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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 ISBN-13 : 9791175010666 |
|---|---|
| 쪽수 | 132쪽 |
| 크기 | 기타 규격 |
| 제품구성 | 단행본 |
- 소설/에세이/시 > 시
AI추천 이유
천세진 시인의 세 번째 시집 『양철 우산』이 걷는사람 시인선 154번으로 출간되었다. 『양철 우산』의 화자들은 아무것도 완성하려 하지 않는다. 품을 수 없어 강에 풀어놓은 소리의 움직임을, 흘려보낸 기억이 다슬기 속으로 들어가 나오지 않는 것을 그저 지켜본다. 늘 다니던 산책길의 작은 종지 하나에서 어린 시절의 꽃과 동화 속 인물들을 발견하기도 한다. 천세진은 완성이라는 목표를 내려놓았을 때 비로소 보이기 시작하는 것들을 조용히 포착해 시 속에 담아낸다.









걷는사람 시인선 154
천세진 시집 『양철 우산』 출간
“알아 어느 무리에 속하지 않아도
사랑하면 그런 궤도를 갖게 된다는 걸”
미완성의 감각으로 포착한
삶의 풍경과 기억의 서사
천세진 시인의 세 번째 시집 『양철 우산』이 걷는사람 시인선 154번으로 출간되었다. 『양철 우산』의 화자들은 아무것도 완성하려 하지 않는다. 품을 수 없어 강에 풀어놓은 소리의 움직임을, 흘려보낸 기억이 다슬기 속으로 들어가 나오지 않는 것을 그저 지켜본다. 늘 다니던 산책길의 작은 종지 하나에서 어린 시절의 꽃과 동화 속 인물들을 발견하기도 한다. 천세진은 완성이라는 목표를 내려놓았을 때 비로소 보이기 시작하는 것들을 조용히 포착해 시 속에 담아낸다.
빗방울 소리를 하나도 빠뜨리지 않는 양철 우산을 쓰고 싶다는 당신은 양철 지붕 아래서 오래 잠들었던 사람 같다
독이 든 생감자를 먹었을지 아카시아 가시에 손톱 밑을 찔렸을지 알 수 없으나 당신은 오랜 잠에서 깨어난 사람 같다
입을 맞추었을까, 양철 지붕 열기가 목에 걸린 감자를 익혔을까
어느 지붕도 양철 지붕처럼 비를 울리지는 못하고, 이곳은 비가 자주 오는 곳
당신은 깨어나지 않는 잠들이 사는 박물관 옆에서 자랐을 것 같고 양철이 울릴 때마다 깊은 잠 속으로 돌아갈 것 같다
그런 당신을 깨우는 습관을 나는 언젠가 잊을 것 같다
―「양철 우산」 전문
1부와 2부는 “소리”를 중심에 세운다. 이 시집의 소리는 귀로 듣는 소리가 아니다. 시인이 말하는 “소리”는 “풍경 속에 사는 짐승”이며, 잡아 두거나 해명할 수 없는 것들의 총칭에 가깝다. 표제작 「양철 우산」은 이 시집에서 “소리”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잘 보여 주는 시다. 시는 빗방울 소리를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싶다는 어느 사람의 말에서 시작해, 양철 지붕 아래 긴 잠에 들었던 사람의 모습을 차분하게 묘사한다. 시는 이렇게 끝난다. “그런 당신을 깨우는 습관을 나는 언젠가 잊을 것 같다” 잊을 것을 알면서도 지금은 아직 기억하고 있는, 그 사이의 시간. 천세진의 시는 그것을 가장 담백한 언어로 붙잡는다.
3부에는 가족의 내력을 배경으로 한 시들이 모여 있다. 「사진첩 1」과 「사진첩 2」, 「맏이와 막내의 일」, 「덜컥」처럼 직접 설명하거나 해명하는 대신 사진첩을 넘기듯 나지막이 말을 건넨다. 4부에서는 시간과 겨울, 그리고 시 쓰기 자체에 대한 성찰이 깊어진다. 「종지에 담기는 것들」에서 시인은 늘 다니던 산책길에 놓인 작은 종지 하나에서 어린 시절의 꽃, 냇가에 데려가 풀을 뜯기던 염소, 동화 속 인물들을 발견한다. 종지는 넘치지 않는다. 누군가의 발에 차여 엎질러져도, 바닥에 떨어진 몇 방울은 반짝인다. 남승원 문학평론가는 이 시가 “비록 우리의 삶이 갖은 시련 속에서 ‘엎질’러졌을 때조차 ‘바닥에 떨어진 몇 방울’에서도 ‘반짝’임을 멈추지 않을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향한다“고 말한다.
『양철 우산』은 완성된 무언가를 향해 달려가는 시집이 아니다. 오히려 돌아오는 것들의 무게를 견디며 하나 남은 눈동자로 세상을 바라본다. 이 시집은 독자에게 어떤 결론도 건네지 않는다. 그 대신 작은 종지 하나, 늙은 깃털 한 올, 빗소리 하나도 빠뜨리지 않으려는 어느 사람의 마음을 곁에 놓는다. 겨울을 견디는 일은 그런 것으로도 가능하다고, 시인은 조용히 말을 건넨다.
시인의 말
떠난 것들이 자꾸 돌아온다
길의 끝이 이곳인 것처럼 돌아온다
돌아오는 것들 때문에
자꾸 무거워지고
눈이 세 개가 되었으나
하나는 퇴화 속에서 암중모색 중이고
나머지 둘은 함께 잠들지 않는다
돌아오는 것들을 위해
눈동자 하나에 겨우 의지했다
2026년 6월
천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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