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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 ISBN-13 : 9791139731682 |
|---|---|
| 쪽수 | 168쪽 |
| 크기 | 규격 외(152mm X 225mm, 신국판) |
| 제품구성 | 단행본 |
- 인문/역사 > 세계역사/지리
AI추천 이유

로마 북쪽 숲에는
이상한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로마의 북쪽, 레누스강(라인강)과 다누비우스강(다뉴브) 너머에는 로마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세계가 있었다. 그곳 사람들은 도시의 대리석 광장이 아니라 숲과 늪, 강과 들판 사이에 흩어져 살았다. 화려한 신전보다 신성한 숲을 두려워했고, 법정의 긴 변론보다 창과 방패 앞에서 명예를 확인했다. 로마인은 그들을 ‘야만’이라 불렀다. 그러나 타키투스가 기록한 그 야만의 세계는 단순히 거칠고 미개한 곳이 아니었다. 이상하고 낯설지만, 묘하게 질서 있고 강인한 세계였다.
게르마니인들은 중요한 일을 무장한 채 논의했다. 왕은 있었지만 마음대로 명령할 수 없었고, 장군의 권위는 지위가 아니라 전열 맨 앞에서 보여주는 용기에서 나왔다. 젊은이는 공동체 앞에서 방패와 창을 받아야 비로소 어른으로 인정받았다. 그것은 단순한 무기 수여가 아니라, 한 사람이 부족의 책임 있는 구성원으로 태어나는 통과의례였다.
그들의 점술도 독특했다. 새의 울음소리와 나는 모양을 살피는 것은 다른 고대 민족들과 비슷했지만, 게르마니인들은 특히 흰 말의 움직임에서 신의 뜻을 읽었다. 그 말들은 신성한 숲에서 공적으로 길러졌고, 농사나 운반 같은 일에는 쓰이지 않았다. 전쟁과 정치, 공동체의 중대한 선택 앞에서 그들은 말의 울음과 걸음, 숨결까지 예언처럼 받아들였다.
손님을 맞는 방식은 더욱 놀랍다. 게르마니인들은 찾아온 사람을 문전에서 돌려보내는 일을 불경하게 여겼다. 집에 음식이 떨어지면 주인은 손님을 데리고 다른 집으로 갔다. 초대받았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낯선 사람도 환대받아야 했고, 문을 두드린 사람은 공동체 전체가 맞이해야 할 손님이었다. 사유재산과 경계가 분명한 로마인의 눈에 이런 풍습은 낯설었지만, 그 안에는 강한 공동체 윤리가 살아 있었다.
결혼 풍습도 로마와 달랐다. 타키투스는 게르마니인들의 결혼 제도를 매우 인상 깊게 기록한다. 남성이 여성에게 지참금을 가져가고, 여성의 가족과 친족이 그것을 확인했다. 결혼은 단순한 사적 결합이 아니라 가족과 공동체 앞에서 이루어지는 엄숙한 약속이었다. 그들은 일부일처제를 중시했고, 가정의 결속과 자녀 양육을 가볍게 여기지 않았다.
토지를 대하는 방식도 달랐다. 게르마니인들은 고리대금업을 통해 이자를 얻는 관행을 거의 알지 못했다. 땅은 개인이 끝없이 소유하고 축적하는 대상이라기보다, 공동체가 나누어 쓰는 삶의 기반에 가까웠다. 로마가 부와 소유, 도시와 사치의 세계였다면, 게르마니아는 아직 공동 점유와 순환, 단순한 생활의 감각이 남아 있는 세계였다.
현대 유럽은
이 숲에서 시작되었다
타키투스가 기록한 게르마니족은 훗날 중세와 근대 유럽을 형성하는 여러 민족과 문화권의 출발점이 되었다. 로마가 ‘변방’이라 부르던 숲은 이후 유럽 역사의 중심축이 되었고, 야만이라 멸시했던 사람들은 새로운 시대의 주역이 되었다.
특히 이 책은 현대 유럽 사회를 떠받치는 정신적 원형을 놀라울 만큼 선명하게 보여준다. 토론과 합의를 중시하는 정치 문화, 강한 가족적 결속, 명예와 책임을 중시하는 가치관은 이후 중세 기사 문화와 근대 국민국가 형성 과정에도 깊은 영향을 미쳤다.
아마 로마인들은 게르마니아가 훗날 유럽의 뿌리가 되리라고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역사의 분기점은 종종 거대한 제국의 중심이 아니라 변방에서 시작된다. 로마는 무너졌지만, 게르마니아의 숲에서 태어난 질서와 문화는 이후 유럽 세계의 토대가 되었다.
히틀러는 왜
이 짧은 고전에 집착했는가
『게르마니아』는 고전의 힘뿐 아니라 고전의 위험까지 보여주는 책이다. 이 짧은 기록은 20세기에 가장 어두운 방식으로 다시 읽혔다. 나치 독일은 타키투스가 기록한 게르마니족의 기원과 풍속에서 ‘순수 게르만 혈통’과 ‘북방 민족의 우월성’을 끌어냈고, 이 책을 인종주의 이데올로기의 근거처럼 이용했다.
물론 타키투스가 쓴 것은 나치의 신화가 아니었다. 그는 로마인의 시선으로 북방 세계를 관찰했고, 그 과정에서 로마 제국의 타락과 불안을 함께 비추었다. 그러나 오래 살아남은 책은 언제나 한 가지 방식으로만 읽히지 않는다. 시대는 고전을 다시 부르고, 권력은 고전을 자기 입맛대로 해석하며, 때로는 한 권의 책을 위험한 신화로 바꾸어놓는다.
바로 이 점에서 『게르마니아』는 지금 다시 읽을 가치가 있다. 이 책은 유럽의 기원을 보여주는 기록이면서, 동시에 고전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묻는 사례다. 오래된 문장을 그대로 숭배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쓰인 맥락과 후대에 오독된 역사를 함께 살펴야 한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현대지성 클래식 『게르마니아: 유럽의 뿌리』는 현대 독자들이 이 문제적 고전을 입체적으로 읽을 수 있도록 구성했다. 고대 게르마니아 지도로 낯선 지명과 부족의 위치를 한눈에 보여주고, 명화와 해설로 북방 세계의 풍경을 생생하게 펼쳐낸다. 120개의 각주는 부족명과 풍습, 로마사의 배경을 촘촘하게 짚어주며, 해설은 타키투스의 집필 의도와 이 책이 후대에 남긴 빛과 그림자를 균형 있게 안내한다.
『게르마니아』는 짧다. 그러나 그 안에는 유럽의 기원, 로마 제국의 불안, 공동체의 힘, 문명과 야만의 경계, 고전 오독의 위험까지 압축되어 있다. 이 책을 읽는 일은 2,000년 전 북방의 숲으로 들어가는 일이자, 우리가 고전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스스로에게 묻는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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