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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 ISBN-13 : 9791193044414 |
|---|---|
| 쪽수 | 346쪽 |
| 크기 | 기타 규격 |
| 제품구성 | 단행본 |
- 소설/에세이/시 > 수필
AI추천 이유

“그만두는 건 쉬웠어”
한 시절의 열망과 상실이
몸에 남기는 깊은 자국
섀프턴에게 수영은 “맑고 잔잔한 물속 깊은 곳에 놓인 조개껍데기”와 같았다. 저 앞에 선명히 보이지만, 잡으려고 손을 뻗으면 물결에 굴절되어 흐려지고 마는 것.
올림픽 선발을 위한 훈련팀에 들어간 섀프턴은 새벽마다 살을 에는 추위를 뚫고 물속으로 뛰어든다. 식단을 치밀하게 조절하고, 시간을 10분의 1초, 100분의 1초 단위로 나누어가며 지겹도록 훈련한다. 그럼에도 뜻대로 되지 않아 새어나오는 좌절감을 겨우 틀어막는 날이 생긴다.
과거와 현재가 겹쳐지듯 수시로 현재형으로 되돌아가는 섀프턴의 문장을 읽다 보면 물속의 고독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무섭게 따라잡는 옆 레인 팀원을 볼 때의 철렁함, 바깥 레인으로 한 칸씩 밀려날 때의 두려움, 미친 듯이 저어대던 팔다리가 나가떨어져 더는 속도가 나지 않을 때의 울컥함이 문장 하나하나에서 배어나온다. 어느 날 물속을 나아가다 문득 자신은 올림픽에 나갈 수 없으리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 묵어 있던 감정들은 한꺼번에 빠져나가고 마음에는 설명하기 어려운 빈자리가 남는다. 그 갑작스러운 공백은 읽는 이로 하여금 끝내 놓아버린 무언가를 가만히 떠올리게 한다.
“분명한 것은 모든 시간의 토막이 지금의 우리를 형성한다는 것”
묵묵한 자기 단련이 데려다준 삶의 다음 층위
익숙한 수평의 자세를 떠나 수직으로 어색하게 땅에 선 섀프턴을 지탱한 것은 수영에서 배운 단련의 습관이었다. “특별한 단 하나가 발생하도록, 언제일지는 몰라도, 아주 오랜 뒤라 하더라도, 전혀 특별하지 않은 일련의 일들을 아주 잘, 반복하고 또 반복하여, 백만 번 넘게 하는 것.” 수영장을 100바퀴 돌듯 100장의 드로잉을 그리고 100번의 상담을 받는 동안, 끝없는 반복은 섀프턴을 물살처럼 조금씩 다른 층위로 밀어 보낸다.
수영에서 번져간 그의 작품들은 금방 물에서 건진 듯 퍼렇고 먹먹하다. 코를 찌르는 선명한 락스 냄새와 눅진한 물 내음, 젖은 수건과 양털 장갑의 작은 조직까지 되살아나는 듯한 글과 그림, 사진이 얽혀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지난 시절을 그대로 머금은 듯한 섀프턴의 서술적 성취를 소설가 이주혜는 이렇게 설명한다.
“평생 물에 이끌려 산 사람이 자신이 경험한 물에 대해 말할 때 느낄 수밖에 없는 완벽하게 해내고 싶은 열망과 성에 차지 않는 언어의 갈급함이 페이지마다 가득하다. 결국 작가는 공감각의 파도처럼 몰려왔을 기억을 포착하기 위해 이미지로 곧장 환원되는 표현적 문장을 쓰고 긴 묘사를 대신하는 이미지를 한데 엮어 전달한다. 덕분에 우리는 텍스트에서 선명한 푸른 물을 차갑게 감각하고 얼룩 같은 색채에서 수영장의 염소 냄새와 양털 장갑, 말라붙은 케첩 냄새를 맡는다.”
“수영은 내 몸을 떠난 젊음 그 자체이지만,
나는 빠르게 지금의 몸을 살아가고 있다”
삶이라는 두 번째 수영 앞에서
섀프턴은 다양한 예술작품을 글로 가져와 삶을 살아내는 데 필요한 집중력과 인내를 빗댄다. 그중에서도 피터 벤츨리의 소설 『죠스』의 비유는 날카롭고도 은유적이다. 상어는 평온한 일상을 습격해 우리를 흔들고 유혹하는 감정을 상징한다. 당장이라도 모든 것을 그만두고 도망쳐버리고 싶은 순간, 사랑하지만 이제는 지겹기도 한 무언가를 놔버리고 싶은 유혹은 때때로 우리를 강렬하게 흔든다. 섀프턴은 그런 유혹 앞에서 수영을 사랑했던 방식을 떠올린다. 인내하고 반복하며, 끝까지 계속하는 법을.
섀프턴은 이제 스스로를 수영하는 사람보다는 그저 물에 몸을 담근 사람으로 바라본다. 수영은 점점 과거의 물웅덩이로 멀어져가지만, 고독 속에서 끝까지 인내하고 반복했던 기억은 아직도 섀프턴의 몸에 깊이 새겨져 있다. 이제 그는 물속 깊은 곳에 남겨두었던 조개껍데기 옆에 나란히 몸을 눕힌다.
“왜 수영을 그만두었을까, 왜 토론토를, 캐나다를 떠났을까 생각해본다. 두 개의 면, 두 개의 삶이 있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선연하게 느낀다. 운동선수와 보통의 성인이라는 분류 말고, 몸의 삶과 마음의 삶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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