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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 규격 정보
| ISBN | ISBN-13 : 9791138858069 |
|---|---|
| 쪽수 | 304쪽 |
| 크기 | A5(148mm X 210mm, 국판) |
| 제품구성 | 단행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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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 돋친 현실에서도 끝내 향기를 토해내는 장미처럼,
굽이치는 영산강 들녘에서 길어 올린 찬란한 생의 찬가
김영배 시인의 아홉 번째 시집 〈사랑에 멍든 장미꽃 향기〉는 단순한 시적 유희를 넘어선 치열한 삶의 증언이다. 시인은 전남 함평 속금산 자락에서 태어나 학이 건너다니는 다리(鶴橋)에 보낸 어린 시절부터 홀로 상경해 신문을 팔며 고단한 청춘을 보냈던 시절, 그리고 목회자의 길을 걸으며 이웃과 호흡해 온 지금까지의 전 생애를 정직한 시어들로 풀어냈다. 그에게 시는 화려한 꾸밈이 아니라 차마 배고픈 소리를 누구에게도 할 수 없었던 그 시절의 고독과 부끄러움을 신 앞에 털어놓는 간절한 기도와도 같다.
시집의 제목이기도 한 ‘사랑에 멍든 장미꽃’은 시인 본인의 자화상인데, 그는 장미가 가진 날카로운 가시를 질시와 편견에 맞서며 견뎌온 외로움으로 보고 그 꽃이 뿜어내는 진한 향기를 땀과 눈물의 결정체로 정의한다. 인생의 길도 수많은 질곡을 거친 후에야 비로소 삶의 깊은 곳에서 배어 나오는 진짜 향기를 맡을 수 있다고 말하며, 지금 고통 속에 있는 이들에게 그 시간이 결코 헛되지 않음을 나직한 목소리로 들려준다.
이번 시집은 개인의 아픈 역사를 기록하는 데 그치지 않고 타자의 고통과 시대의 흐름으로 그 시선을 넓혀간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을 보며 평화를 기도하고,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의 태도에서 겸손을 배우며, 길가에 핀 이름 없는 민들레 한 송이에서도 신의 섭리를 발견한다. 시인은 ‘나는 아플 때만 기도한다’는 솔직한 고백을 통해 자신의 연약함을 드러내면서도, 내 심장이 뛰는 한 길을 멈추지 않겠다는 의지를 다진다. 인생 칠십을 앞두고 시인은 ‘천명’을 헤아리며 지난 세월이 ‘벌써’라는 말 한마디에 저미어 오지만, 여전히 나그넷길에 매달린 이슬방울이 되어 누군가의 메마른 마음을 적셔주고 싶어 한다.
안산의 담벼락에 시를 쓰고 탁구 교실에서 이웃과 땀을 흘리며 살아가는 시인의 일상은 그 자체로 하나의 아름다운 시가 된다. 이 시집을 펼치는 독자들은 멍든 가슴을 안고서도 끝내 향기를 잃지 않는 장미의 강인한 생명력과 조우하게 될 것이다. 고단한 일상에 지친 우리 모두에게 이 시집은 함께 등을 기대며 가고 싶은 아주 다정한 친구가 되어줄 것이라 확신한다. 시인이 건네는 투박하면서도 진실한 문장들은 세월의 풍파를 견뎌낸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묵직한 울림을 지니고 있으며, 이는 독자들의 마음속에 오래도록 지워지지 않는 삶의 향기로 남을 것이다. 수많은 시련을 통과한 끝에 도달한 이 평온한 시적 세계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진정한 삶의 가치가 무엇인지 다시금 일깨워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