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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 ISBN-13 : 9788937477430 |
|---|---|
| 쪽수 | 268쪽 |
| 크기 | B6(127mm X 188mm, 사륙판) |
| 제품구성 | 단행본 |
- 소설/에세이/시 > 국내소설
AI추천 이유
■ 인생은 어차피 평행우주라지만,
‘한국어 시리즈’를 관통하는 핵심은 소설 속 ‘나’와 소설 밖의 ‘나’ 사이에 존재하는 묘한 긴장이다. 주인공의 이름은 소설가와 동일하게 ‘문지혁’이고, 그의 삶은 작가의 삶과 여러 면에서 겹친다. 하지만 소설 속 현실과 소설 밖 현실은 “평행우주”처럼 비슷하면서도 어긋나 있다. 평행우주란 서로 닿지 않는 세계들이 동시에 존재한다는 개념이다. 소설 속 지혁과 소설 밖 지혁이 아무리 닮았다 한들 결코 동일인은 될 수 없다. 이야기와 삶이 아무리 가까워도 끝내 포개지지 않듯이. 『실전 한국어』는 겹쳐질 수 없음을 슬퍼하는 대신 차라리 그 간격을 이야기가 시작되는 자리로 삼는다. 만나지 않아서 계속될 수 있고, 계속되기에 예기치 않은 변화가 발생한다.
■ 자조와 유머의 협업
문지혁의 이력은 화려하다. 한마디로 ‘고스펙’이다. 뉴욕에서의 생활, 두 개의 석사 학위, 영어 강의 경력, 다수의 출판 작업까지. 그러나 그의 손에 들린 건 좌절과 낙담의 무한 반복이다. 대학의 전임 교수 자리도, 소설가로서의 인정도, 그에게는 너무 멀리 있다. 다소간의 짠함이 없는 건 아니나 이 소설을 지배하는 분위기는 웃음이다. 문지혁은 자신의 씁쓸한 상황을 끊임없이 유머의 소재로 활용한다. 냉소가 아니라 웃음을 선택한 것이다. 이 유머는 삶이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기꺼이 다음 판에 뛰어드는 사람이 삶을 사랑하는 방법이자,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인식하면서도 무너지지 않으려는 사람이 선택할 수 있는 품위 있는 태도다. 덕분에 문지혁의 자조는 비극이 아니라 위안이 된다. 평행 우주의 연속에서도 유머와 자조만은 절묘하게 만난다.
■ 끝말잇기 하는 마음
소설의 중간중간, 지혁은 딸 은채와 끝말잇기 게임을 한다. 다람쥐, 쥐구멍, 멍게, 게시판, 판타지, 지식, 식당, 당근, 근엄…… 끝말잇기는 예측 불가능하다. 상대가 어떤 말을 던질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명한 규칙이 있다. 끝이 다음의 시작이 된다는 것. 끝말이 이어지기 위해서는 끝말을 잇겠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는 것. 마치 문지혁의 인생처럼. 뜻대로 흘러가지 않고, 개연성도 없고, 계획도 자꾸 어긋나지만, 그는 인생이 걸어오는 끝말잇기 게임에 군말 없이 응한다. 구청의 강의 요청에 응하고, 낯선 노트를 받아들고, 유튜브에 새 채널을 만든다. “언제나 예고 없이 시작하는 이 초대에 응하기로” 하는 것. 『실전 한국어』가 환기하는 삶의 규칙이다.
■ 문학적 배움
『실전 한국어』에서 문지혁은 교사다. 조지프 캠벨의 영웅의 여정, 낸시 O. 스미스의 스토리텔링 4요소, 플롯과 하마르티아와 아나그노리시스. 그는 학생들에게 좋은 이야기 만드는 법을 가르친다. 그러나 강의실에 앉아 있는 어느 수강생의 질문은 지혁이 수업에서 가르쳐 온 모든 이야기의 문법을 단번에 흔들어 놓는다. “이야기로 만들면 다 말이 되잖아? 근데 그게 맞아요?” 말이 안 되는 삶, 인과와 개연성으로는 도무지 설명되지 않는 현실 앞에서 이야기를 가르쳐 온 문지혁은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그건 누구보다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이기도 하니까. 그러나 끝말잇기가 아름다운 건 어떤 말도 완전한 끝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야기는 말이 안 되는 것들을 모아 말이 되게 만드는 일이고, 그 일은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된다. 이야기의 학교에는 졸업이 없다. 『실전 한국어』는 오늘도 스스로를 어쩌지 못하며 실전 인생을 살아내는 우리에게 담담하고 따뜻한 인생 수업이 되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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