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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 규격 정보
| ISBN | ISBN-13 : 9791166292682 |
|---|---|
| 쪽수 | 336쪽 |
| 크기 | 규격 외(152mm X 225mm, 신국판) |
| 제품구성 |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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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문/역사 > 교양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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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이후를 말하는 시대, 인간다움을 다시 사유하는 작업
1. AI 시대의 질문은 왜 기술이 아니라 인간으로 향하는가
인공지능을 둘러싼 최근 논의는 눈에 띄게 변화하고 있다. 초기의 관심이 자동화, 생산성, 일자리 대체, 알고리즘 윤리에 집중되었다면, 생성형 AI와 초지능 논쟁 이후 질문은 보다 근본적인 층위로 이동했다. 기술이 어디까지 발전할 것인가 보다 그러한 기술 환경 속에서 인간의 위치와 역할은 어떻게 재정의되는가가 중심 문제로 떠오른 것이다. 자유민주주의의 조건, 주체성의 약화, 디지털 통제, 생태 위기와 기술 자본주의의 결합 역시 이러한 논의의 일부다. 『라스트 휴먼』은 이 흐름 속에서 기술 발전의 명암을 논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질문 자체를 인간 이해의 문제로 돌려놓는다. 이 책에서 인공지능은 독립된 기술 현상이 아니라 인간관과 문명 구조를 재검토하게 만드는 계기다. “기계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보다 “인간이 무엇이어야 하는가”가 앞선다는 문제 설정은, 이 책의 전체 논의를 이끄는 중심축이라 할 수 있다.
2. 호모 사피엔스 이후를 사유한다는 것 ― 인간 진화와 문명 전환의 관점
이 책의 중요한 특징 가운데 하나는 AI 문제를 기술윤리나 제도 논의의 범주에 한정하지 않고, 인간 진화와 문명 전환의 문제로 확장한다는 점이다. 특히 저자가 제안하는 ‘호모 사피엔스에서 호모 스피리투스로’라는 개념은 인간의 다음 단계를 능력 증강이 아니라 존재 방식의 변화로 이해하려는 시도와 연결된다.
여기서 영성은 종교적 의미로 축소되지 않는다. 그것은 관계성, 공감, 자비, 초월적 자기 성찰까지 포함하는 넓은 인간 능력의 범주로 이해된다. 이 맥락에서 ‘관계적 존재론’이나 ‘상호의존의 윤리’라는 논의가 등장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인간을 자율적 개인이나 계산적 주체가 아니라 관계 속에서 형성되는 존재로 보는 관점은, AI 시대 인간 이해의 새로운 준거를 모색하는 하나의 방식으로 읽힌다.
이러한 논의는 노동 대체나 기술 규제 중심의 일반적 AI 담론과는 결이 다르다기보다, 그 바깥의 질문을 추가한다고 보는 편이 적절하다. 기술 이후 인간을 사고하기 위해 필요한 철학적 층위를 보강하려는 시도이기 때문이다.
3. AI, 자본주의, 기후위기를 하나의 문제로 읽는 시선
눈에 띄는 또 하나의 특징은 AI 문제를 고립된 기술 현상으로 다루지 않는다는 점이다. 자동화와 잉여 인간 문제, 디지털 통제와 민주주의의 긴장, 성장주의 문명과 생태 파국의 문제들이 별개가 아니라 하나의 구조적 문제로 묶여 있다.
이는 AI를 도구로만 이해할 때 놓치기 쉬운 지점을 환기한다. 기술은 사회 구조와 권력 배치, 인간관과 분리되어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저자는 하라리, 뇌과학, 현대 물리학, 동서양 철학의 논의를 교차시키며 이러한 문제를 설명하는데, 이는 기술 담론을 존재론과 문명 비판의 차원으로 연결하는 데 일정한 역할을 한다.
특히 인간 생존의 원리를 경쟁보다 협력과 공감에서 찾으려는 논의,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정다운 공동체’라는 사회적 상상으로 나아가는 부분은 주목할 만하다. 여기서 공동체는 단순한 도덕적 이상이 아니라 기술 문명의 방향 전환과 연결된 하나의 사회적 모델로 제시된다.
4. ‘라스트 휴먼’이라는 제목이 가리키는 두 개의 의미
이 책의 제목은 다층적이다. ‘라스트 휴먼’은 우선 기술 발전의 임계점 앞에서 인간이 마지막 인간으로 남게 될지 모른다는 위기의식을 환기한다. 기계와의 경쟁에서 밀려나는 인간, 혹은 인간성 자체가 기술 시스템에 흡수되는 상황에 대한 문제의식이 여기에 담겨 있다.
동시에 이 표현은 다른 의미를 품는다. 마지막 인간이라는 말은 종말의 표지가 아니라 전환의 문턱일 수도 있다. 기존 인간관의 한계가 드러나는 지점에서 새로운 인간 이해가 요청된다는 의미다. 이 책이 ‘마지막’이라는 단어를 비관의 수사로만 사용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이중적 의미는 책 전체의 논지와 연결된다. 인간 이후(post-human)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심화(deepening of the human)를 모색하는 문제의식 말이다. 따라서 이 제목은 단순한 경고가 아니라 질문의 형식에 가깝다. 인간은 기술에 의해 종료되는 존재인가, 아니면 다른 방식으로 갱신될 수 있는 존재인가.
5. 기술 시대 인문학의 과제라는 관점에서
이 책이 궁극적으로 제기하는 문제는 기술과 인간의 경쟁이 아니다. 오히려 기술 발전이 가속되는 시대일수록 인간다움의 기준을 어떻게 재정립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효율보다 의미, 지능보다 지혜, 연결보다 관계를 강조하는 대목들은 이 점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러한 논의가 단순한 가치 선언에 머무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것은 오늘의 기술 사회가 인간 능력 가운데 무엇을 과도하게 강조하고 무엇을 소거하는지를 비판적으로 성찰하게 만든다. 계산 가능성은 증대되었지만 판단의 지혜는 충분히 논의되고 있는가, 연결은 확장되었지만 관계는 심화되었는가 하는 질문들이 자연스럽게 따라 나온다.
그 점에서 『라스트 휴먼』은 미래를 예측하는 책이라기보다, 미래를 사유하는 방식에 개입하는 책으로 읽힌다. AI 시대 논의가 산업 전략과 규제 문제에 치우치기 쉬운 상황에서, 인간 존재의 조건 자체를 다시 묻는 작업은 여전히 의미가 크다.
이 책이 남기는 질문도 결국 거기에 있다. AI가 어디까지 갈 것인가 보다 인간은 어디로 갈 것인가. 그리고 이 질문은 기술의 미래만이 아니라 인간 문명의 미래를 묻는 질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