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먼저 본 ‘이건희 생각법’ (‘1권 생각 : AI와 로봇 세상을 예견한 미래설계자’)
“반도체 패권 시대가 온다.”
“자동차는 바퀴 달린 컴퓨터가 된다.”
“로봇이 인간의 노동을 대신하는 시대가 온다. 그때는 인간의 창의성이 더 중요해질 것이다.”
30여 년 전, 이건희 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그의 ‘예언’은 모두 현실이 됐다. 손안의 스마트폰, AI 반도체 패권 전쟁, 전기차와 자율주행의 시대 - 이 모든 것은 그가 수십 년 전 이미 내다본 세계다.
그가 일군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 호황에 힘입어 글로벌 초일류 기업이 됐다. 하지만 이 책은 삼성의 성공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미래를 먼저 본 한 인간의 사유법에 대한 이야기다.
인공지능이 세상을 바꾸는 대전환의 시대다. 기술 발전 속도는 숨이 가쁠 정도로 빠르고, 산업은 끊임없이 재편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정보가 아니라 더 깊은 생각이다.
‘이건희 사유법’에는 변화하는 세상을 헤쳐나갈 수 있는 통찰과 지혜, 그리고 위기를 대하는 태도가 담겨 있다. 고독을 벗 삼은 오랜 사색 끝에 체화된 그의 언어는 변화하는 세상을 헤쳐나가려는 모든 이들에게 하나의 나침반이 될 것이다.
1993년 프랑크푸르트 강연에서 한 말도 다시 들으니 소름이 돋는다.
“5000년 전부터 1980년까지 이뤄진 변화보다 1980년부터 1993년까지의 변화가 더 컸다. 향후 10~20년의 변화는 더욱 클 것이다. 인간이 바뀐다는 게 아니라 경제 제도, 시스템, 판단 속도, 정보 습득 방법이 바뀐다는 거다.”
AI가 판단 속도와 정보 습득 방법을 통째로 바꾸는 현실 앞에서 이 말은 마치 오늘 아침에 한 것처럼 들린다. 그는 어떻게 미래를 예견할 수 있었을까.
그 비밀은 치열한 일상에 있었다. 지금처럼 정보가 많지 않던 시절, 신문과 TV 뉴스는 물론 경제지, 경제 잡지, 골프·자동차·건강·기술 잡지, 일본 NHK 다큐멘터리, 세계에 흩어져 있는 삼성 주재원들의 보고서를 챙겨 보았다.
그의 서재에는 경영학 서적 대신 미래 과학, 전자, 우주, 항공, 자동차, 엔진 공학 관련 서적이 가득했다. 2권에 자세한 내용이 담긴 인터뷰가 있지만 한때 그에게 탁구를 가르쳤던 박성인 전 대한빙상경기연맹 회장은 “몇 날 며칠 방에서 나오시지도 않고 생각에 골몰해 뵙지도 못하고 나온 날들이 있었다”고 증언한다.
■본질을 먼저 본 ‘이건희 행동법’ (2권 행동 : 세상을 바꾸다, 반도체부터 반려견까지)
“21세기는 문화의 시대다.”
“기업의 철학과 문화를 파는 시대가 온다.”
이건희 회장은 “아름다운 것이 결국 이긴다”고 했다. 아름다움은 포장이나 장식이 아니라 기술과 인간, 기능과 감성이 만나는 지점이라고 했다. 이것이 디자인 경영의 본질이었다.
“메달을 따야 한다는 집착에서 벗어나라.”
“자기와의 싸움에서 먼저 이겨야 한다.”
“욕심과 잡념을 조절하라.”
한국 레슬링과 빙상의 최고 후원자이자 88서울올림픽, 2018평창올림픽 최고 조력자였던 ‘이건희 스포츠 경영학’의 본질은 숫자가 아닌 사람이었다.
“개(犬)를 가족처럼 생각하는 시대가 온다.”
“사람들 생각을 업그레이드하는 것이 사회복지사업의 핵심이다.”
대한민국 최초로 시각장애인 안내견 사업을 도입한 이 회장은 사회복지사업을 문화혁명으로 바꿨다. 그는 “진정한 성공은 소유가 아니라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이라는 걸 개를 키우면서 배웠다”고 했다. 반도체와 안내견 사업을 아우르고 숫자로 말하면서도 결국 생명으로 귀결된 ‘이건희 행동법’의 정수가 담겨 있다.
탁월함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세상을 읽고 흡수하는 습관에서 나온다는 걸 그의 삶이 보여준다. 이 책은 치열한 공부, 집요한 탐구, 그리고 “미래를 생각하면 등에 식은땀이 흐른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던 불안과 절박감을 연료 삼아 대한민국 산업사를 바꾼 이건희 회장의 내면에 대한 기록이다.
■세상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려는 탐구자
그는 경영자 이전에 세상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려는 탐구자였다. 인공지능이 모든 것을 바꾸며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지금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어떻게 배워야 하는가, 어떻게 변화의 파고를 타고 넘을 수 있는가”라는 물음 앞에 서 있다. 기계가 창조까지 하는 시대에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이건희 회장은 30여 년 전에 이 질문 앞에 서 있었다. 그리하여 기술을 고객 감각으로 번역하는 통섭적 사고, 경계를 허무는 상상력, 집요한 관찰력으로 답을 찾아갔다.
그는 아무도 가능하다고 하지 않던 반도체 사업에 뛰어들었고, 아무도 중요하게 여기지 않던 디자인을 경영의 핵심에 놓았으며, 아무도 연결되리라 생각지 않던 자동차와 전자를 하나로 보았다. 이는 데이터 분석을 통한 것이 아니라 직관과 의지와 신념의 총합이었다.
■다섯 번 ‘왜’냐고 물었다
우리는 지금 역사상 가장 빠른 변화의 소용돌이 안에 있다. 수십 년 걸려 쌓은 전문성이 몇 초 만에 대체될 수 있다는 공포는 현실이 됐다. 모든 것이 불확실하고 전문가들의 말도 양극단을 오간다. 정보가 없어서가 아니라 정보가 너무 많고, 수많은 정보가 서로 다른 방향을 가리키고 있어서다.
이런 시대일수록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답’이 아니라 ‘질문하는 법’임을 이건희 회장은 보여준다. 그는 보고를 받을 때마다 적어도 다섯 번 ‘왜’냐고 물었다. 매출이 얼마 늘었느냐, 이익이 얼마나 되느냐 같은 표면적 숫자가 아니라 본질을 물었던 것이다.
저자가 만난 삼성의 퇴임 임원 중에는 “회장께 보고하러 들어갔다가 무슨 질문이 나올지 몰라 우황청심환까지 먹었다”는 분들도 있었다. 그 긴장감이 조직 전체를 깊은 사유로 이끌었다는 것이 취재 과정에서 만난 분들의 말이었다.
■6년 탐사 취재 정수 담은 기록물
‘1권 생각 : AI와 로봇 세상을 예견한 미래 설계자’는 472쪽, ‘2권 행동 : 세상을 바꾸다, 반도체부터 반려견까지’는 448쪽 분량이다. 저자의 2020년부터 2026년까지 6년의 탐사 취재 정수가 담겨 있다.
2020년 10월 28일 고인의 발인이 엄수된 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당시 부회장)은 전·현직 사장단에게 취토(取土, 고인의 관에 흙을 덮는 의례)를 함께 하자고 권유했다. 고인이 그만큼 사장단을 아꼈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고인을 가장 가까이에서 경험하며 일했던 사장단이야말로 가족보다 고인을 더 잘 아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저자는 그런 분들의 증언을 듣고, 누군가의 서재 깊숙이 보관돼 있었던 고인의 글들을 얻었다. 고인의 육성과 다른 사람들의 증언을 최대한 날것 그대로 실어 이건희 회장이 가졌던 사유의 깊이를 전한다.
기업인이든, 직장인이든, 학생이든, 자신의 삶을 더 잘 살고 싶은 모든 사람에게 그의 생각법과 삶의 태도는 하나의 나침반이 될 것이다. 그가 던진 물음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유효한 것은, 변화의 본질은 시대가 바뀌어도 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와 다른 사람이 아니었다. 다만 같은 세상을 다르게 본 사람이었다. ‘이건희 생각법’ ‘이건희 행동법’을 따라가다 보면, 이 혼란스러운 시대의 파고를 타고 넘을 수 있는 생각의 작은 실마리를 얻을 수 있다.
[책 구성]
‘1권 생각 : AI와 로봇 세상을 예견한 미래설계자’는 2021년 나온 《경제사상가 이건희》 초판을 기초로 그 후 5년의 추가 탐사 취재 내용을 덧붙여 전면 증보한 책이다. ‘2권 행동 : 세상을 바꾸다, 반도체부터 반려견까지’는 새로 엮어 내놓은 신간이다.
1권은 신경영 선언 당시 그가 주창한 변화의 메시지에 초점을 맞추었다. 1995년에 고인이 직접 쓴 ‘나는 왜 신경영 선언을 했나’ 원고를 2026년 입수해 전문을 실었다.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은 글이다. 한줄 한줄에 ‘이건희 철학’ ‘이건희 경영학’의 진수가 담긴 명문장들이다. 이건희식式 경영전략을 넘어 “문명적 전환에 대한 선언”이라고까지 말하고 싶을 정도다. 예측 불가능하고 변화무쌍한 현실에 대한 깊은 사유와 통찰이 한줄 한줄에 압축되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가 주창했던 ‘양(量)에서 질(質)로의 전환’이 인간을 대하는 태도의 문제라는 말이 오랜 울림을 준다,
《경제사상가 이건희》 1권과 2권의 내용을 다 버리더라도 이 고인의 친필 원고만 읽어도 되겠다 싶을 정도로 사유의 에센스가 모두 담겨 있다. 저자가 이 책을 경영서가 아니라 한 인간이 시대와 맞서며 길어 올린 철학의 기록이라고 말한 이유다.
1권에는 신경영 선언 현장에 있었던 전임 사장들의 인터뷰를 추가했고, ‘이건희 생각법’을 본질·원점·입체라는 키워드로 엮어 새로 한 챕터로 넣었다. 기술경영 편도 증보했다. 그의 반도체 리더십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저자가 쓴 《이건희 반도체 전쟁》을 참고하면 좋겠다.
새로 엮어 내놓은 2권에서는 디자인, 스포츠, 안내견 사업에 이르기까지 그의 광폭 행보를 다뤘다.
새삼 놀라운 것은 그의 경계 없는 상상력과 실천이었다. 그는 기업인 이전에 사상가이자 철학가요 스포츠 경영자였으며 새로운 형태의 사회공헌사업을 대한민국에 도입했다는 점에서 문화혁명가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것이 안내견 사업이다. 보신탕 문화가 팽배하던 1980년대 말, “삼성이 개(犬) 사업까지 하느냐”는 비난 속에서도 시각장애인 안내견학교를 세웠다. 장애인을 진정으로 돕는 것은 그들이 세상 밖으로 걸어 나오게 만들어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일이라고 했다. 그 연결고리가 ‘개’였다.
2권에 실린 개에 대한 고인의 체험과 생각을 담은 말들은 여기저기 조각조각 흩어져 있던 것들을 입수해 모은 것이다.
반도체와 안내견 사업, 디자인경영, 스포츠경영은 서로 전혀 다른 이질적 세계로 보이지만 본질을 꿰뚫는 통찰, 10년 앞을 내다보는 인내, 세상이 아직 알아보지 못한 가치에 먼저 투자하는 용기라는 측면에서 하나로 이어진다.
지금 많은 이들이 미래에 대한 불안을 개인적인 나약함이나 실패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글로벌 최고 그룹을 이끌었던 이건희 회장도, 세상에서 가장 많은 정보를 가진 사람도 미래를 생각하면 불안하고 두렵다고 했다.
하지만 불안과 두려움은 세상이 바뀌고 있음을 감지하는 감각이라고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 두려움 앞에서 무엇을 하느냐다. 이건희 회장은 불안과 두려움을 연료로 삼았다. 위기를 먼저 보고 먼저 움직이는 사람이 기회를 잡는다는 것을 온몸으로 실천했다.
이는 우리 개개인의 삶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지금 내 삶에서 무엇이 부족한지 스스로에게 묻는 것, 직업·관계·실력에서 내가 안주하고 있는 지점을 직시하는 용기가 변화의 출발점이라는 것, 그리고 본질을 보되 입체적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새로운 변화는 모두에게 새로운 출발선을 의미한다. 이건희 회장이 반도체에 뛰어들었을 때 일본은 우리보다 30년을 앞서 있었다. 그러나 그는 “디지털 시대는 모두에게 새로운 출발이다. 선진국과 기술격차가 크지 않은 분야라서 우리도 해낼 수 있다”고 했다.
AI 시대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수십 년 경력의 전문가도, 이제 막 뭔가를 시작하는 사람도 똑같이 새로운 세계 앞에 서 있다. 이건희 회장은 자신의 일을 어떻게 정의하느냐가 그 사람의 가능성을 결정한다고 했다. “나는 회사원”이라고 정의하는 사람과 “나는 특정 문제를 해결하는 전문가”라고 정의하는 사람은 같은 자리에 있어도 전혀 다른 미래를 만들어간다.
■미래를 먼저 본 ‘이건희 생각법’ (‘1권 생각 : AI와 로봇 세상을 예견한 미래설계자’)
“반도체 패권 시대가 온다.”
“자동차는 바퀴 달린 컴퓨터가 된다.”
“로봇이 인간의 노동을 대신하는 시대가 온다. 그때는 인간의 창의성이 더 중요해질 것이다.”
30여 년 전, 이건희 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그의 ‘예언’은 모두 현실이 됐다. 손안의 스마트폰, AI 반도체 패권 전쟁, 전기차와 자율주행의 시대 - 이 모든 것은 그가 수십 년 전 이미 내다본 세계다.
그가 일군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 호황에 힘입어 글로벌 초일류 기업이 됐다. 하지만 이 책은 삼성의 성공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미래를 먼저 본 한 인간의 사유법에 대한 이야기다.
인공지능이 세상을 바꾸는 대전환의 시대다. 기술 발전 속도는 숨이 가쁠 정도로 빠르고, 산업은 끊임없이 재편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정보가 아니라 더 깊은 생각이다.
‘이건희 사유법’에는 변화하는 세상을 헤쳐나갈 수 있는 통찰과 지혜, 그리고 위기를 대하는 태도가 담겨 있다. 고독을 벗 삼은 오랜 사색 끝에 체화된 그의 언어는 변화하는 세상을 헤쳐나가려는 모든 이들에게 하나의 나침반이 될 것이다.
1993년 프랑크푸르트 강연에서 한 말도 다시 들으니 소름이 돋는다.
“5000년 전부터 1980년까지 이뤄진 변화보다 1980년부터 1993년까지의 변화가 더 컸다. 향후 10~20년의 변화는 더욱 클 것이다. 인간이 바뀐다는 게 아니라 경제 제도, 시스템, 판단 속도, 정보 습득 방법이 바뀐다는 거다.”
AI가 판단 속도와 정보 습득 방법을 통째로 바꾸는 현실 앞에서 이 말은 마치 오늘 아침에 한 것처럼 들린다. 그는 어떻게 미래를 예견할 수 있었을까.
그 비밀은 치열한 일상에 있었다. 지금처럼 정보가 많지 않던 시절, 신문과 TV 뉴스는 물론 경제지, 경제 잡지, 골프·자동차·건강·기술 잡지, 일본 NHK 다큐멘터리, 세계에 흩어져 있는 삼성 주재원들의 보고서를 챙겨 보았다.
그의 서재에는 경영학 서적 대신 미래 과학, 전자, 우주, 항공, 자동차, 엔진 공학 관련 서적이 가득했다. 2권에 자세한 내용이 담긴 인터뷰가 있지만 한때 그에게 탁구를 가르쳤던 박성인 전 대한빙상경기연맹 회장은 “몇 날 며칠 방에서 나오시지도 않고 생각에 골몰해 뵙지도 못하고 나온 날들이 있었다”고 증언한다.
■본질을 먼저 본 ‘이건희 행동법’ (2권 행동 : 세상을 바꾸다, 반도체부터 반려견까지)
“21세기는 문화의 시대다.”
“기업의 철학과 문화를 파는 시대가 온다.”
이건희 회장은 “아름다운 것이 결국 이긴다”고 했다. 아름다움은 포장이나 장식이 아니라 기술과 인간, 기능과 감성이 만나는 지점이라고 했다. 이것이 디자인 경영의 본질이었다.
“메달을 따야 한다는 집착에서 벗어나라.”
“자기와의 싸움에서 먼저 이겨야 한다.”
“욕심과 잡념을 조절하라.”
한국 레슬링과 빙상의 최고 후원자이자 88서울올림픽, 2018평창올림픽 최고 조력자였던 ‘이건희 스포츠 경영학’의 본질은 숫자가 아닌 사람이었다.
“개(犬)를 가족처럼 생각하는 시대가 온다.”
“사람들 생각을 업그레이드하는 것이 사회복지사업의 핵심이다.”
대한민국 최초로 시각장애인 안내견 사업을 도입한 이 회장은 사회복지사업을 문화혁명으로 바꿨다. 그는 “진정한 성공은 소유가 아니라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이라는 걸 개를 키우면서 배웠다”고 했다. 반도체와 안내견 사업을 아우르고 숫자로 말하면서도 결국 생명으로 귀결된 ‘이건희 행동법’의 정수가 담겨 있다.
탁월함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세상을 읽고 흡수하는 습관에서 나온다는 걸 그의 삶이 보여준다. 이 책은 치열한 공부, 집요한 탐구, 그리고 “미래를 생각하면 등에 식은땀이 흐른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던 불안과 절박감을 연료 삼아 대한민국 산업사를 바꾼 이건희 회장의 내면에 대한 기록이다.
■세상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려는 탐구자
그는 경영자 이전에 세상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려는 탐구자였다. 인공지능이 모든 것을 바꾸며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지금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어떻게 배워야 하는가, 어떻게 변화의 파고를 타고 넘을 수 있는가”라는 물음 앞에 서 있다. 기계가 창조까지 하는 시대에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이건희 회장은 30여 년 전에 이 질문 앞에 서 있었다. 그리하여 기술을 고객 감각으로 번역하는 통섭적 사고, 경계를 허무는 상상력, 집요한 관찰력으로 답을 찾아갔다.
그는 아무도 가능하다고 하지 않던 반도체 사업에 뛰어들었고, 아무도 중요하게 여기지 않던 디자인을 경영의 핵심에 놓았으며, 아무도 연결되리라 생각지 않던 자동차와 전자를 하나로 보았다. 이는 데이터 분석을 통한 것이 아니라 직관과 의지와 신념의 총합이었다.
■다섯 번 ‘왜’냐고 물었다
우리는 지금 역사상 가장 빠른 변화의 소용돌이 안에 있다. 수십 년 걸려 쌓은 전문성이 몇 초 만에 대체될 수 있다는 공포는 현실이 됐다. 모든 것이 불확실하고 전문가들의 말도 양극단을 오간다. 정보가 없어서가 아니라 정보가 너무 많고, 수많은 정보가 서로 다른 방향을 가리키고 있어서다.
이런 시대일수록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답’이 아니라 ‘질문하는 법’임을 이건희 회장은 보여준다. 그는 보고를 받을 때마다 적어도 다섯 번 ‘왜’냐고 물었다. 매출이 얼마 늘었느냐, 이익이 얼마나 되느냐 같은 표면적 숫자가 아니라 본질을 물었던 것이다.
저자가 만난 삼성의 퇴임 임원 중에는 “회장께 보고하러 들어갔다가 무슨 질문이 나올지 몰라 우황청심환까지 먹었다”는 분들도 있었다. 그 긴장감이 조직 전체를 깊은 사유로 이끌었다는 것이 취재 과정에서 만난 분들의 말이었다.
■6년 탐사 취재 정수 담은 기록물
‘1권 생각 : AI와 로봇 세상을 예견한 미래 설계자’는 472쪽, ‘2권 행동 : 세상을 바꾸다, 반도체부터 반려견까지’는 448쪽 분량이다. 저자의 2020년부터 2026년까지 6년의 탐사 취재 정수가 담겨 있다.
2020년 10월 28일 고인의 발인이 엄수된 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당시 부회장)은 전·현직 사장단에게 취토(取土, 고인의 관에 흙을 덮는 의례)를 함께 하자고 권유했다. 고인이 그만큼 사장단을 아꼈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고인을 가장 가까이에서 경험하며 일했던 사장단이야말로 가족보다 고인을 더 잘 아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저자는 그런 분들의 증언을 듣고, 누군가의 서재 깊숙이 보관돼 있었던 고인의 글들을 얻었다. 고인의 육성과 다른 사람들의 증언을 최대한 날것 그대로 실어 이건희 회장이 가졌던 사유의 깊이를 전한다.
기업인이든, 직장인이든, 학생이든, 자신의 삶을 더 잘 살고 싶은 모든 사람에게 그의 생각법과 삶의 태도는 하나의 나침반이 될 것이다. 그가 던진 물음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유효한 것은, 변화의 본질은 시대가 바뀌어도 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와 다른 사람이 아니었다. 다만 같은 세상을 다르게 본 사람이었다. ‘이건희 생각법’ ‘이건희 행동법’을 따라가다 보면, 이 혼란스러운 시대의 파고를 타고 넘을 수 있는 생각의 작은 실마리를 얻을 수 있다.
[책 구성]
‘1권 생각 : AI와 로봇 세상을 예견한 미래설계자’는 2021년 나온 《경제사상가 이건희》 초판을 기초로 그 후 5년의 추가 탐사 취재 내용을 덧붙여 전면 증보한 책이다. ‘2권 행동 : 세상을 바꾸다, 반도체부터 반려견까지’는 새로 엮어 내놓은 신간이다.
1권은 신경영 선언 당시 그가 주창한 변화의 메시지에 초점을 맞추었다. 1995년에 고인이 직접 쓴 ‘나는 왜 신경영 선언을 했나’ 원고를 2026년 입수해 전문을 실었다.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은 글이다. 한줄 한줄에 ‘이건희 철학’ ‘이건희 경영학’의 진수가 담긴 명문장들이다. 이건희식式 경영전략을 넘어 “문명적 전환에 대한 선언”이라고까지 말하고 싶을 정도다. 예측 불가능하고 변화무쌍한 현실에 대한 깊은 사유와 통찰이 한줄 한줄에 압축되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가 주창했던 ‘양(量)에서 질(質)로의 전환’이 인간을 대하는 태도의 문제라는 말이 오랜 울림을 준다,
《경제사상가 이건희》 1권과 2권의 내용을 다 버리더라도 이 고인의 친필 원고만 읽어도 되겠다 싶을 정도로 사유의 에센스가 모두 담겨 있다. 저자가 이 책을 경영서가 아니라 한 인간이 시대와 맞서며 길어 올린 철학의 기록이라고 말한 이유다.
1권에는 신경영 선언 현장에 있었던 전임 사장들의 인터뷰를 추가했고, ‘이건희 생각법’을 본질·원점·입체라는 키워드로 엮어 새로 한 챕터로 넣었다. 기술경영 편도 증보했다. 그의 반도체 리더십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저자가 쓴 《이건희 반도체 전쟁》을 참고하면 좋겠다.
새로 엮어 내놓은 2권에서는 디자인, 스포츠, 안내견 사업에 이르기까지 그의 광폭 행보를 다뤘다.
새삼 놀라운 것은 그의 경계 없는 상상력과 실천이었다. 그는 기업인 이전에 사상가이자 철학가요 스포츠 경영자였으며 새로운 형태의 사회공헌사업을 대한민국에 도입했다는 점에서 문화혁명가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것이 안내견 사업이다. 보신탕 문화가 팽배하던 1980년대 말, “삼성이 개(犬) 사업까지 하느냐”는 비난 속에서도 시각장애인 안내견학교를 세웠다. 장애인을 진정으로 돕는 것은 그들이 세상 밖으로 걸어 나오게 만들어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일이라고 했다. 그 연결고리가 ‘개’였다.
2권에 실린 개에 대한 고인의 체험과 생각을 담은 말들은 여기저기 조각조각 흩어져 있던 것들을 입수해 모은 것이다.
반도체와 안내견 사업, 디자인경영, 스포츠경영은 서로 전혀 다른 이질적 세계로 보이지만 본질을 꿰뚫는 통찰, 10년 앞을 내다보는 인내, 세상이 아직 알아보지 못한 가치에 먼저 투자하는 용기라는 측면에서 하나로 이어진다.
지금 많은 이들이 미래에 대한 불안을 개인적인 나약함이나 실패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글로벌 최고 그룹을 이끌었던 이건희 회장도, 세상에서 가장 많은 정보를 가진 사람도 미래를 생각하면 불안하고 두렵다고 했다.
하지만 불안과 두려움은 세상이 바뀌고 있음을 감지하는 감각이라고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 두려움 앞에서 무엇을 하느냐다. 이건희 회장은 불안과 두려움을 연료로 삼았다. 위기를 먼저 보고 먼저 움직이는 사람이 기회를 잡는다는 것을 온몸으로 실천했다.
이는 우리 개개인의 삶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지금 내 삶에서 무엇이 부족한지 스스로에게 묻는 것, 직업·관계·실력에서 내가 안주하고 있는 지점을 직시하는 용기가 변화의 출발점이라는 것, 그리고 본질을 보되 입체적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새로운 변화는 모두에게 새로운 출발선을 의미한다. 이건희 회장이 반도체에 뛰어들었을 때 일본은 우리보다 30년을 앞서 있었다. 그러나 그는 “디지털 시대는 모두에게 새로운 출발이다. 선진국과 기술격차가 크지 않은 분야라서 우리도 해낼 수 있다”고 했다.
AI 시대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수십 년 경력의 전문가도, 이제 막 뭔가를 시작하는 사람도 똑같이 새로운 세계 앞에 서 있다. 이건희 회장은 자신의 일을 어떻게 정의하느냐가 그 사람의 가능성을 결정한다고 했다. “나는 회사원”이라고 정의하는 사람과 “나는 특정 문제를 해결하는 전문가”라고 정의하는 사람은 같은 자리에 있어도 전혀 다른 미래를 만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