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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붙들다 (현대시세계 시인선 190)

  • 허의도
  • 북인
  • 2026년 05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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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 규격 정보
상품상세정보
ISBNISBN-13 : 9791165121907
쪽수216쪽
크기규격 외(152mm X 225mm, 신국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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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청춘의 잿더미이고 파편이었던 시(詩)를 45년 만에 되찾은 허의도의 첫 시집
1981년 전국대학생 공모 효원문학상 당선하고 1988년 『세계의문학』 봄호에 「가족」 외 2편으로 등단하고 『전망』과 여러 월간 및 계간 문예지에 시를 발표했던 허의도 시인이 첫 시집 『누가 붙들다』를 현대시세계 시인선 190으로 출간했다.
허의도 시인에게 이 시집은 매우 각별할 터이다. 1981년 전국대학생 공모 효원문학상 당선을 기점으로 치자면 45년 만에 개인 시집이 나오는 셈이다. 첫 시집을 늦게 내는 경우를 종종 보아왔지만 이렇게 오랜 시간을 끈 경우는 흔하지 않다. 그러다 보니 시집의 분량도 만만치 않고 서사에 가까운 이야기들도 곳곳에 배치되어 있었다.
허의도 시인의 시에서 바람은 대자유의 혼란이라는 역설이 고스란히 담고 있다. “뒤척임의 흔적을 따라 흩어지는 파편”으로서의 바람은 사라져버린 “나의 시”와 등가의 가치를 가진다. 시적 화자에게 “청춘의 바람”은 눈물로도 환원될 수 없는 상처를 함유하고 있다. 그것은 상징적으로 “무채색”이며 동시에 “잿더미”이다. 그에게 시란 청춘의 잿더미였으며 그마저도 바람과 함께 사라져버린 것이다.
「작별인사」 연작은 잃어버린 자신의 시와 작별이면서 동시에 어딘가에 있을 자신의 시를 만나러 가는 인사이다. 잃어버린 시간을 가로지르며 스스로 모난 돌을 굴리어 둥근 시간으로 만들어가는 일, 그러다 문득 다시 시퍼런 모서리의 날에 찔리는 것이 허의도 시인에게는 시(詩)인 셈이다.
독자 입장에서 「누가 붙들다」 연작을 읽으며 “누구”는 과연 “누구”인가 하는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이 시를 읽어보면 “누구”는 “발자국”이며 “흔적”일 뿐이다. 즉 구체적 실체로서의 무엇이 아니라는 말이다. 들뢰즈의 방식으로 말하면 감각은 되어지지만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실체가 “누구”인 셈이다. 추론컨대 “새벽 눈길, 질질 끌고 가던 걸음을/ 문득 멈춰선 곳, 발자국”이란 청춘의 흔적이며 가난했지만 영성 가득한 시절의 시의 흔적이라 할 수 있다.
시적 화자인 허의도 시인은 밤마다 “오늘 밤도 시는/ 아우성치고 울음을 토”(「누가 붙들다 3」)하는 장면을 마주한다. 시적 화자는 고물상으로 가버린 컴퓨터와 “장맛비에/ 젖어 뭉개졌던”(「누가 붙들다 3」) 자신의 시를 애타게 찾다가 큰 결심을 낸다. 자신의 내부 어딘가에 이전의 시와는 “다른 근육질 촉수가 살아 있을 것”(「누가 붙들다 3」)이라는 믿음으로 새로운 시를 찾아가고자 한다. “거친 벌판으로 걸어가련다”(「누가 붙들다 3」)는 의지가 바로 그것이다.

목차

시인의 말 · 5

1부 저 부는 바람과 시
서시(緖詩) · 13
아무튼, 가을 · 16
길을 잃으면 · 17
망초 · 19
바람이 자꾸 · 23
흔들리며 · 24
하늘, 바다 그리고 저 부는 바람과 시 · 26
내 사랑은 · 28
내 사랑은 ver. 2 · 29
누가 붙들다 3 · 32
누가 붙들다 4 · 35
누가 붙들다 5 · 37
누가 붙들다 6 · 38
누가 붙들다 7 · 39
누가 붙들다 7-1 · 40
누가 붙들다 8 · 41
순이, 순이야 아 아니다, 순아 · 44
뜨거울 때 꽃이 핀다 · 55
겨울산 · 60
반지하방 · 63
살아남은 자의 슬픔 · 67

2부 아버지의 마흔아홉
아버지, 철책에서 · 71
신분증 사진 혹은 단풍잎 · 72
아버지의 마흔아홉 못다한 청춘 · 75
어머니, 길을 잃다 · 86
아버지, 세월 49년 그 겨울 · 88
아들, 압록 두만의 철교를 맴돌다 · 92
죽음, 기억 그리고 사랑 · 95
나이 들어서야 비로소 · 97
도시락 · 99
잘 가라, 우리들의 헐랭이 · 101
어.머.니 · 103
기도 · 107
그해 겨울 · 110
어떤 이의 새벽길 · 111
저, 괜찮아요 · 112
나무는 · 115
단시 소고 · 117
어떤 봄 · 123
청춘 · 124
귀천 · 126
Good girls go to heaven Bad girls go everywhere! · 127
죽을 만큼 버텨 살기 · 129
백탑 · 130

3부 작별인사
떠나간 시, 나의 시 · 141
파지 · 145
2백자 원고지 · 147
시는, 나의 시는 · 150
작별인사 · 157
작별인사 2 · 159
작별인사 3 · 162
독자 놈들 쉬어 시인 놈들 다 집합해! · 165
나, 목련나무 · 169
부엔 카미노 · 172
잡스의 병상 · 174
상처 · 179
가장자리 서기 · 180
어느 재야 철학인 · 181
우린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날까? · 183
가끔은 잘못 탄 열차가 ─ · 186
시간의 시간 · 187
책들아 · 188
수수꽃다리 · 190
서시(序詩) · 194

해설 잃어버린 시를 찾아서 / 우대식 · 197

[본 문]
[표제시]

누가 붙들다 7-1
--
서울 변두리
혹은 시골
문짝이 고장난 서점
절판된 토니 모리슨의 소설 『술라』
아니면 오규원의 시집 『분명한 사건』
먼지 뒤집어쓴 채 꽂히다
긴 세월 쩍쩍 금가며
반품의 날을 기다리다, 끝내 만나다
광화문 교보문고 영풍서점에서
다시 살아난
무라카미 류, 로자 룩셈부르그
또는 체 게바라
회전문을 따라 돌다
돌고 돌다
다시 그들 앞에 서서
발뒤꿈치를 들다
사알짝!
-
✽ 『열린시학』 2003년 가을호(통권 28호) ‘한국대표시와 시론’ 편 게재작임. 당시 「누가 붙들다」 연작시 10편 중 유일하게 찾은 것으로 넘버링 7로 명시돼 있었음. 이를 새 연작시에 붙여 ‘7-1’로 명기해 이번 시집에 붙이다.
--

[대표시]

나이 들어서야 비로소
--
세상에는 가르침 아니라
나이듦으로 깨쳐야 하는 게 많다.
-
아버지와 동행길. 아버지가 나고 자란 고향이고 나에겐 본적지, 늘 어색하다. 시골 한적한 정류소에 내린 아버지는 곧장 구멍가게로 향한다. 비포장길, 물건보다 먼지가 더 가득한 곳에서 담배를 고른다. 일가친척 인사 선물이다. 가까운 친척은 궐연형 필터담배, 조금 먼 친척은 싼 연초형 풍년초. 신문지에 둘둘 말아 가방에 나눠 담는다. 과자나 사탕 같은 구미 당기는 것 두고 왜 고약한 담배를 선물로 사는 걸까? 아버지 꽁무니를 따라 돌담 하나 돌아나오자니
-
내 청춘은 길 떠나고 없다. 간발로 승객을 두고 떠난 시외버스는 돌아오지 않는다. 그렇게 우두커니 서서, 나이 들면 필요한 게 없다는 걸 알았다. 쌀보리도 궁한 판에 간식은 사치, 고구마 옥수수 감자에 동치미 국물이면 충분하거늘. 돈을 들여 사야 하는 건 오직 연기를 뿜고 사라지는 담배 하나뿐. 문득 돌아보니 담배를 사던 아버지도, 내가 담배를 사드릴 아버지도 이미 없다. 이제야 담배 선물의 진실과 더불어 아버지의 부재까지 새삼 사무친다.
-
무덤 상석에 담배 한 개비 불붙여 올린다.
바람에 타든다. 연기 그리고 아버지─
--

시간의 시간
--
잃어버린 세월
한복판 가로지르다.
-
마디마다 부러지는
관절. 마음속 돌멩이
-
굴리다. 어찌 모난 돌 하나
마음의 벽, 감당하기 힘든 세월
-
그리고 떠돌기. 시간은 산새처럼 날고
아픔만 멈출 줄 모르고 밀려오다
-
도올─돌 굴려야 날이 닳아
둥근 시간이 되는 것
-
다시 시퍼런 모서리의 날
파고드는, 별안간 깊숙이 찔리다
--

내 사랑은
--
눈 내리게 하소서
괜찮다 괜찮다 다독여주소서
-
사랑은 작은 가슴을 넘쳐
금세 온 바다 거친 파도로 돌아와
통째 무너졌나니
-
한 번도 내가 나를 사랑하지 않았는데
산산조각 부서진 나를 누가 일으키리오
-
오래도록 눈 덮인 땅이게 하소서
봄을 잠시 비켜서게 하고
그냥 하얗게, 하얀 칠로 펼쳐두소서
-
눈 내리게 하소서
애초 없었노라, 버리고 떠나가소서
--

 

 

 

저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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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허의도

    1957년 출생. 대학 시절인 1981년 전국대학생공모 효원문학상에 시 「비탈」로 당선. 1985년 무크 『전망』 2집에 작품 발표하며 전망문학회 동인 활동. 1988년 민음사 『세계의문학』 봄호 「가족」 외 2편으로 등단. 이후 『전망』과 여러 월간 및 계간 문예지에 시 발표. 25인 신작시집 『그날이 오기까지』(1987년 민병욱 편) 이후 개인 시집 출간은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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