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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 규격 정보
| ISBN | ISBN-13 : 9791169574631 |
|---|---|
| 쪽수 | 260쪽 |
| 크기 | 규격 외(152mm X 225mm, 신국판) |
| 제품구성 | 단행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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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은 한 시절의 끝을 알리는 말이지만, 김용신 대표의 『퇴직! 인생은 결국 홀로서기입니다』를 읽고 나면 그것이 꼭 끝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오히려 오래도록 익숙했던 이름과 자리에서 한 걸음 물러난 뒤에야 비로소 자신을 다시 바라보게 되는 시간, 남의 기준이 아니라 자기 호흡으로 하루를 살아내야 하는 시간, 그렇게 조금은 느리고 조금은 쓸쓸하지만 그래서 더 진실한 삶의 문턱 앞에 서게 하는 말에 가깝다. 이 책은 바로 그 문턱에서 시작된다.
무엇을 준비해야 하고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를 앞세우는 일반적인 은퇴 담론과 달리, 여기에는 먼저 한 사람의 마음이 놓여 있다. 작가는 머리말에서 “말로 다 하지 못한 마음을 글로 표현하다 보면 공허하던 내면이 차오르며 충만함을 느낄 수 있다”고 적는다. 이 한 문장만으로도 이 글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영원할 것 같았던 무대에서 내려와야만 하는 배우처럼 무너지는 자신을 붙들기 위해, 지나간 시간을 돌아보며 마음의 결을 다듬기 위해 써 내려간 독백이라는 점에서, 서서히 독자에게 삶의 안쪽을 들여다보게 한다.
이 책 전체의 정서는 작가 내면의 발견이고 아쉬움의 회상이다. 퇴직을 앞두고 새벽에 자주 눈을 뜨게 되는 일, 계산기를 꺼내 들고 남은 시간을 가늠해 보는 일, 회사를 떠나면 내 자리가 금세 다른 사람으로 채워질 것이라는 생각 앞에서 문득 서글퍼지는 마음 같은 것들이 과장 없이 담겨 있다. 특히 “퇴직금으로 얼마나 버틸까”라고 스스로 묻는 대목에서 돈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자존심이었고 존재의 무게였다고 적은 문장은, 퇴직 이후의 삶을 생각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마음속으로 되뇌었을 법한 말처럼 읽힌다. 막막함은 막막함대로, 두려움은 두려움대로 나를 바라봐 주는 작가의 시선이 이 글을 단순한 하소연에 머물지 않게 한다.
새로운 삶을 마주한 그 불안의 시간을 지나며 한 사람이 어떻게 자기 삶의 빈칸을 다시 채워 가는지 보여주는 대목도 인상적이다. 목차 앞에 놓인 “퇴직은 나를 다시 ‘빈칸’으로 돌려보낸다. 이제는 내가 내 삶을 채워야 한다”라는 문장은 이 글 전체를 감싸는 하나의 숨결처럼 느껴진다. 퇴직 이후의 시간은 누군가 대신 짜주는 시간이 아니라, 스스로 방향을 정하고 스스로 살아내야 하는 시간이라는 뜻일 것이다. 그래서 여기서 말하는 홀로서기는 쓸쓸한 고립이 아니라, 결국 자기 삶을 자기 이름으로 다시 살아가는 일에 가깝다. 명함이 사라진 뒤에도 남는 것이 무엇인지, 역할이 걷힌 자리에서 끝내 자신을 지탱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한다.
이 책은 페이지를 넘길수록 아름답다. 이야기 곳곳에 작가가 소중히 여기는 작은 마음의 결이 느껴진다. 일기를 닮은 문장들은 어떤 날의 공기, 어떤 밤의 고요, 어떤 말 한마디가 남긴 잔흔까지 자연스럽게 살아난다. 과거의 직함과 자리를 붙들고 살아가려는 태도를 경계하는 대목에서도 그 결이 드러난다. 퇴직 이후의 시간을 상실의 언어로만 쓰지 않기 때문이다. 상처와 실패, 오해와 흔들림은 분명 곳곳에 배어 있지만, 작가는 “실패는 끝이 아니다. 삶이 우리에게 주는 또 하나의 장면일 뿐이다”라는 문장으로 스스로를 일으켜 세운다. 이어서 “당신은 지금 무너진 것이 아니라, 다시 서기 위해 잠시 앉아 있을 뿐”이라고 작가는 비슷한 삶을 걷는 독자에게 위로를 건넨다. 삶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비어 있는 것처럼 보이는 시간 또한 언젠가는 다시 자기 빛으로 채워질 수 있다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