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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 규격 정보
| ISBN | ISBN-13 : 9791199912304 |
|---|---|
| 쪽수 | 184쪽 |
| 크기 | 기타 규격 |
| 제품구성 | 단행본 |
이 책이 속한 분야
- 인문/역사 >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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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칠 정도로 몰두하며 자기만의 세부로 파고드는 쓰기,
결국 사라지는 쓰기에 대하여
리디아 데이비스는 왜 쓰는지에 대한 대답으로 오직 다른 작가들이 왜 쓰고 어떻게 쓰는지를 살펴보는 것만으로 이야기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친구로부터 선물받은 조지 스터트의 책 『수레바퀴 제작인의 작업실(The Wheelwright’s Shop)』을 읽고 있었다. 조지 스터트는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시골 공예와 일에 대한 글을 쓴 영국 작가다. 『수레바퀴 제작인의 작업실』은 실제 수레바퀴 제작인이기도 했던 스터트가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수레바퀴 제작 기술과 작업실과 그 작업실에서 일했던 사람들에 대해 지나칠 만큼 매우 꼼꼼하게 기록한 책이다. 리디아 데이비스는 특별히 목공에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 책을 몇 달에 걸쳐 읽고는 골몰하게 된다. “저자 자신에게 중요한 무언가를 위해 지루해질 위험을 감수하는 외골수 같은 기록들, 독자에 대한 고려 없이 오직 어떤 주제에 대한 저자의 매혹 때문에 존재하게 된 책들, 그러면서도 저자의 바로 그런 전념과 훌륭한 글솜씨 때문에 매력적이고, 좋아할 만하고, 공감이 가며, 마음을 빼앗기까지 하는 책들”(p.72)에 대해서.
리디아 데이비스는 크누트 함순, 존 A. 베이커, 로베르트 무질, 발터 벤야민, 사뮈엘 베케트, 제임스 볼드윈, 허먼 멜빌, 제임스 에이지 등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을 철저하게 파고들면서 다른 사람이 관심을 갖든 말든 자기만의 관심사에 열정적으로 몰두했던 그들의 “근원적이고도 순수한” 이유가 무엇인지 분석한다. 그의 통찰에 따르면, “서로 평행을 이루며 흘러가는 우리의 삶에는 우리 각자가 몰두하는 일”이 있다. “자기 자신에게는 중요하고 완전히 마음을 빼앗는 일이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종종 전적으로 아무 관계가 없는 일” 말이다.
『세부 속으로』의 원제 ‘Into the Weeds’는 문자 그대로는 ‘잡초 속으로’지만 중의적인 의미를 지닌 관용구로 ‘어떤 주제의 세부나 복잡한 문제에 지나칠 정도로 깊이 들어가는, 몰두하는 행위’를 뜻한다. 이 구절은 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관통하는 주제 같기도 하다. 혹은 리디아 데이비스의 글쓰기 경력 전체를 관통한다고까지 느껴진다. 그 또한 남들은 관심을 갖지 않을 법한 것(동물과 곤충의 행동에 몰두하거나 심지어는 광물과 물리 현상에까지 몰두하는)의 세부 속으로 지나칠 정도로 깊이 파고드는 글을 써왔기 때문이다. 데이비스의 글을 읽어본 사람은 단번에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가 현상과 상황과 감정의 세부에 얼마나 밀착해서 쓰는지를.
데이비스는 이 책에서 지나치게 자세한 쓰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사라짐의 쓰기까지 생각을 진행시킨다. 그렇게 세부로 파고들다가 글도 사람도 결국은 사라지게 될 것이고(마치 쇠락한 옛 도시의 학교 건물 잔해가 상록수 숲속에서 매년 ‘잡초 속으로’ 사라져가고 있는 풍경을 데이비스 자신이 목격했듯이. 본문 144쪽 참조), 그것이야말로 어찌 보면 작가가 원하든 원치 않든 세상의 이치라는 듯. 혹은 쓰기의 목적일지도 모르겠다는 듯.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사라지고 마는 일은 그게 인간이든 글이든 피해갈 수 없지만, 그럼에도 “그 잔여물은 어딘가에 최소한 작거나 아주 조그만 입자 형태로라도 남아 있을 것”이라고 말하는 데이비스의 혜안이 잔잔한 여운으로 남는다.
“나는 책을 읽으며 어떤 관심사들에 대한 그의 생각을 따라간다. 그의 관심사는 여전히 아주 가깝게 느껴진다. 쓴 사람이 세상을 떠났고 그 관심사는 그에게조차 지나간 일이 된 지 오래인데도 그렇다. 이제 그 관심사는 사실 그에게도 더는 긴급하지 않고, 나에게도 그 누구에게도 긴급한 일이 아니지만, 페이지 위에서는 여전히 긴급한 것으로 남아 있다. 그 페이지는 살아 있다. 그것을 쓴 사람은 죽었고 그의 관심사를 지켜보는 사람이라곤 낯선 사람들뿐인데도 말이다.”_p.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