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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 ISBN-13 : 9791194232384 |
|---|---|
| 쪽수 | 196쪽 |
| 크기 | 기타 규격 |
| 제품구성 | 단행본 |
- 예술 > 예술일반
AI추천 이유
동시대 이미지와 현실 세계에 내재한 모순과 그 본질을 특유의 비판 이론과 변증법적 글쓰기로 밝혀온 히토 슈타이얼이 『미디엄 핫: 발열 시대의 이미지』로 돌아왔다. AI 시대의 도래와 함께 과거와 결별한 이미지와 우위를 선점하려는 테크 기업들이 벌이는 경쟁 속에서 점점 가속화되는 변화의 징후들을 날카롭게 조사하는 이 책은 팬데믹 이후 정치, 경제, 문화 등 사회 전반에 걸처 확산되는 불확실성과 통계적 산물로서의 이미지, 그리고 ‘구실’로 전락할 위기에 처한 예술의 처지를 기록한 현장 보고서다.
‘빈곤한 이미지’에서 ‘파워 이미지’로
갈수록 주목받는 AI 생성 이미지는 광범위한 다중 위기의 시대와 맞물려 등장했다. 상시적인 금융 붕괴 위험, 극단적인 기상 이변, 점점 확산되는 우파와 신파시스트 운동, 수많은 사상자와 난민을 낳는 세계 각지의 군사 분쟁… 이들은 서로 긴밀히 연결된 만큼이나 이미지와도 밀접한 관계를 맺는다. 다만, 관계의 성격이 달라졌다. 과거 지표적 재현으로서 이미지가 광학에 근거했다면, 통계적 절차에 기반하는 확률적 이미지는 현실 그 자체와 본질적으로 무관하다. 이전의 이미지가 작동 이미지(operational image)로서 전쟁, 감시, 생산 등 온갖 행위에 적극 개입했다면, 오늘날에는 AI 이미지에 필요한 데이터 생성 자체를 위해 전쟁이 동원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전쟁은 범용 인공지능(AGI) 개발을 위한 재료를 수집하는 데이터 기업은 물론 AI 활용을 원하는 방산 업체에 최적화된 연구 개발 환경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착취 가능한 AI 노동력을 만드는 데도 크게 기여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이미지는 노동, 데이터, 자원을 추출해 주변을 파괴시키는 데/미지(da/mages, 데이터/이미지)가 되고, 어떤 식으로든 현실에 손상을 입힌다. 현재까지 AI 이미지 기술의 가장 큰 업적은 예술의 민주화가 아닌, 무고한 이들을 빛과 빈곤으로 내몰고 수많은 시위를 촉발한 데 있다. 근래의 그 어떤 기술도 생성형 AI 도구만큼 많은 파업, 소송, 온라인 캠페인을 일으키지 못했으며, 이 산업이 초래하는 막대한 환경 오염은 갈수록 명백해지는 추세다.
약 15년 전, 히토 슈타이얼은 「빈곤한 이미지를 옹호하며」라는 글을 통해 특정 자본주의 조건 아래 일어나는 온라인 이미지의 해상도와 순환 문제라는 양가적 현상을 다룬 바 있다. 저자는 그간 많은 것이 변했다고 말한다. 이제 “빈곤하든 말든, 이미지는 인터넷에서 빨려 나와 벡터 공간에 맞게 갈아 으깨진 다음, 대중 영합적이고 무난하며 무미건조하게 최적화되는 방식으로 재조합된다.” 디지털 이미지 생산이 초래하는 디지털 신진대사의 균열 속에서 빈곤한 이미지는 파워 이미지(power images)로 변모한다. 2022년 무렵부터 기계학습과 관련된 연산 작업은 엄청난 전력을 잡아먹기 시작했으며, 그 소비량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중이다. 구글은 이산화탄소 배출 목표를 50퍼센트나 초과하자 탄소 중립 간판을 슬그머니 내렸다. ‘전력’과 ‘권력’을 아우르는 뜻이 담긴 파워 이미지는 정체된 데이터 기반 문화를 표상하는 동시에 대기를 달구고, 사람들을 이주시키며, 자원을 태워 없앤다. 다른 장에서 말하는 ‘평균적 이미지’(mean images) 역시 골상학과 통계학 같은 과거의 추출적이고 감시적인 관행들과 생성형 AI 간의 연속성을 추궁하며 거대한 시스템 아래 은닉된 현실의 층위를 탐색한다. 사회적 약자, 이른바 미세노동자 또는 유령노동자의 노동으로 굴러가는 디지털 과두제에서 우리 역시 소수의 플랫폼 기업들이 준독점하는 디지털 생산 파이프라인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중이다.
서문에서 밝히듯 이 모든 “일이 이제 막 본격화된 만큼, 대부분의 핵심 질문들은 여전히 결론이 나지 않았고, 아직은 형언하기 어려운 질문도 적잖다. 상황이 워낙 빠르게 움직이다 보니, 아무리 따라가려 해도 오늘의 개념이 내일이면 구식이 되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저자가 이 책에서 던지는 질문들은 강력하다. “확률적 시스템과 포퓰리즘 정치에 포획될 때, 이른바 상식의 미학적, 사회적 함의는 어떻게 변하며, 이는 미학이라는 개념의 근본적 한계에 대해 무엇을 시사하는가? 불투명하고 독점적인 시스템에 넘겨질 때, ‘의미’의 의미는 어떻게 변할까? 이미지 제작이라는 열역학적 시스템이 낳는 사회적, 환경적 피해를 어떻게 막을까? 이미 현실화된 AI 기반 무기의 개발과 실전 배치, 그리고 군비 경쟁의 악순환을 어떻게 교란할까? 기계 시스템의 자율성이 높아져 인간의 사고와 감성이 소모품으로 전락할 때, 인간 시스템과 인간 자신은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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