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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은 도시를 걷고 마음은 예술을 본다 - 파리 갤러리 산책(큰글자책)

  • 최보영
  • 비엠케이
  • 2026년 06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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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상세정보
ISBNISBN-13 : 9791189703974
쪽수28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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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추천 이유

책 소개

“루브르만 보고 돌아왔다면, 당신은 아직 파리를 모르는 것이다.”
“파리의 진짜 예술은 미술관 밖에 있다.”

1. 책 한 권으로 걷는 아름다운 파리
마레 지구, 생 제르맹, 마티뇽, 벨빌, 호맹빌… 파리의 골목마다 수많은 갤러리가 숨어 있다. 화려한 미술관의 명성 뒤편에서, 작은 유리문 하나를 열고 들어가면 완전히 다른 예술 세계가 펼쳐진다. 『눈은 도시를 걷고, 마음은 예술을 본다』는 바로 그 문 안으로 들어가 예술과 조우한 시간의 기록이다.
저자는 약 2년 반 동안 파리에 머물며 직접 갤러리들을 탐방하고, 도시와 예술, 파리의 일상을 기록했다. 단순한 전시 소개를 넘어 갤러리의 분위기와 거리의 공기, 작품 앞에서 일렁이던 감정까지 섬세하게 담아냈으며, 직접 촬영한 사진과 현지 갤러리 이미지, 갤러리스트 인터뷰를 더해 동시대 파리 예술 현장의 숨결을 전한다.
책에는 파리를 대표하는 현대미술 갤러리들이 다수 등장한다. 파리다운 미감을 보여주는 ‘템플롱’, 사진예술의 매력을 전하는 ‘폴카 갤러리’, 미술과 책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봉 랑베르’를 비롯해 페로탕, 갈레리아 콘티누아, 알민 레쉬, 그리고 이응노 화백의 작품을 소장한 ‘갤러리 바지우’ 등 동시대 파리 미술계를 대표하는 공간들이 생생한 현장감과 함께 펼쳐진다. 또한 이응노 화백부터 김민정 작가에 이르기까지, 한국적 미감과 정체성이 파리의 예술 현장과 만나는 순간들을 따라가며 세계 속 한국 예술의 또 다른 풍경을 비춘다.
아울러 이 책은 예술만이 아니라 파리라는 도시 자체의 감각과 분위기까지 함께 담아낸다. 마레 지구의 오래된 골목과 숨겨진 안뜰, 여름 햇살 아래의 거리, 갤러리마다 다른 공기와 사람들의 표정까지 한 편의 영화처럼 펼쳐 보이며, 독자들에게 예술과 함께 파리를 걷는 새로운 시선을 제안한다.

2. 예술과 문학, 도시와 삶을 넘나드는 감각의 기록
이 책의 또 다른 매력은 예술과 문학, 도시와 삶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저자의 시선이다. 갤러리 공간을 걷다가 에드워드 호퍼의 고독한 회화를 떠올리고, 사진 작품 속 색채를 보며 피에르 보나르의 그림을 연상한다. 어떤 전시는 한 편의 여행 에세이처럼 읽히고, 어떤 공간은 오래된 영화의 장면처럼 묘사된다. 그래서 독자는 단지 전시 정보를 읽는 것이 아니라, 예술이 문학과 영화, 도시의 풍경과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자연스럽게 경험하게 된다.
특히 사진 전문 공간 ‘폴카 갤러리’ 편에서는 사진이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시간과 감정을 보존하는 예술”로 확장된다. 여름 햇살 아래의 캘리포니아 풍경 사진을 통해 독자는 아직 가보지 못한 도시를 그리워하고, 100년 전 프랑스 상류층의 스포츠 문화를 담은 자크 앙리 라르티그의 사진 앞에서는 벨 에포크 시대의 낭만을 함께 상상한다. 예술 작품을 감상한다기보다, 이미지 속 시간으로 직접 걸어 들어가는 듯한 경험이다.
“나는 동양화를 하니까 서양에 가는 것이고, 너는 서양화를 하는 사람이니까 동양으로 가야 해.”
이응노 화백의 이 명징한 한마디처럼, 이 책은 서로 다른 문화와 예술이 만나며 더 넓어지는 감각의 순간들을 따라간다. 파리라는 도시 안에서 한국 작가들의 흔적과 동양적 미감까지 자연스럽게 연결하며, 독자들에게 예술을 바라보는 새로운 감각을 건넨다.

 

3. “갤러리는 어렵다”는 편견을 허무는 책
무엇보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예술을 해설하지 않고 ‘경험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작품의 의미를 단정하기보다, 전시 공간 안에서 떠오른 감정과 기억, 질문들을 따라가며 독자 스스로 예술과 연결될 수 있도록 이끈다. “파리의 갤러리에 관한 글이기보다는, 파리의 갤러리 안에서 살았던 내 작은 예술 경험의 기록”이라고 저자가 말했듯이, 도시를 걷다가 우연히 마주친 갤러리의 문처럼, 미술 애호가는 물론 예술이 아직 낯선 독자들에게도 편안하게 다가간다.
더불어 “갤러리는 어렵다”는 편견을 조용히 허문다. 저자는 처음 갤러리 문 앞에서 망설이던 자신의 경험을 솔직하게 털어놓으며, 예술은 특별한 사람만의 것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세계라고 말한다. “작가를 잘 알지 못해도, 모든 설명을 이해하지 못해도 괜찮다”는 메시지는 예술 앞에서 주저하는 많은 이들에게 따뜻한 용기와 호기심을 건넨다.

4. 이미지가 넘치는 시대, 오래 바라보는 힘에 대하여
무엇보다 이 책은 빠르게 소비되는 이미지와 짧은 콘텐츠에 익숙해진 시대 속에서,‘천천히 바라보는 경험’의 가치를 다시 환기한다. SNS 속 몇 초짜리 영상으로는 닿을 수 없는 감각들, 한 작품 앞에 오래 머무를 때만 생겨나는 생각의 흔들림을 이 책은 집요할 만큼 섬세하게 붙잡아낸다.
그래서 이 책은 단순한 파리 예술 기행서가 아니라, 동시대 도시인이 잃어가고 있는 감각과 사유의 시간을 복원하는 기록에 가깝다. 특히 관광 명소 중심의 여행 콘텐츠에 익숙한 독자들에게 이 책은 “도시를 소비하지 않고 감각하는 방법”을 새롭게 제안한다. 실제로 저자는 유명 랜드마크보다 골목 안 작은 갤러리와 독립 예술 공간들에 주목하며, 그 안에서 활동하는 젊은 작가들과 갤러리스트, 지역의 문화 생태계를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이러한 시선은 최근 세계 문화예술계가 주목하는‘로컬 감각’과 ‘동시대 예술 경험’의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목차

파리다운, 파리스러운 갤러리 ∥ 템플롱 TEMPLON
사진 속 시공간으로 들어가기 ∥ 폴카 갤러리 Polka Galerie
미술과 책을 모두 사랑한다면 ∥ 이봉 랑베르 Yvon Lambert
좋은 갤러리의 필요조건 ∥ 미셸 항 Michel Rein
좋아하는 갤러리를 찾는‘결’ ∥ 세미오즈 Semiose
빠른 듯 느리게, 같이 오르기 ∥ 갤러리 안-로르 뷔파르 Galerie Anne-Laure Buffard
파리지앵들의 자부심 ∥ 페로탕 Perrotin
예술의 상업성과 사회성 사이에서 ∥ 갈레리아 콘티누아 Galleria Continua
순수한 예술?! - 아르 브뤼 ∥ 크리스티앙 베르스트 아르 브뤼 Christian Berst Art Brut
초현실주의로 물든 파리 - 멈추지 않은 역사 속에서 ∥ 나탈리 세루시 Natalie Seroussi
생팔의 색채, 파리의 자유 ∥ 갤러리 조르주-필립 & 나탈리 발루아 Galerie Georges-Philippe & Nathalie Vallois
갤러리의 스토리텔링 ∥ 알민 레쉬 Almine Rech
취향 넓히기 ∥ 스트룩 갤러리 Strouk Gallery
벨빌의 다홍빛 갤러리 - 사랑에 관하여 ∥ 마르셀 알릭스 Marcelle Alix
호맹빌의 갤러리 공동체 ∥ 갤러리 조셀린 울프 Galerie Jocelyn Wolff
작지만 작지 않은 갤러리 ∥ 22.48m2
동-서양 그 너머에 ∥ 갤러리 바지우 Galerie Vazieux
이름 없는 이해의 자리에서, 파리의 아프리카 미술 ∥ 마냉-아 Magnin-A

[본 문]
갤러리 안의 세상으로 들어가는 데는 어떠한 자격도 필요하지 않았다. 작은 유리문 하나만을 사이에 두고, 갤러리들과 그 속의 예술은 이미 나를 환영해 줄 준비를 마치고 있었다. (p.5)
파리의 갤러리들은 언뜻 비슷한 모양새를 하고 있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어느 하나 똑같은 곳이 없다. 사진이나 드로잉처럼 특정 매체만을 다루기도 하고, 아르 브뤼, 팝 아트, 초현실주의처럼 특정 미술 장르나 사조를 다루기도 한다. 샹젤리제 근처 마티뇽거리의 갤러리들은 고급스럽고 세련된 반면, 벨빌이나 호맹빌 주변의 갤러리들은 실험적이고 현대적이다. 같은 동시대 미술 갤러리라 해도 이들이 보여주는 전시와 작품,심지어 리플릿 하나까지 각자만의 결을 가지고 있다. (p.6)
이 책은 파리 골목 어귀의 갤러리마다 문을 열고 들어갔던 시간의 기록이다. 예술을 느꼈던 이 여정이 누군가에게 길을 걷다 갤러리의 문을 마주쳤을 때 안으로 들어가볼 수 있는 작은 계기가 되면 좋겠다. (p.7)
전시를 같이 보러 왔던 친구가 자신은 벨 에포크 시기를 참 좋아한다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었다. 전시장 가운데 있던 의자에 앉아 한참을 이야기하며 우린 겪어보지 못한 시대를 그리워했다. 이런 게 사진의 매력 아닐까? 사진은 겪어 보기는커녕 알지도 못했던 순간으로 나를 쑥 보내버린다. 그 러면 작가가 바라보았던 그 느낌 그대로 이미지 뒤편으로 날아가 시공간을 여행하는 것이다. (p.41)
하나의 갤러리를 최대한 다각도에서 보는 이유는 파리의 수많은 갤러리 중 어느 정도 객관적 수준을 갖춘 갤러리를 소개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러한 기준들이 좋은 갤러리를 가려내는 데 충분할까? 좋은 갤러리란 무엇일까? (p.53)
좋은 갤러리를 가늠하는 데는 객관적 기준이 있겠지만, 좋아하는 갤러리를 헤아려보는 일은 ‘결’에 달렸다. 갤러리마다 흐르는 고유의 결은 때로는 묘사가 지나치게 많은 고전 소설 같고, 단어 하나 하나 음미하는 시 같기도 하다. (p.63)
태초의 욕망, 휴식, 본능을 말하는 붉은 회화 시리즈와 일상적인 노동과 삶, 이성, 절제 등을 담고 있는 이 대비되는 화면이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열심히 일하며 일상을 보내지만, 한없이 늘어져 본능대로 살아가기도 한다. 이 양분되는 속성을 우리는 때에 따라 다르게 발현해가면서 살지만 나라는 주체는 언제나 같듯이, 극단에 있는 이 모두는 자연스러운 인간의 속성이다. 그러기에 극단을 대조하고 다른 것으로 취급하기보다는 인정하고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p.68)
세미오즈는 취향과 문화적 위계를 향한 질문들을 던짐으로써 문화의 민주화를 촉진하고 싶다고 말한다. 나는 이런세미오즈의 결이 좋다. 내가 방문한 세미오즈의 전시에는 환상적인 화면 아래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서사가 있거나, 압축적이고 감각적인 화면 속에서 대놓고 소리 지르지 않는 잔잔한 메시지가 있었다. (p.74)
내가 가봤던 갤러리들은 예술에 진심인 곳들이었는데, 작품을 판다고 해서 그 마음마저 거짓이 된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이 시원치 않았다. 어쩌면 그들의 이야기가 맞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기 때문이다. (p.113)
예술의 순수성이란 무엇일까? 이런 질문들에 누군가는 확고한 답을 내놓겠지만 나는 쉽게 대답할 수 없다. 나 역시 미묘함을 좋아한다. 비록 비판의 여지가 많더라도, 구별을 지연시키는 애매함이 좋다. (p.134)
파리에 익숙해졌다가도 이렇게 가끔 도시 전체에 그대로 보존된 시간을 느낄 때면 불쑥 낯설어지곤 한다. 파리의 시간은 오래된 건축뿐 아니라 오래된 미술도 품고 있다. (p.137)
상처와 분노로 시작했던 생팔의 예술이 팅겔리를 만나 유쾌한 상상의 세계로 나아갔던 시간도, 그들이 속했던 잊혀져가던 누보 레알리슴이 현대미술계에서 다시 언급된 시간도 이 분수의 물줄기는 모두 담고 있었다. 현대미술의 자유로운 정신이 스민 이 퐁피두 센터 앞 분수에서 과거의 예술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었다. (p.157)
갤러리를 방문한다는 건 누군가의 집을 방문하는 일과 비슷하다. 잘 가꿔진 타인의 취향을 감상하는 것처럼 즐거운 일이 있을까? 갤러리를 여행한다는 건 무심코 지나쳐 버렸던 무언가를 다시 보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p.191)
에밀 아자르(로맹 가리)가 1975년에 쓴 소설 『자기 앞의 생』은 이 시기 벨빌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파리 빈민가에 살고 있는 열네 살 소년 모모가 경험하는 세상과 그를 돌봐주는 로자 아주머니를 향한 사랑을 그린 이 소설 속 공간이 바로 이곳 벨빌이었다. 그래서 벨빌에 위치한 갤러리 마르셀 알릭스에 갈 때면 늘 『자기 앞의 생』의 오디오북을 들었다. 이어폰 속 모모가 말하는 그 시기 벨빌의 사람들, 나이가 들어 기억이 오락가락하는 하밀 할아버지나 전직 권투선수지만 매춘을 하며 살아가는 여장 남자 롤라 아주머니 등의 이야기를 들을 때면 주위에 보이는 벨빌 사람들의 삶을 더 깊게 상상해볼 수 있었다. (p.196)

저자 소개
저자 : 최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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