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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 ISBN-13 : 9791112165978 |
|---|---|
| 쪽수 | 116쪽 |
| 크기 | B6(127mm X 188mm, 사륙판) |
| 제품구성 | 단행본 |
- 소설/에세이/시 > 시
AI추천 이유
여름의 무더위를 잊게 하는 시원하고도 서늘한 시로 많은 사랑을 받아온 『유령 알러지』가 싱그러운 복숭아 향을 더한 『피치 원 바이트』로 재출간되었다. 표지 디자인부터 본문 미공개 시 추가로 한층 더 다채로운 감각을 선사하는 『피치 원 바이트』!
소외된 이들 없이 모두에게 이름 지어지는 세상에서 다정한 위안과 사랑을 흠뻑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자주 물렁해져도 좋다고 말하는
멍이 들어 즙이 흘러내리던
복숭아의 부드러움에 대해
생각한다”
무르고도 투명한 마음으로 담아낸
소외된 존재들의 목소리
여름의 감각을 담은 시집 『유령 알러지』가 물큰하고 달큼한 복숭아의 이미지를 더한 『피치 원 바이트』로 새롭게 재출간되었다. 풋풋하면서도 서늘한 정서를 담은 리커버판은 부드럽게 무르며 스며드는 감정의 결을 한층 또렷하게 보여준다.
‘원 바이트(one byte)’는 컴퓨터 메모리에서 한 글자가 차지하는 최소 단위를 의미한다. 아주 작은 용량을 가리키는 이 말은 시집 속에서 무르고 투명한 복숭아 한 조각과 겹치며, 보잘것없어 보이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존재들을 상징한다. “작은 점이 된 우리가/마음을 치켜세우고 서 있다/위성이 쳐다봐 줄 때까지”(「여름 인사 안부」) 자기 존재를 포기하지 않으며 삶을 살아내려는 이들의 의지는 눈에 보이지 않는 감정과 존재의 무게를 조용하지만 강렬하게 드러낸다.
시집 속 인물들은 응어리진 마음을 그대로 표출하기보다 울음을 삼키며 살아간다. 개인의 존재감을 쉽게 소거하는 세상에서 감정을 억누른 채 투명하게 살아갈 수밖에 없는 그들의 모습은 마치 유령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는 이미지를 넘어 가면을 쓴 채 자신의 진실을 감추고 살아가는 현대인의 근본적인 외로움을 비추는 은유로 읽힌다.
“오선지 같은 세상에서 잠시 늘어져 있어도 좋아
한 박자씩 밀리는 걸음으로 나아가던 목소리”
‘정상’의 범주를 다시쓰기
이 시집은 ‘정상’이라는 기준이 만들어내는 경계와 질서를 조용히 바라본다. 그리고 ‘정상’이란 과연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사회가 만들어낸 기준에 균열을 내기 시작한다. 세상을 바라보는 익숙한 시선이 깨지기 위해서는 때때로 작은 충격이 필요하다. 이 시집에서 ‘괴담’은 바로 그런 균열의 장치로 등장한다. 사람들이 두려워하고 멀리하는 유령의 이야기로 독자와 거리를 만들며, “유령은 해롭다는 소문을 삼킨 채 우리에게 돌아오지”(「유령 퇴치 금지」)라는 문장처럼 소문을 발화하는 주체로 독자를 세운다. 괴담 속 유령은 공포의 대상이 아니라 우리가 외면해 온 목소리로 다가온다.
때로 “해피 피치 치유/아무 연관 없는 단어 나열하기”(디어 피치)와 같은 문장들은 말장난처럼 보이기도 한다. 분명 표면적으로 또렷이 적혀 있지만 어딘가 비어 있는 문장들은 시집 속 희미한 유령의 모습과 맞닿으며 독자를 잠시 멈춰 세운다. 이러한 언어들은 그 어떤 대상도 쉽게 의미를 규정하거나 판단하지 않으려는 작가의 태도를 드러낸다. 나아가 세상을 채우고 있는 커다란 목소리들이 가진 힘을 무력화하는 것처럼 다가오기도 한다.
작가는 소외된 존재들의 상처에 집중하며 그들의 아픔을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함께하려 한다. 그리고 그 시선은 ‘정상’의 범주를 다시 쓰는 일로 이어진다. “눈이 세 개 달린 사람들의 세계에서는 내가 이상한 것처럼/나는 어디에서도 정상이 아니야”(「누군가의 양손잡이」) 이 문장은 사회가 만들어온 기준을 조용히 무너뜨리며, 결국 우리가 모두 다르지 않음을 보여준다. “비어 있는 정원을 볼 때면/꼭 내가 죽인 것만 같아서 기분이 이상하지”(「디어 피치」) 작가는 외로운 존재들 곁에 가장 가까이서 말의 빈 표면보다 서로의 손을 마주 잡는 감각에 더 가까운 언어로 그들의 울음을 바라본다. “소외되는 사람에게 위안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 하나만으로 몇 글자 적어두었던 모든 문장들”이라는 작가의 말처럼 『피치 원 바이트』는 읽는 모두의 외로움을 어루만져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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