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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 ISBN-13 : 9791172134259 |
|---|---|
| 쪽수 | 312쪽 |
| 크기 | 기타 규격 |
| 제품구성 | 단행본 |
- 소설/에세이/시 > 수필 > 국내수필
AI추천 이유

“케이팝에 연루된다는 건 나의 수많은 ‘입장들’과 싸우는 일이다”
추앙의 대상이 아닌 내 삶을 설명하는 수단으로서의 케이팝
1부 ‘내 심장을 죽이지 못한 케이팝’은 케이팝 산업의 유구한 대립항인 아티스트와 팬의 관계를 고찰한다. 케이팝을 케이팝이도록 하는 여러 조건 중 가장 중심에 놓인 팬덤 문화는 그 자체로 케이팝의 결함으로 지목된다. 젝스키스 해체에 가슴 아파하던 팬덤 무리를 동그란 눈으로 통과한 초등학생 복길은 ‘내 새끼’ 스타 만들기에 몰두하는 ‘국민 프로듀서’를 지나 워너원의 해체를 보고 회한에 잠기는 성인이 되어 가짜라 치부되는 팬의 사랑이 가짜일 수 없는 이유를 말한다. “팬이 건넨 감정을 모두 허상이라 말하기엔 그 감정과 경험의 실체가 존재한다.” 그가 경험한 그 실존적 경험 앞에서 독자는 수치심 깃든 지난 사랑의 기억을 반추한다.
2부 ‘계속 우는 여자’는 우는 여자 복길이 우는 당신을 호명하는 글을 묶었다. 복길이 내보이는 주된 정서는 고독. 어느 한밤 수육 냄새 잦아든 낙원상가를 홀로 통과한 복길은 스스로를 외톨이라 부르짖는 아웃사이더와 연결되며, 대학교 동창의 결혼식에서 미혼인 자신을 향한 무성의한 말들에 치인 뒤에는 씨스타를 떠올린다. 그런 그의 고민과 상황은 다시 우리와 연결되며 공감을 자아낸다. 이로써 복길은 외로워서 울고, 괴로워서 울고, 친밀했던 관계를 망쳐서 울고, 뜬소문을 해명할 기운이 없어서 울던 우리를 지나쳐 간 노래가 어떻게 다시 돌아와 우리를 웃기고 위로하는지를 증언한다.
3부 ‘케이팝 안에서 우리는’은 노래로 사회를 해석한다. 실연당한 여자의 가장 평범한 모습을 연출한 자두가 왜 ‘엽기’로 치부되었는지, 화사가 자신의 은유와도 같은 ‘마리아’를 내세워 그의 입장을 대변하는 노래를 왜 불렀는지, 여성 디바에게 가해지는 압력과 그 압력을 모른 체하는 우리가 어떻게 구분될 수 없는지, 외모지상주의를 짚지 않고 말하는 케이팝이 얼마나 싱거운 것인지에 대해 작가는 사회적, 젠더적 시각에서 날카로운 주장을 펼친다. 글을 읽고 나면 케이팝 전반에 가해지는 차별과 폭압이 여성성을 얼마나 은밀하고 촘촘하게 훼손하는지, 그러한 폭력의 관습이 케이팝의 주된 향유자인 여성-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비평적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다.
4부 ‘너와 나의 노래’는 케이팝으로 자기 욕망을 해석해보려는 복길의 시도를 담았다. 어쩔 수 없이 ‘듣보돌’에 끌리는 이유부터 대도시를 떠올리면 보아의 이미지부터 튀어나오는 배경, ‘아픈 나’가 좌절하고 고뇌한 끝에 다시 세운 사랑의 정의 등은 케이팝으로 삶을 해석하는 일의 가능성과 그 가능성의 통쾌함을 보여준다. 케이팝은 그야말로 그것을 듣고 따르는 이에게 세상을 설명하는 만능 툴이다. 복길은 자유자재로 휘고 구부러지며 삶을 감싸안는 케이팝을 수긍하며 ‘현생’과 ‘갓생’을 위해 ‘탈케이팝’을 외쳤던 과거로부터 멀어질 다짐을 한다.
무언가를 좋아하는 감정으로부터 탈출한다는 건 큰 상처를 만든다고 생각해요. 탈덕 혹은 탈케이팝은 여전히 거기에 속한 다른 사람들과 대화하지 않겠다는 선언이기도 해요. 제 생각에 케이팝은 산업 규모가 커졌음에도 여전히 마이너리티의 문법을 갖고 있어요. 그렇다 보니 탈케이팝은 갓생을 위한 구호 같은 게 되어버린 거죠. 저는 이제 그런 자학이 싫어요. 그래서 사람들이 탈출을 결심하는 대신 여기에 수시로 열리는 문 같은 걸 함께 달았으면 좋겠어요. 그게 어려운 일이라는 건 아는데, 제가 변한 걸 보면 다른 사람들도 변할 수 있지 않을까요? 케이팝이 혼문(魂門)도 여는 시대이니까요. _‘대담’에서
가슴 한편에 찝찝함을 느끼며 사랑해야 하는 케이팝은 여전히 의심의 장르이지만 저자는 케이팝이 여성, 아동, 노인을 어떻게 포용하고 돌보는지,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소비할 때 그 안에 내재된 치유력을 끌어낼 수 있는지를 증언함으로써 케이팝 향유의 새로운 장을 제시한다. 슬픔의 케이팝 파티를 저자와 함께 기획하고 디제잉한 골게와의 책 속 대담은 그 장을 구체적으로 상상하고 실행한 기록이다. ‘자본의 음악’을 저항과 발산의 도구로 바꿔낸 그들의 활동으로 케이팝은 출신을 뛰어넘어 약자 및 주변인과 결합한 정치·사회적 생명체로 재탄생했다. 『펑펑』은 이제껏 우리가 알던 착취적 케이팝을 눈물로 갈무리하고 앞으로 써 내려갈 미래의 케이팝을 낙관으로 맞이한다.
케이팝이 빠지면 설명되지 않는 ‘나’와
‘나’가 빠지면 얼마간 헐거워지는 케이팝에 보내는
복길의 슬픈 연서, 그 듣기와 닿기의 연대기
저자는 개개인에게 케이팝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케이팝 청취의 방대한 아카이브인 자기 내면으로 깊숙이 들어간다. 그리고 자신을 향한 미움으로 가득한 쪽지를 받은 초등학교 교실로, 샤이니 음악을 처음 들었던 침대 위로, 집 밖에 나가지도 사람을 만나지도 않았던 시기의 사적 영역으로 독자를 데려간다. 그곳에서 자신이 노래와 맺었던 지리멸렬한 관계를 털어놓는다. ‘애정’과 ‘애정 실패’의 역사서이기도 한 『펑펑』에서 복길은 케이팝을 현상이자 문화로 바라보고 분석하기에 앞서 케이팝을 단 한 곡이라도 가슴에 품어본 우리를 향해 함께 울어줄 것을 재촉한다. 눈물이 그에게는 케이팝을 들으면 가슴을 치게 되는 이유를 규명하는 유일한 열쇠이기 때문이다. 케이팝이라는 그 찬란한 전당과 우리는 과연 어떻게 관계 맺고 있는가, 그 안에서 우리는 무엇으로 존재하는가, 상처 입은 아티스트와 팬은 각자 또 서로에게 무엇이 되려 하는가와 같은 질문에 답하려 분투하는 이 책은 오늘도 케이팝을 들으며 삶을 소진하는 우리 모두의 낯설지 않은 동료가 되어줄 것이다.
복길의 케이팝 이야기를 사랑한다. 케이팝이라는 장소성을 탐구하는 데 있어 인류학자와 같은 신중함을 보이는 복길의 글은 자주, 내 마음을 케이팝처럼 움직인다. 사랑해서 슬펐고 슬펐기에 멈출 수 없었던 듣기와 닿기의 연대기. 읽으세요. 두 번 읽으세요. 읽으세요. 주변에 퍼뜨리세요. 당신이 다 아는 선율과 얼굴들의 기억일 테니. _이다혜(〈씨네21〉 기자)
· 작가의 말
내가 하려는 말은 다른 사람들에겐 그리 중요하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모두에게 중요하지 않은 이야기는 바로 그 ‘중요하지 않음’으로 인해 누군가에겐 가장 시급한 이야기가 되기도 한다. 그리 중요하지 않은 이야기를 할 때 느끼는 감정은 부끄러움, 나에게만 시급한 이야기를 할 때 느끼는 감정은 외로움이다. 나는 그러한 수치와 고독을 케이팝에서 배웠고, 그 두 감정에 얽힌 케이팝의 문제들을 곧 내 삶의 문제로 인식한다. 그러니 ‘듣는 음악’과 ‘보는 음악’을 구분하자는 나의 주장은 모두를 위한 구호가 아니라 그저 내 삶에 대한 울분이자 자학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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