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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 ISBN-13 : 9791155785171 |
|---|---|
| 쪽수 | 634쪽 |
| 크기 | 기타 규격 |
| 제품구성 | 양장 |
- 인문/역사 > 교양사상
AI추천 이유
인산의학의 장구하고 거대한 흐름… 한 권의 기록으로 돌아오다
의술을 넘어선 사유, 인산을 읽다
인산 탄신 117주년을 기념해 출간된 《인도仁道-상의上醫 인산仁山 행적기》는 불세출의 신의(神醫)라 불렸던 인산 김일훈 선생이 걸어온 삶의 궤적을 따라가며 ‘사람을 살린다는 것’의 의미를 조용히 되묻는다. 시대의 격랑과 고초를 지나 자연 속에서 완성된 그의 의술은 민초를 향한 실천으로 이어졌고, 그 삶은 결국 ‘신의(神醫)’ ‘의황(醫皇)’이라는 이름으로 남았다.
저자이자 인산 김일훈 선생의 차남인 김윤세 인산가 회장은 매거진 《인산의학저널》 등 다양한 매체에 40여 년에 걸쳐 발표한 인산 선생에 관한 글들을 선별해 하나의 서사로 엮어냈다. 서로 다른 형식으로 흩어져 있던 기록들이 한 권으로 집약되면서, 인산의 사상과 실천은 비로소 하나의 흐름 속에서 일관되게 읽힌다.
저자는 인산 선생이 평생에 걸쳐 체득한 ‘신약(神藥)’과 ‘인술(仁術)’의 본질이 단편적으로 이해되어 온 한계를 넘어, 생명관과 자연관, 그리고 활인구세(活人救世)의 실천이 하나의 체계로 연결되어 있음을 밝혀내고 있다. 동시에 아들의 시선에서 바라본 아버지 인산은 ‘생이지지의 혜안’을 타고난 존재이자, 그 깨달음을 가난한 민초를 위해 사용한 실천적 지식인의 모습으로 그려진다. 따라서 이 책은 단순한 회고록을 넘어, 사상적 유산을 온전히 전하고 계승하려는 책임 의식으로 완성된 작업의 결과라 할 수 있다. 김윤세 회장은 이 책의 집필 동기와 목적에 대해 이렇게 밝힌다.
“선친이 평생 실천한 상의(上醫)의 삶을 우리 사회에 온전히 전하는 일은 늘 제 숙제였습니다. 그동안 왜곡된 시선 속에서 글쓰기를 자제해 왔지만, 선친의 뜻과 업적을 올바르게 전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책을 통해 그 거룩한 생애의 한 편린이나마 바르게 전해지기를 바랍니다.”
시대를 건너며 완성된 인산의 길
이 책은 인산 선생의 생애를 크게 세 개의 시대적 흐름으로 분류한다. 첫째는 일제강점기와 항일의 시대다. 인산은 생이지지의 혜득을 통해 유년 시절부터 비범한 면모를 보이며 명의이자 유학자인 조부로부터 깊은 사랑을 받는다. 16세 어린 나이에 고향을 떠나 광복군이 되어 만주와 백두산, 연해주 일대를 넘나들었고, 일경의 검거와 포위망을 피해 20년 동안 도피와 은거를 반복해야 했다. 이 시기는 단순한 생존의 시간이 아니라, 자연과 우주를 관찰하며 생명의 근원을 탐구한 사유의 축적기였다. 어린 시절부터 드러났던 직관적 통찰은 이 시기를 거치며 더욱 심화되고 체계화된다.
둘째는 해방 이후와 6·25전쟁 그리고 국가 체제 형성기의 좌절이다. 인산 선생은 자신이 구축한 의학 체계를 사회적 제도 안에서 구현하고자 했으나, 당시의 의료 환경과 국가 정책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는 단순한 배제라기보다, 서로 다른 인식 체계가 충돌한 결과에 가까웠다. 이 경험은 깊은 실의로 이어졌지만, 동시에 인산의 의론이 제도 밖에서 더욱 독자적인 길을 걷게 되는 계기가 된다.
셋째는 계룡산과 함양으로의 낙향과 서울 생활, 그리고 다시 함양으로 이어지는 1960년대 이후의 완성과 집성의 시기다. 인산 선생은 자연 속에 거처를 두고 우주와 생명의 상관관계를 깊이 탐구하며, 약초와 동식물, 자연 순환의 원리를 결합해 ‘신약’ 체계를 완성해 나간다. 죽염과 쑥뜸법, 유황오리, 활인핵(活人核) 오핵단(五核丹)으로 이어지는 처방은 단순한 치료 기술을 넘어선 자연의론의 실천적 결과였다. 수많은 치료를 거친 후에도 완치하지 못하고 더 이상 길이 없다고 생각한 병자들이 마지막 선택으로 인산 선생을 찾았고, 그의 거처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생의 영역으로 돌아오는 ‘생명의 나루’가 되었다.
이 과정에서 드러나는 인산 선생의 의술은 무엇보다 ‘대가를 요구하지 않는 실천’이라는 점에서 특별하다. 그는 환자들에게 어떤 보상도 바라지 않았고, 스스로 만든 약제와 탕약을 아낌없이 내놓았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그가 평생 80번이나 거처를 옮겨야 했고, 함지박을 깎아 생계를 이어가야 했으며, 가족들 또한 헐벗고 궁핍한 삶을 감내해야 했다는 안타까운 현실이 있다. 그럼에도 인산 선생은 의술을 생계의 수단으로 삼지 않았다. 사람을 살리는 일 앞에서 개인의 안락이나 소유는 부차적인 것이라는 신념이 그의 삶을 지배했다. 이러한 태도는 그를 민초들의 고통을 함께 짊어진 ‘의황(醫皇)’으로 자리매김하게 한다.
이 책은 인산 선생의 삶을 영웅적 신화로만 기술하지 않는다. 혼란과 역경의 시대 속에서 더 나은 세상을 이루고자 했던 한 인간이 때로 겪어야 했던 좌절, 그리고 다시 이어지는 희망이 입체적으로 드러난다. 또한 서울 을지로의 시중 한의원과 충무로 성혜한의원을 운영하던 시절, 소경이 눈을 뜨고 앉은뱅이가 일어섰다고 전해지는 기적의 일화들은 입으로 전해지는 전설이 아니라, 당시 사람들에게 인산 선생이 어떤 존재로 인식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생생한 현장이었다.
사람 살리는 일, 그 한 가지를 위해
부록에 수록된 1980년대 언론 인터뷰 기사 역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여원》 《월간경향》 등에 실린 기사들은 인산 선생을 ‘기인’이자 ‘신의’로 기록한다. 함양 인산농장의 소박한 풍경, 계곡과 산딸기 향기까지 담아낸 현장 묘사, 그리고 자연 속에서 이어지는 치료와 연구에 관한 글은 하나의 문학처럼 읽힌다. 병원에서 손을 놓은 환자들이 마지막으로 찾아와 다시 삶을 이어갔다는 증언과 함께, 인산의 확신에 찬 식견과 인술은 시대가 왜 그를 의황으로 불렀는지를 설득력 있게 전한다.
이 책의 여러 지면에는 저자 김윤세 인산가 회장의 생생한 체험이 담겨 있다. 병든 환자들을 위해 자신의 삶을 내어주던 아버지의 뒷모습, 그리고 죽음의 문턱에서 부친의 한마디 음성을 듣고 다시 살아났던 기억 등은 단순한 회상이 아니라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정서적 기반이 된다. 인산 선생은 저자에게 아버지였지만, 동시에 세상의 수많은 병자를 살리고자 했던 ‘모든 중생의 스승’으로 기억된다. 이처럼 이 책은 한 사람의 전기를 넘어선다. 그것은 ‘사람을 살린다는 것’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입증하는 기록이며, 의술이 기술이 아니라 사유이고, 그 사유는 반드시 실천으로 완성돼야 한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책의 끝부분에서 소개되는 두 부자의 죽염 산업화에 대한 소망은 진한 감동을 자아낸다. 인산 선생은 차남 김윤세 회장에게 ‘죽염 산업화’를 권고하며 그것이 결코 이익을 추구하는 사업이 아니라 ‘사람을 살리는 인업仁業’이 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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