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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 ISBN-13 : 9791169575034 |
|---|---|
| 쪽수 | 112쪽 |
| 크기 | 기타 규격 |
| 제품구성 | 단행본 |
- 소설/에세이/시 > 시
AI추천 이유

박태규 시집 《구국의 미학 2》는 시대의 균열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쓴 시집이다. 이 책의 시들은 개인의 내면으로 깊이 침잠하기보다, 광장과 거리, 권력과 시민 사이에서 벌어진 일을 짧고 강한 언어로 붙잡는다. 시집의 첫머리 「불면의 서막」이 불법 비상계엄 선포의 밤을 가리키며 “잠을 도둑맞았다 / 한 광인에게 / 민주주의를 도둑맞았다”라고 적을 때, 이 책이 어디에서 시작되는지 곧바로 드러난다. 이 시집은 감상을 늘어놓기보다 목격한 현실에 바로 반응하는 시집이다. 시대를 외면하지 않고, 말해야 할 순간에 말하는 쪽을 택한 시집이다.
이 책의 중심에는 풍자와 해학이 있다. 시인은 권력이 만들어 낸 궤변과 허위를 비틀어 드러내고, 우스꽝스러운 말과 장면 속에서 오히려 사태의 본질을 더 선명하게 보여준다. 시 「민감국가」, 「아무 일도」, 「계몽」, 「가짜 출근」 같은 시편들은 익숙한 말들을 다시 뒤집어 세우며,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독자가 스스로 알아보게 만든다. 웃음이 먼저 오더라도 그 뒤에는 씁쓸함이 남고, 그 씁쓸함은 다시 분노와 질문으로 이어진다. 왜 시민이 상식을 지키기 위해 거리로 나와야 했는가. 왜 권력은 자신이 누구에게서 비롯된 것인지를 잊어버렸는가. 이 시집은 그 물음을 짧은 시형 안에 끊임없이 되살린다.
그렇다고 이 시집이 비판과 조롱만으로 밀고 나가는 책은 아니다. 시집 곳곳에는 시민에 대한 믿음과 연대에 대한 신뢰가 분명하게 놓여 있다. 시 「나비」에서 연약한 날갯짓이 연대의 바람으로 이어지고, 「행진」에서는 깃발의 물결이 멈추지 않으며, 「빛」에서는 국민이 눈을 뜨고 세상을 밝힌다고 말한다. 이 대목들은 이 시집의 또 다른 축을 보여준다. 시인은 권력의 추함을 들추는 데 머물지 않고, 결국 이 나라를 지탱하는 것이 누구인지를 분명히 말한다. 그래서 이 시집은 분노의 기록이면서도 동시에 신뢰의 기록이다. 무너지는 것만 바라보는 책이 아니라, 끝내 버티고 지켜내는 쪽을 함께 바라보는 책이다.
형식 또한 이 시집의 개성을 만든다. 한 편 한 편이 길지 않기에 문장은 더 직접적이고, 제목과 시어는 더 또렷하게 박힌다. 어떤 시는 구호처럼 읽히고, 어떤 시는 광장의 발언처럼 읽히며, 어떤 시는 민중의 입에서 바로 튀어나온 말처럼 들린다. 시 「역도」의 “하늘 아래에 있는 줄은 알면서도 / 국민 아래에 사는 줄은 모르도다” 같은 구절은 이 시집 전체의 문제의식을 압축해서 보여준다. 권력은 국민 위에 군림하는 자리가 아니라 국민에게서 잠시 위임받은 자리라는 사실을, 시인은 어렵지 않은 말로 정확하게 짚는다. 이 직설과 압축은 이 시집이 가진 가장 큰 힘이다.
《구국의 미학 2》는 시가 시대 앞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시집이다. 시가 현실을 바꿀 수는 없어도, 무엇이 비정상인지 또렷하게 말할 수는 있다. 침묵이 쉬운 자리에서 침묵하지 않고, 밤이 길수록 더 분명한 언어로 아침을 부를 수는 있다. 이 시집은 바로 그런 역할을 한다. 정치 풍자시집으로 읽히는 동시에, 한 시대의 불면과 분노, 그리고 시민의 연대를 기록한 시집으로 남는다. 그래서 이 책은 한때의 시사적 반응으로 그치지 않고,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마음이 어떤 언어를 필요로 하는지 보여주는 기록으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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