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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 ISBN-13 : 9788936439941 |
|---|---|
| 쪽수 | 312쪽 |
| 크기 | 기타 규격 |
| 제품구성 | 단행본 |
- 소설/에세이/시 > 수필
AI추천 이유

현대사를 관통하는 균형 잡힌 시론과
시와 삶의 일치를 향한 끝없는 영혼의 여행
제1부에서는 광복과 6·25전쟁, 4·19혁명, 군사독재, 그리고 6월항쟁에 이르는 현대사의 굴곡 속에서 한국시가 당대의 현실을 어떻게 수용해왔는지를 날카롭고도 균형 잡힌 시선으로 고찰한다. 신동엽 김수영 김지하 조태일로 이어지는 저항시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면서도, 김춘수와 김종삼 등의 서정시와 모더니즘 시 역시 우리 문학사에서 결코 제외될 수 없는 성취로 바라본다. 무엇보다 민중·민족 담론에 방점을 둔 시의 역사적 의미를 인정하면서도 “자기성찰이 없는 시가 아무리 옳은 소리만 골라 한다 해도 독자에게 감동을 주지 못한다”라고 단언하는 대목은, 역사의 아픔을 품되 문학적 완성도를 잃지 않으려 했던 신경림 문학의 단단한 뼈대를 보여준다.
제2부에서는 등단작 「갈대」를 발표한 이후 10년의 방황을 거쳐 『농무』에 이르기까지, 시인이 어떻게 자신의 시를 끝없이 갱신해왔는지가 생생하게 펼쳐진다. 순수서정에서 리얼리즘으로 나아가고, 다시 민중적 가락을 천착했던 시간마저 어느 순간 자신의 시를 가두는 “낡은 옷”이 되었음을 직시하며 긴 쇄신의 시간을 감당해낸다. “나의 시는 늘 새로운 것을 찾아 떠나는 영혼의 여행일 수밖에 없다”라는 시인의 고백은 시와 삶의 일치를 향한 한 거장의 아름다운 여정을 묵직하게 증명한다.
제3부는 자연과 일상, 그리고 다채로운 사회 현안 속에서 길어 올린 깊고 따뜻한 통찰을 담고 있다. 이 밑바탕에는 자연에서 체득한 삶의 태도가 놓여 있다. 시인은 남한강을 곁에 두고 걸으며 강이 마을과 마을을 가르는 것이 아니라 이어준다고 말한다. 헤어지는 곳이 아니라 만나는 곳이며, 사람을 막는 것이 아니라 넉넉히 안아주는 강물의 이치는 곧 그가 평생 지향해온 소통의 윤리이기도 하다. 이러한 시선은 교육, 환경, 통일 등 사회를 향한 발언에서도 고스란히 이어진다. 시인은 거리로 내쫓기는 자와 내쫓는 자, 남과 북 사이에 가로놓인 단절을 짚으며 “가장 낮은 자세가 되어 상대를 높이면서, 상대를 존중하면서” 문제를 생각해보아야 한다고 역설한다. 또한 과거 조봉암 사건의 사법 살인을 돌아보며 “법도 역시 사람을 위해서 기능하는 것이어야 하며 (…) 법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인간을 사랑하고 귀하게 여기는 인간적인 사람”이어야 한다고 일갈한다. 진영 논리, 혐오, 불신이 만연한 지금, 이 문장들은 더욱 날카롭고 절실한 현재적 울림으로 다가온다.
우리가 잃지 말아야 할
맑고 단단한 삶의 이정표
『산은 날더러 들꽃이 되라 하고』는 거센 풍랑 속에서도 인간이 지켜야 할 가치와 품위를 끝내 놓지 않으려 했던 한 시인의 치열한 자기고백이다. 자신이 발 딛고 선 현실을 외면하지 않으면서도 거대담론의 구호에 함몰되지 않으려 했던 문학적 긴장, 사람을 향한 깊은 연민, 그리고 자기 안을 깊이 들여다보려는 진실한 태도가 이 책의 의미를 유독 각별하게 만든다. 성공과 이익을 좇아 모두가 화려한 밖을 향해 내달리는 세상이다. 시인은 이 어지러운 궤도에서 잠시 비켜서서 고요히 ‘안으로 난 길’을 응시하라고 당부한다. 자신의 부끄러움과 모자람까지 숨김없이 드러내면서도 끝내 타인과 세계를 향한 다정한 믿음을 잃지 않았던 넉넉한 어른의 품과, 한평생 정직한 언어로 우리 곁을 지켰던 시인의 이 마지막 육성은 상실과 불안의 시대를 묵묵히 견뎌내고 있는 오늘의 우리에게 오래도록 지워지지 않을 먹먹한 위로와 경이로운 떨림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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