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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헌법을 만나다 - 초연결 인공지능 시대를 사는 우리의 자유와 권리에 관한 이야기
- 이윤호
- 바른북스
- 2026년 05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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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 ISBN-13 : 9791176212465 |
|---|---|
| 쪽수 | 336쪽 |
| 크기 | 규격 외(152mm X 225mm, 신국판) |
| 제품구성 | 단행본 |
- 정치/사회 > 법학
AI추천 이유
“동의합니다.” 버튼을 누른 적 있는가. 앱을 설치할 때마다 마주치는 그 버튼을, 우리는 대부분 아무 생각 없이 누른다. 그 순간 나의 검색어, 위치, 소비 패턴, 심지어 감정 상태까지 어딘가로 흘러 들어간다. 이 책은 그 버튼 하나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방송·ICT 분야 정책·행정의 현장과 헌법학 연구를 두루 거친 저자는, AI가 우리의 기본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추상적 이론이 아닌 살아 있는 사례들로 풀어낸다. MS의 AI 챗봇 ‘테이(Tay)’가 출시 16시간 만에 혐오 발언을 쏟아내다 서비스를 중단한 사건, 아마존이 10년간의 채용 데이터를 학습시킨 AI가 여성 지원자를 구조적으로 낮게 평가했던 사건,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시험이 취소된 영국에서 알고리즘이 학교의 우편번호, 즉 빈부 격차를 근거로 학생들의 대학 진학을 결정했던 사건까지. 이 사례들은 모두 기술의 실패가 아니라 기본권의 위기였다.
이 책은 특히 우리가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영역에서 조용히 진행되는 권리의 위협에 주목한다. 얼굴도 모르는 ‘알고리즘 사장님’에게 이의를 제기할 수도, 설명을 요구할 수도 없는 배달 라이더의 현실, 코드 뒤에 숨어버린 플랫폼 기업 앞에서 단체교섭권이 사실상 무력화된 플랫폼 노동자의 처지, 자율주행차가 탑승자와 보행자 중 누구를 살릴지를 코드로 설계해야 하는 윤리적 딜레마까지. 저자는 이 모든 것이 결국 헌법 제10조의 인간 존엄, 제11조의 평등권, 제32조의 근로의 권리가 AI 알고리즘과 충돌하는 현장임을 차분하고 명쾌하게 짚는다.
그렇다고 이 책이 AI를 적으로 그리지는 않는다. 시각장애인의 눈이 되어주는 AI, 독거노인의 외로운 밤을 지키는 돌봄 로봇, 부모의 소득과 거주 지역과 관계없이 모든 아이에게 배움의 문을 여는 AI 튜터. 저자는 헌법 제127조가 국가에 과학기술 진흥을 의무로 부과하고 있음을 상기시키며, AI를 규제하는 것과 AI를 진흥하는 것이 대립 관계가 아님을 설득력 있게 논증한다. 인간의 존엄을 지키면서 기술의 혜택을 최대한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것이 헌법이 국가에 동시에 요청하는 이중의 과제다.
미국의 AI 권리장전 청사진과 바이든·트럼프 두 행정부의 정반대 AI 정책, 세계 최초의 포괄적 AI 규제법인 EU AI 법, 그리고 2024년 12월 제정된 우리나라의 AI 기본법까지, 주요국의 입법 동향을 헌법적 시각으로 비교 분석한 대목은 이 책이 단순한 교양서를 넘어서는 지점이다.
법은 완벽하지 않다. 딥페이크를 규제하는 법이 만들어지면 기술은 이미 딥보이스로 진화해 있다. 저자는 이 구조적 한계를 솔직하게 인정하면서도, 포기하지 않는 이유를 안전벨트의 비유로 설명한다. 안전벨트가 교통사고를 막아주지는 못하지만, 사람이 차 밖으로 튕겨 나가는 최악의 결과만큼은 막아준다. 헌법도 마찬가지다. 기술의 모든 오류를 차단할 수는 없지만, 그 오류가 인간의 존엄을 파괴하는 데까지 이르지 않도록 하는 최소한의 기준이 된다.
AI를 두려워하는 사람에게도, AI를 낙관하는 사람에게도 이 책은 같은 질문을 건넨다. “이 AI는 나의 헌법적 권리를 존중하고 있는가.” 이 질문 하나를 품고 세상을 바라볼 수 있다면, 우리는 이미 기술에 끌려다니는 수동적 존재가 아니라 기술의 방향을 스스로 결정하는 주권자로 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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