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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 규격 정보
| ISBN | ISBN-13 : 9791194550174 |
|---|---|
| 쪽수 | 448쪽 |
| 크기 | 규격 외(152mm X 225mm, 신국판) |
| 제품구성 | 단행본 |
이 책이 속한 분야
- 인문/역사 > 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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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이후의 질문, 이제는 삶이다
대한민국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압축 성장이라는 경로를 통해 세계적으로 드문 경제적 성취를 이루어냈다. 산업화와 정보화의 과정을 거치며 국민소득은 비약적으로 증가했고, 도시화와 기술 발전은 우리의 생활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았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의 이면에는 또 다른 질문이 남아 있다. 과연 우리는 더 나은 삶을 살고 있는가.
많은 시민이 체감하는 현실은 다르다. 청년 세대는 안정적인 미래를 기대하기 어려워졌고, 중장년층은 고용 불안과 돌봄 부담 사이에서 균형을 잃어가고 있으며, 노년층은 긴 노동 이후에도 충분한 삶의 안전망을 확보하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 경제는 성장했지만, 삶의 안정은 보장되지 않는 역설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기본사회가 온다』는 바로 이러한 구조적 모순을 정면으로 바라본다. 이 책은 성장 중심의 사회가 일정한 한계에 도달했음을 전제하며, 이제는 삶의 질과 인간의 존엄을 중심에 두는 새로운 사회 설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는 단순한 정책의 조정이 아니라, 사회의 기본 원리를 다시 정의하는 작업이다.
기본소득과 기본서비스: 삶을 지탱하는 이중 구조
책의 핵심은 기본소득과 기본서비스를 결합한 이중 구조에 있다. 이는 기존 복지 정책의 보완이 아니라, 사회 안전망을 근본적으로 재설계하려는 시도다.
기본소득은 모든 시민에게 조건 없이 지급되는 소득으로, 개인이 최소한의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는 단순히 소비를 지원하는 정책이 아니라, 삶의 불확실성을 줄이고 개인이 장기적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기반이다. 일정한 소득이 지속적으로 보장될 때 개인은 단기적인 생존 경쟁에서 벗어나 자기 삶을 계획할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된다.
책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기본소득만으로는 삶의 안정이 완성될 수 없다고 강조한다. 주거, 의료, 교육, 돌봄과 같은 필수 영역이 시장에 맡겨질 경우, 개인은 여전히 구조적인 불안에서 벗어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기본서비스가 등장한다. 기본서비스는 인간다운 삶을 위해 필요한 영역을 공공이 책임지는 제도적 장치다. 이는 단순한 복지 확대가 아니라, 사회 구성원 모두가 일정 수준 이상의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기반을 의미한다. 기본소득이 개인의 ‘일상’을 안정시키는 장치라면, 기본서비스는 삶의 ‘구조’를 안정시키는 장치다. 이 두 가지가 결합할 때 비로소 개인은 생존을 넘어 삶을 설계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게 된다.
왜 지금 기본사회인가: 전환기의 구조적 위기
이 책은 현재를 단순한 변화의 시기가 아니라, 구조적 전환의 시기로 규정한다. 특히 세 가지 요인이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첫째는 기술 혁신이다. 인공지능과 자동화 기술의 발전은 노동시장의 구조를 급격하게 변화시키고 있다. 기존에는 안정적인 일자리를 통해 생계를 유지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그러한 구조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둘째는 인구 구조의 변화다. 저출산과 고령화는 경제 성장의 기반을 약화하는 동시에 복지 수요를 급격히 증가시키고 있다. 이는 기존 재정 구조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부담을 초래할 수 있다.
셋째는 불평등의 심화다. 자산과 소득의 격차는 점점 더 확대되고 있으며, 개인의 노력만으로 이를 극복하기 어려운 환경이 형성되고 있다.
이러한 조건 속에서 기존의 복지 체계는 한계를 드러낸다. 사후 대응 중심의 정책은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지 못하고, 오히려 행정적 비효율과 사회적 낙인을 낳기도 한다.
기본사회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전 보장’이라는 원리를 제시한다. 이는 문제가 발생한 이후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애초에 삶의 기반을 안정적으로 설계하는 접근이다.
재원의 새로운 접근: 공유부와 국민성장펀드
기본사회 실현의 핵심 과제 중 하나는 재원이다. 저자는 단순한 증세 논의를 넘어 새로운 재정 패러다임을 제안한다.
공유부는 사회 전체가 함께 형성한 자산에서 발생하는 이익을 시민 모두가 공유해야 한다는 개념이다. 토지, 데이터, 자연자원 등은 특정 개인이나 기업이 독점하기보다 사회 전체의 자산으로 인식되어야 하며, 그로부터 발생하는 수익은 공정하게 배분되어야 한다.
또한 국민성장펀드는 국가가 미래 산업에 투자하고, 그 성과를 국민에게 환원하는 구조를 의미한다. 이는 단순한 복지 지출이 아니라, 성장과 분배를 동시에 고려하는 새로운 경제 모델이다. 이러한 접근은 기존의 재정 논의를 확장하며, 기본사회가 단순한 이상이 아니라 실현 가능한 체계임을 보여준다.
나아가 2026년부터 2035년까지의 10년을 세 단계로 나누어 기본사회의 실행 전략을 제시한다. 준비기에서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시범사업을 통해 정책의 효과를 검증한다. 확산기에서는 정책을 전국적으로 확대하고, 정착기에서는 이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구조를 완성한다. 각 단계는 구체적인 정책 수단과 함께 제시되며, 현실적인 실행 가능성을 강조한다.
기본사회가 던지는 근본 질문
이 책은 독자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어떤 사회에서 살고 싶은가. 그리고 사회는 개인의 삶을 어디까지 책임져야 하는가. 기본사회는 단순히 더 많은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기반을 공동으로 설계하는 사회를 의미한다. 이는 개인의 책임과 공동체의 역할 사이의 새로운 균형을 모색하는 시도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많은 경쟁이 아니라, 더 안정된 삶이다. 그리고 그 삶을 가능하게 하는 사회적 기반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다. 이 책은 그 질문에 대한 가장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답 중 하나를 제시한다.
『기본사회가 온다』는 단순한 정책 제안서가 아니라, 대한민국 사회의 미래를 재구성하기 위한 종합적인 설계도다. 경제, 사회, 정책을 아우르며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독자에게 구체적인 상상력을 제공한다. 결국 이 책은 ‘누구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제도적 상상력과 실천 계획을 동시에 담고 있으며, 불안이 개인의 책임으로 전가되는 시대에서 사회적 기반을 다시 구축하려는 하나의 선언이자 설계도로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