길 든든하게 먹고 무탈하게 비행하길 바랍니다.
-「3월_서두르지도 머뭇거리지도 말고」 중
완벽한 농사에 닿기엔 고려할 점들이 너무 많다. 햇볕이 충분이 들어야 하고, 논으로 드는 강물은 넉넉하고 깨끗해야 하며, 비는 충분히 내리되 가을엔 알곡이 여무는 것을 방해하면 안 되고, 큰 바람이 몰아쳐도 안 된다. 병이 돌아서도 안 되고 해충이 들끓어도 안 되며 새들이 몰려와도 안 된다. 사람의 힘으로 할 수 없는 일들이 너무 많기에, 농부는 매일 논으로 나가 두 손을 모으고, 벼가 잘 자라도록 도움을 준다는 온갖 신들에게 빌고 또 빌어왔다. 지독한 사랑이 아닐 수 없다. 이 대표는 이 사랑을 평생 놓지 않을 것이다.
-「물꼬와 둠벙, 벼가 아니라 사랑농사를 짓는군요」 중
아침 기운이 부쩍 선선해지며 농작물 잎마다 흰 이슬이 맺히기 시작하는 때가 백로입니다. 밤사이 내려앉은 이슬은 벼 이삭을 더 단단하게 여물게 하고, 들녘에는 어느새 황금빛이 번져갑니다. 섬진강을 따라 펼쳐진 논들은 여름 내내 품어온 시간을 고스란히 드러내듯 묵직한 빛을 띱니다. 햇볕은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들녘을 비추고, 바람에는 수확의 냄새가 실립니다. 농부는 고개 숙인 벼를 바라보며, 흘려보낸 계절과 다가올 겨울을 함께 떠올립니다.
-「9월_기대와 다를지라도 감사하기」 중
밀 농사는 처음이다 보니 평당 어느 정도의 씨앗을 뿌려야 할지, 거름은 어느 정도 해야 할지 몰라 내내 우왕좌왕했습니다. 물 한 모금 마시고 멍하게 밀밭을 바라보다가, 변변한 농기구도 없는 산밭을 개간하고 곡식을 가꾸셨던 울 엄마 생각이 나더라고요. 어떻게 그 긴 세월 동안 홀로 척박한 땅을 개간하고 많기도 많은 작물을 가꾸며 자식을 먹여 살렸을까 하는 생각에 한없이 고맙고 존경스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11월_비로소 숨을 고릅니다」 중
AI도 중요하고 농사를 자동화하여 효율적으로 짓는 법을 발전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길만이 살 길이라고 환호하기 전에, 그로 인해 잃게 되는 부분도 들여다봐야 합니다. 우리 세대가 가장 비판받아야 하는 건, 이 정도 왔으니 앞으로도 그냥 나와 내 가족과 내 회사만 잘 살면 된다는 자세입니다. 그런 자세로 일관하면 하루하루 변화하며 나아가려는 걸음들을 묶거나 막아설 겁니다. 미래가 멀리 있는 게 아닙니다. ‘천년 숲’도 오늘부터 시작하는 겁니다.
-「물꼬와 둠벙, 천년 숲도 오늘부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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