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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이마와 검은 털 고양이 (마음산책 짧은 소설)

  • 박솔뫼
  • 마음산책
  • 2026년 06월 0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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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ISBN-13 : 9788960909908
쪽수20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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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절대 사라지지 않는 장면이야”
감각적인 리듬으로 지어 올린 박솔뫼의 세계

김승옥문학상부터 문지문학상, 김현문학패, 동리목월문학상 등을 수상하며 독특한 문학적 영토를 구축해온 소설가 박솔뫼의 첫 짧은 소설집 『다가오는 이마와 검은 털 고양이』가 마음산책에서 출간되었다. 마음산책의 스물일곱 번째 짧은 소설집인 이번 작품집에는 활동 초기에 발표한 글부터 최근작까지 아우르는 열세 편의 이야기와 세 편의 에세이까지 담겼다.

그의 작품 속에서 꿈과 현실은 선명한 경계 없이 서로를 침범하고 포개어진다. 타국에 있는 친구를 눈앞으로 불러내거나(「문 열기」), 죽어 있는 자신을 관찰자의 시선으로 바라보고(「어제 당신이 오른 산은」), 호텔방이 스스로 그 모습을 바꾸는(「글자를 만드는 사람」) 등 미묘하게 현실과 어긋나는 상황들이 박솔뫼 특유의 리듬감 있는 문장으로 펼쳐진다. 논리로 환원되지 않는 냄새와 온도, 시간의 감각을 남기는 그의 소설은, 독자들로 하여금 익숙한 일상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한다.

나는 혼자서 여러 생각을 하느라 분주했다. 조심성이 없기 때문에 이 생각을 하다가 양해를 구하지 않고 저 생각을 한다. 다른 사람 생각 속에 있는 것들도 마구 빼앗아서 내가 생각한다. (…) 이상우는 독일에 있지만 나는 이상우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이상우를 뺏어 와서 이 자리에 앉힌 다음에 자 다시 말해봐라 하고 상을 두드리며 묻는다.
_「문 열기」에서

목차

[목 차] 

작가의 말

글자를 만드는 사람
겨울에만 작동하는, 겨울의 모습 혹은 의상을 한 플롯
문 열기
나뭇가지를 세우는 사람
어제 당신이 오른 산은
잠에서 깨고 나서 할 일
대합실에서_이상 「날개」 이어 쓰기
내 기억으로 나는
최근 꾼 꿈들
김일두에서 시작한 것들
키토에서
바닷가에서는 산 적이 없는 사람들
밥 짓는 이야기
위 선생
빵을 사주면
커피를 마시자

[본 문]

23쪽 「글자를 만드는 사람」
츄워. ㅠ가 아니라 세로로 선을 세 개 그은 모음이 들어간 글자가 있으면 그것은 아주아주 춥다는 뜻처럼 보이겠지. 추워서 눈물이 콧물이 나는 글자라고 생각할 것이다. 츄ㅣ워. 이것도 비슷하게 아주 추운 글자라고 생각해줄 수 있지 않을까. 추워서 화가 난 글자야.


37~38쪽 「문 열기」
나는 혼자서 여러 생각을 하느라 분주했다. 조심성이 없기 때문에 이 생각을 하다가 양해를 구하지 않고 저 생각을 한다. 다른 사람 생각 속에 있는 것들도 마구 빼앗아서 내가 생각한다. (중략) 이상우는 독일에 있지만 나는 이상우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이상우를 뺏어 와서 이 자리에 앉힌 다음에 자 다시 말해봐라 하고 상을 두드리며 묻는다.


39~40쪽 「문 열기」
나는 지나간 것을 그리워하고 내가 하지 못했던 것이나 가지 못 했던 순간에는 다른 나를 보내서 다른 것을 시켰고 다른 나는 또 다른 사람들을 만났기 때문에 나는 거기서 만난 사람들만을 계속 따라다녔다. 그래서 내가 돌아온 길은 돌아온 길이 아니라 걷고 있는 길이다. 그 길은 사람들을 그리워하며 걷는 길이다.

81~82쪽 「대합실에서_이상 「날개」 이어 쓰기」
왜인지 당신의 멱살을 잡고 흔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싶은 마음을 커피를 마시며 참았다. 억누를 필요가 있을까? 멱살은 내일 잡아도 모레 잡아도 되니까 오늘은 오늘만 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하니까 그런 생각으로 커피를 마시며 다른 생각을 하려고 했다. 그리고 다시 또 쏟아지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내일은 내일 할 수 있는 일들이 있다. 내일 할 수 있는 일들에 대해 기쁜 생각이 들었다.

86~87쪽 「대합실에서_이상 「날개」 이어 쓰기」
그런데 이런 것을 정말로 뭐라고 해야 할까. 회현지하상가가 끝없이 이어질 것 같은 기분으로 걷는 사람. 설레어하고 있다. 내가 모르는 채로 끝없을 이런 시간들과 순간들은. 무언가를 기다리고 빗방울을 세는 이런 영원한 시간들은. 이런 반복되는 것은 뭐라고 해야 할까.


124쪽 「바닷가에서는 산 적이 없는 사람들」
몇 걸음 거리를 두고 보면 그러한 확신과 믿음은 어떤 것이 될 수 있을지 혹은 종종 되어버리는지 보통의 사람들에게는 보일 것이다. 그런데 왜 거리를 두어야 할까? 나는 믿음을 품고 양손을 꼭 쥔 채 그것을 가슴에 모아 걷고 또 걷는다. 그러한 사람들을 생각하며 걷는다.


183쪽 「위 선생」
자신은 가수들처럼 노래 연습을 하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좋아하는 것을 계속 듣고 또 들었고 만날 수 있으면 그 사람들에게 찾아가서 소리뿐만이 아니라 이야기를 듣고 또 들었다고 했다. 그러다 보니 이미 돌아가신 분들 아파서 누워 계신 분들 소리가 자신에게 찾아와 자신은 그 소리를 입 밖으로 내서 밥을 먹고사는 것이라고 했다.

출판사 서평

일상의 미세한 틈새에서 시작하는
가장 고요한 모험

박솔뫼의 문장은 독자를 논리로 설득하기보다 온전히 감각하게 만든다. 낯선 호텔방의 서걱거리는 이불, 창가에 스며드는 뜨거운 햇볕과 밤의 눅눅한 습기, 혀끝에 서서히 감도는 커피의 쓴맛까지. 박솔뫼는 인물들이 머무는 장소의 미세한 공기와 흐름을 집요하게 포착하여 문장과 문장 사이에 촘촘히 심어놓는다. 그리하여 독자는 활자를 읽는 데 그치지 않고 계절의 변화와 공간의 질감을 생생히 느끼게 된다.

내가 모르는 채로 끝없을 이런 시간들과 순간들은. 무언가를 기다리고 빗방울을 세는 이런 영원한 시간들은. 이런 반복되는 것은 뭐라고 해야 할까.
_「대합실에서_이상 「날개」 이어 쓰기」에서

소설 속 인물들이 대합실에 앉아 가만히 시간을 세어보거나, 낯선 도시를 여행하며 발견하는 일상의 미세한 틈새들은 독자에게 선명하고 긴 여운을 남긴다. 박솔뫼가 지어 올린 세계는 인과관계로 이해하기보다 시간과 감각의 흐름을 따라가며 받아들이게 되는 풍경에 가깝다. 낯설면서도 구체적인 삶의 풍경 속에 머물다 보면, 우리는 어느새 인물들과 함께 아득하고도 친근한 풍경 속에 서 있게 될 것이다.

 

“나를 불러냈구나,
사람들이 서로 불러내고 있구나”
서로의 존재를 기억하고 불러오는 목소리

이번 소설집에서 인물들은 물리적 거리와 시간을 초월해 서로를 기억하고 불러낸다. 멀리 떨어진 존재들을 불러내는 움직임은, 고립된 개인을 타인과 세계로 잇는 작은 통로가 된다.

밤이 깊어갈 때 머리맡에 두고 펼쳐 읽기 좋은 ‘침대책’이 되길 바라는 작가의 소망처럼, 이 책은 현실과 환상, 저마다의 시공간에 놓인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는 다정한 연결 고리가 되어줄 것이다.

몇 걸음 거리를 두고 보면 그러한 확신과 믿음은 어떤 것이 될 수 있을지 혹은 종종 되어버리는지 보통의 사람들에게는 보일 것이다. 그런데 왜 거리를 두어야 할까? 나는 믿음을 품고 양손을 꼭 쥔 채 그것을 가슴에 모아 걷고 또 걷는다. 그러한 사람들을 생각하며 걷는다.
_「바닷가에서는 산 적이 없는 사람들 」에서

저자 소개
저자 : 박솔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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