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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 규격 정보
| ISBN | ISBN-13 : 9788932476162 |
|---|---|
| 쪽수 | 316쪽 |
| 크기 | B6(127mm X 188mm, 사륙판) |
| 제품구성 |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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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블레, 세르반테스로 이어지는 희극 정신의 계보를 완성한
로런스 스턴의 가장 유쾌한 걸작
요릭의 여행은 유럽 대륙 유람을 필수 교양으로 여기던 신사 계층의 관습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막상 프랑스에 도착한 그는 외국인에게 적대적인 법과 낯선 타자 앞에서 잔뜩 경계심을 세운다. 극장에서는 누군가의 난처한 상황을 목격하고 혼자 안절부절못하다가, 옆자리 노장교의 고갯짓 한 번으로 허무하게 해결되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슬피 우는 여인 마리아에게 연민을 느끼며 서로 눈물을 번갈아 닦아 주는 일을 반복하고, 처음 보는 숙녀 일행과 졸지에 같은 방을 쓰고 말다툼까지 벌인다.
여행 중 겪는 다양한 에피소드 속에서 시시각각 변하고 흔들리는 요릭을 두고 도덕성이 결핍됐다고 비판하는 평자도 있지만, 이 작품은 그의 유동적인 감정 변화를 정직하게 묘사하면서 사랑 없이 도덕적 감성을 유지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보여 준다. 요릭은 타자와의 교류를 통해 활력을 얻고, 자신의 더 나은 본성을 깨어 있게 유지하려고 애쓰는 불완전한 인간이다. 수도승에게 상처를 준 직후 가슴을 치며 괴로워하고, 타인에게 품었던 근거 없는 적개심에 스스로 염증을 느끼며 자책한다. 서툴지라도 양심이 건강하게 살아 있는 이 불완전한 인간상은, 명사가 되기 전 「양심의 오남용에 대하여」라는 설교문을 따로 출판했을 정도로 병들어 가는 인간의 양심을 되살리는 일에 집중했던 스턴의 문제 의식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감성 여행』은 이러한 오염된 양심과 타자를 향한 적개심을 극복할 돌파구로 ‘희극 정신’을 내세운다. 평생 경제적 빈곤과 병약한 목사라는 멍에를 짊어졌던 스턴은, 세르반테스가 어떻게 침울한 감옥 속에서 그토록 유머러스한 소설을 써냈는지 그 이유를 알고 싶다고 고백하면서, 멍에가 있을 때만 작동하는 “엉뚱한 힘”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 힘이 바로 희극 정신이다. 심술과 편견으로 무장한 채 세상을 왜곡해서 바라보았던 동시대 작가의 여행기와 달리, 큰 웃음과 타자와의 접촉을 통해 건강한 본능과 윤리적 건강성을 회복하고자 쓴 것이 바로 이 소설이다.
이 작품은 위계적인 인간관계에서 우월성을 차지하려는 욕구에서 벗어나 타자와 공존하려는 자유로운 영혼의 기록이다. 니체는 『자유로운 정신을 위한 책』에서 스턴을 “모든 시대를 통틀어 가장 자유로운 정신의 소유자”라 일컬었다. 괴테가 그를 동시대 최고의 자유로운 작가로 꼽은 데서 한발 더 나아간 이 찬사는, 스턴이 왜 희극 정신의 계보를 잇는 작가로 불리는지 단적으로 보여 준다. 『감성 여행』은 바로 그 자유로운 정신이 가장 명확하게 드러난 작품이다.
토마스 만, 제임스 조이스, 살만 루슈디에게 영향을 준
로런스 스턴의 대표작 국내 초역
을유세계문학전집 150번째 작품인 『감성 여행』은 계몽주의 시대에 맞서 파격적인 실험과 희극 정신으로 인간의 불완전성을 탐구한 로런스 스턴의 대표작이자 그의 마지막 작품이다. 하인의 말 한마디에 홧김에 훌쩍 프랑스행에 나서는 주인공 요릭의 파란만장한 여행기를 그린 이 소설은, 그의 능청스러움을 통해 인간 본성의 작동 원리를 매우 유머러스하게 포착해 내 비록 미완으로 남았으나 문학사에서 유례없는 독특한 희극 정신을 구현해 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존 여행기가 낯선 풍경과 지식의 습득에 집중했다면, 로런스 스턴은 그 여행 경험에서 화자가 무엇을 느끼는지, 감성이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깨어나는지에 초점을 맞췄다. 여행 중 자연스러운 만남을 즐기는 요릭의 프랑스 모험을 담은 이 책은 출간 직후 스턴이 세상을 떠나면서 당초 계획했던 이탈리아 여행기는 끝내 작품으로 태어나지 못한 채 2권까지만 출간돼 여운을 남기며 막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