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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 시대 한국 사회의 공백 - 한국 장례 문화가 놓친 것들과 다시 세워야 할 기준
- 김진태
- 바른북스
- 2026년 06월 0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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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 ISBN-13 : 9791176212656 |
|---|---|
| 쪽수 | 384쪽 |
| 크기 | 규격 외(152mm X 225mm, 신국판) |
| 제품구성 | 단행본 |
- 소설/에세이/시 > 수필
AI추천 이유

가루가 된 죽음 앞에 서서: ‘처리’가 아닌 ‘모심’을 향한 고해성사
김진태(장묘풍수명장)
산 자들의 편리를 위해 죽은 자들은 지하실 냉장고로 숨어들었다. 4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장묘와 풍수, 제의의 현장을 지켜오며 내가 목격한 것은 서글프게도 ‘효(孝)의 증발’이었다. 우리는 지금 고인을 모시는 것이 아니라, 죽음을 ‘처리’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세계 유례없는 화장(火葬) 대국이 되었다. 국토는 좁고 관리할 손길은 부족하니 화장은 피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일지 모른다. 하지만 문제는 화장 그 자체가 아니다. 화장 이후 우리가 행하는 ‘파괘(破壞)’의 행태다. 유교 문화권인 중국, 일본, 베트남 중 오직 우리만이 화장한 유골을 다시 가루 내어 형체를 완전히 없애버린다.
분골(粉骨). 뼈를 가루로 만드는 그 순간, 조상과 후손을 잇는 영적 수신 체계인 ‘육방체계(六方體系)’는 처참히 무너진다. 형체가 사라진 죽음 앞에서 후손은 어디에 마음을 누이고, 어디를 향해 절을 해야 하는가. 가루가 된 고인은 산 자의 기억 속에서도 그렇게 빠르게 휘발되어 간다.
현대 장례식장은 거대하고 화려해졌으나, 그 안에서 정작 ‘고인’은 소외되어 있다. 고인의 몸체는 차가운 지하실 안치실에 격리되고, 유족들은 별도의 분향소에서 영정 사진과 화려한 조화, 즉 ‘가체(假體)’만을 마주한다. 이를 나는 ‘별실별단(別室別壇)’이라 부른다. 고인이 계시지 않는 곳에서 사진을 향해 곡을 하는 이 기이한 풍경이 과연 제의의 본질인가. 편리함이라는 달콤한 유혹에 빠져 우리는 죽음을 박제하고, 고인을 시설 속에 수납해 버리는 반(反)예절의 길을 걷고 있다.
내가 40년 실무를 통해 ‘초혼장(招魂葬)’과 ‘몸체 중심의 의식’을 그토록 강조해 온 이유는 단 하나다. 죽음은 끝이 아니라 영속적인 연결이기 때문이다. 화장을 하더라도 고인의 체계를 갖추어 모셔야 한다. 가루가 아닌 ‘인격적 존재’로 대우할 때, 비로소 제례는 살아나고 효의 근본이 바로 선다.
편리함은 사람을 게으르게 만들고, 게으름은 정성을 갉아먹는다. 이제는 멈춰 서서 물어야 한다. 지하실 냉장고에 갇힌 고인에게 우리가 바치는 절이 진정 누구를 위한 것인지를. 가루가 되어 사라지는 것은 고인의 뼈만이 아니라, 어쩌면 우리 민족의 뿌리와 따뜻한 정서일지도 모른다.
국가와 국민에게 간절히 호소한다. 이제 ‘시설 중심’의 장묘 행정에서 벗어나 ‘예우 중심’의 장묘 문화를 회복해야 한다. 고인을 다시 제의의 중심으로 모셔 오는 일, 그것이 40년 동안 장묘 현장에서 땀 흘린 한 노(老) 장인이 세상에 남기고 싶은 마지막 고언(苦言)이자 충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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