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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 ISBN-13 : 9791167528124 |
|---|---|
| 쪽수 | 236쪽 |
| 크기 | 기타 규격 |
| 제품구성 | 단행본 |
- 소설/에세이/시 > 국내소설
AI추천 이유
“분단의 상처 위에 피어난 사랑과 기다림의 서사”
안원근 작가의 신작 『기차는 지리산에 멈추고』는 한국전쟁이라는 거대한 역사적 비극 앞에 선 평범한 인간들의 이야기다. 《욕망의 늪》, 《광주는 현재다》로 한국 현대사의 구조적 모순과 권력의 폭력성을 날카롭게 파헤쳐 온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는 그 시선을 더욱 깊은 곳으로 내린다. 이념의 언어가 아닌, 한 인간의 마음속에서 피어난 사랑의 언어로.
소설은 지리산 자락의 산채 마을과 대동강변 세석의 포구 마을이라는 두 개의 공간을 무대로 삼는다. 이 두 공간은 단순한 지리적 배경이 아니다. 작가가 작가의 말에서 직접 밝히듯, 이곳은 "너와 나, 내 편과 네 편, 선과 악으로 나누어진 이분이라는 어리석음을 뛰어넘는 상징적 공간"이다. 그 상징의 중심에 세석과 산채가 있다.
인민군 소대장으로 지리산 마을에 주둔하게 된 세석은 전쟁의 논리에 충실한 군인이면서도, 민간인의 생명과 존엄만은 결코 해쳐서는 안 된다는 신념을 지닌 인물이다. 그러한 세석 앞에 별빛을 사랑하는 소녀 산채가 나타난다. 두 사람의 만남은 필연처럼 깊어지지만, 전쟁은 선한 의지만으로는 멈추지 않는다. 총성과 폭격 속에서 사랑은 눈 속에 묻히고, 진실은 오래도록 산에 남겨진다.
“별이 지고 꽃이 피는 사이, 그들은 끝내 서로를 잊지 않았다.”
작가는 6부에 걸친 서사를 통해 이 이야기를 섬세하게 직조해 낸다. 1부 「산에 핀 꽃보다 더 많은 별」에서 시작된 서정적 묘사는 전쟁의 비극과 인간의 욕망이 충돌하는 중반부를 거쳐, 「사라지지 않는 기억들」과 「별과 꽃이 다시 만나는 자리」에서 깊은 울림으로 귀결된다. 마지막 6부 「아바의 〈치키티타〉와 〈페르난도〉를 사랑하는 여인」은,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도 여전히 그 기다림과 기억 속에 살아가는 한 인간의 초상을 조용하고 아름답게 담아낸다.
이 소설이 특별한 이유는, 그것이 단순히 전쟁 서사나 멜로드라마에 머물지 않는다는 데 있다. 작가 안원근은 30여 년간 국어교사로 살아온 사람의 언어로, 분단이라는 현실을 만들어 낸 언어의 오염과 지도자들의 탐욕을 조용히 고발하면서도, 그 모든 상처 위에 인간적 유대와 사랑의 가능성을 놓는다. 묵직하되 아름답고, 슬프되 따뜻한 문장들은 독자를 지리산의 산봉우리 아래, 비 내리는 대동강 포구 앞으로 고요히 데려다 놓는다.
전쟁의 기차는 지리산에 멈추었지만, 사랑은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그 사랑은, 지금 이 시대에도 유효한 질문을 우리에게 건넨다. 너와 나를 가르는 선은 누가 그었는가. 그리고 우리는 언제쯤 그 선을 함께 지울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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