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3판 머리말>
환경행정학 개정3판을 준비하면서 간간이 들려오는 뉴스들 사이에서 쏟아지는 포탄 사이로 화염이 치솟는 중동전쟁을 바라보며, 인류의 존엄과 가치 사이에서 괴리처럼 번져드는 지구촌 사회의 환경오염 문제가 전 세계를 향한 분노와 모순으로 점쳐지는 것은 필자만의 나르시시즘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기후 변화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는 지구를 지키기 위해 탄소 배출을 저감해야 한다는 인류의 의무 같은 책임은 인공지능(AI) 시대를 향한 산업 발전의 변화와 함께 ‘에너지 대전환’을 추동하고 있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및 미국-이란 간에 펼쳐지는 전쟁을 바라보며, 지구촌 사회의 탈탄소 노력들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자괴감마져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또 다른 한켠에서는 문제는 문제이고, 탈탄소 의무와 책임의 준수는 또 다른 영역이니 ‘내일 지구가 멸망해도 나는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바루흐 스피노자(Baruch Spinoza)의 명언이 희망으로 전해지는 것이리라 마음을 고쳐먹어 본다. 그렇게 인류는 매 순간순간을 격변의 위기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악순환을 되풀이하는 지구의 환경오염 문제도 인공지능(AI)과 같은 과학의 비약적인 발전도 모두 결국에는 인류의 쾌적한 삶의 질과 행복을 위한 환경의 질적·양적 수준에 따라 현격하게 차이가 난다는 점에서 우리의 행복과 불행의 척도처럼 점철돼 가는 것 같다. 특히 기후 변화에 대해서만큼은 마이동풍(馬耳東風)을 지향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환경관 또는 기후 변화에 대한 인식이 인류의 의무적인 책임을 소홀히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도 적지 않다.
아울러 『환경행정학』이라는 교재가 개정3판에 이르기까지 필자는 물론 ‘환경행정연구회’는 어떤 기여를 했고, 어떤 변화가 있었으며,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무겁게 다가서는 것도 엄중한 현실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이 개정3판의 내용 속에 ‘기후 변화와 인공지능 시대에 에너지 대전환’이라는 시대적 요청 앞에서 전 세계가 겪고 있는 ‘전기의 시대와 블랙아웃이라는 대정전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구축해야 할 ‘전력망 확충과 과제’에 대한 최소한의 시도를 담았다는 점에서 부끄럽지만 작은 위로가 된다.
송변전소가 건설되는 지역에는 ‘지역주민 반대’라는 갈등문제가 지속되고 있어 기후 변화와 AI 시대에 전력망 확충문제가 반도체와 디지털 센터와 같은 첨단산업 발전의 걸림돌처럼 오늘날 풀어 가야 할 또 다른 숙제로 부각되고 있다. ‘전자파의 건강 위해성과 부동산 가격 하락’이 갈등의 핵심 요인으로 내재돼 있는 ‘전력망’ 문제를 위해 정부는 파격적인 보상을 제안하고 있지만, 건강 위해성 문제는 여전히 ‘전자파’에 대한 정보 오류로 인해 불신과 오해가 깊어져 있다. 이에 이 책에서는 세계보건기구(WHO)가 54개 국가의 8개 국제보건기구를 대상으로 1996년부터 2007년까지 12년간 조사한 국제 공동 연구 결과 “전력설비 전자파와 암 발생 간의 인과관계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점을 담아서, 송전탑과 같은 전력설비 전자파의 건강문제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키고자 노력했다. 물론 이러한 노력은 이 책의 각 분야별로 함께 하신 모든 집필 교수님께서도 시대와 사회가 요구하는 방향으로 환경행정을 발전시키고자 애써 왔다는 점을 이 책의 내용 속에서 충분히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개정3판은 시대가 요구하는 방향으로 집필 내용을 담아 내려고 숙고해 왔음을 상기하면서 이 책의 집필 내용을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자 한다.
우선 1장에서는 환경문제가 단순한 기술적 오염을 넘어 사회 구조와 가치관에 기인한 복합적 현상임을 밝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환경행정의 이론적 토대와 정책적 대응 방안을 고찰했다. 환경위기의 원인을 생태적, 경제학적, 사회·철학적 측면에서 분석하면서 정의하기 어렵고 종결점이 없는 ‘난제(wicked problems)’의 특성을 지닌 환경문제를 ‘사전 예방의 원칙’과, 관료제의 분절성을 극복하기 위해 공식·비공식 참여자가 협력하는 ‘협력적 거버넌스’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1967년 보건사회부 공해계(公害係)부터 시작해, 2025년 10월 기후위기와 에너지 정책을 통합한 한국의 ‘기후에너지환경부’가 향후에는 경제 성장, 사회 통합, 환경 보존의 세 축이 환경적 한계 내에서 지속가능발전이라는 균형점을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정착시켜 수평적 조정 능력을 확보해야 함을 논의했다.
2장에서는 에너지 대전환의 기본 요소로서 기후 중립과 에너지 기술 및 정책 방향, 그리고 최근 빈발하고 있는 세계 각국의 대규모 정전 사태(black out)와 그 대응책 등에 대해 정리했다. 특히 전력망 확충과 전자파에 대한 이해와 건강 영향에 대해 다루면서, ‘에너지 대전환’을 위한 전력망 확충의 갈등문제 해결을 위해 파격적인 보상 및 분산형 에너지 정책 등에 대한 정책 추진 내용을 담았다.
한편 AI의 패권 경쟁은 에너지 트릴레마(energy trillemma), 즉 에너지 안보(안전성), 에너지 형평성, 환경적 지속가능성이라는 세 개의 축을 중심으로 불가피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삼각의 딜레마의 극복과 함께 ‘AI 3대 강국’으로서 혁신의 지렛대가 되기까지 환경행정이 나아갈 길은 공존과 혁신의 가치 체계 대전환을 통해서 에너지와 환경행정을 어떻게 조화시켜 나아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담았다.
3장에서는 자연환경 보전정책의 맥락에서 생물자원의 중요성과 보전·관리·이용 현황을 검토하고 생물자원 보전을 위한 정책과 행정의 발전 방향을 모색했다. 생물자원 보전과 이용을 위한 정책과 행정의 발전을 개관하고, 우리나라 생물자원의 보전과 지속가능한 자원관리 관점에서 환경정책 패러다임 변화, 생물자원 보호정책의 엄격한 이행과 평가, 관련 법규 정비, 행정 기능의 조정과 종합, 생물자원과 관련된 정부 부서 중 부문별 선도 부서와 종합 조정 부서를 명확히 선정하고 종합적인 거버넌스 체계 구축의 필요성을 담아 제안했다.
4장에서는 심각한 환경문제 중 하나로서 수질오염을 논의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국가가 물관리를 소홀히 함으로써 수량 및 수질관리를 잘못할 경우 국민의 기본권을 크게 침해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또한 인간의 활동에 의해 미세 플라스틱 등 오염물질 대부분이 바다로 유입돼 각종 오염물질의 종착지가 된다는 점에서 수질 개선의 정책 수단을 논의했다. 한편 물을 이용하는 이해관계자들 간의 갈등 이슈와 통합 물관리 체계에 따른 정책 과제를 다루면서, 물의 고유한 특성과 지역공동체의 물 분쟁 문제의 해결을 위한 농업용수와 발전용수의 통합 과제 등에 대해 설명했다. 아울러 우리나라도 21세기 블루오션(blue ocean 또는 blue gold)이라고 불리는 물 산업 육성을 위해 정부가 공공기관을 통해 플랫폼을 제공하면서 AX 시대에 대응해야 함을 논의했다.
5장에서는 기후 변화가 이제는 단순한 환경문제를 넘어 에너지 체계, 산업 구조, 생활양식 전반의 전환을 요구하는 문명사적 과제가 된 오늘날 기후 변화의 원인과 영향, 국제 사회의 대응과 한국의 정책 및 행정 체계를 종합적으로 고찰했다. 특히 기후 변화의 과학적 의미와 온실가스 배출 구조, 국제 기후 변화 협상의 전개 과정과 파리협정의 의의, 탄소 중립 개념의 등장과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의 변화 과정을 검토했다. 아울러 기후위기가 수반하는 물리적 위험과 전환 위험,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 특성과 기후 변화 영향, 국가 감축 목표와 적응 정책의 전개, 기후 변화 대응 행정 체계의 재편을 살펴봄으로써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정책 방향과 행정의 과제를 모색했다.
6장에서는 환경보건이 과학적 이해를 필요로 하는 다학제적인 학문 분야라는 점에서 환경보건 행정 및 정책에 대해 이해가 필요한 필수적인 내용을 검토했다. 따라서 환경보건의 개념과 원칙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환경보건의 범위와 위해성 평가·관리 및 위해·소통, 그리고 미세먼지를 비롯한 일상생활에서 사람의 건강과 생태계에 영향을 주는 유해 인자의 관리 등 환경보건 분야의 새로운 이슈들에 대해 논의했다.
7장에서는 생활의 편리성과 함께 넘쳐나는 쓰레기 처리문제가 1회용품 사용의 급증과 함께 자원순환관리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재활용품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만큼 폐자원의 경제적 고부가 가치를 선별해서 재활용을 확대하는 감량화 제도 등에 대해 살펴봤다. 특히 제품의 설계, 제조, 유통, 소비 및 폐기의 모든 과정에 걸쳐 환경친화적인 경제 활동을 유도하는 EPR 제도와 함께 발생 억제 및 자원 낭비를 막기 위해 그 처리비용을 부담하는 ‘폐기물부담금제도’ 등 폐기물 감량, 재이용, 재활용을 촉진하는 ‘자원순환형 경제사회 체계’를 도모하는 방향에 대해 검토했다. 이러한 재활용 제도 덕분에 배출량은 소폭 등락을 반복하고 있으나, 인류의 편리성과 욕구 충족 사이에서 균형 있는 소비와 절제를 통한 지속가능한 환경 보존과 쾌적한 삶의 질 유지에 환경행정의 역할과 과제를 논의했다.
8장에서는 전통적으로 공장·차량·폐기물 등 오염원(plant) 중심의 배출 기준·시설 기준을 통해 피해를 줄이는 환경규제 방식이, 이제는 환경문제가 국지→지구, 현재→세대 간, 국경 내부→글로벌 가치사슬, 확실→불확실/복합 위기로 이동함에 따라 규제는 단지 ‘배출을 줄이는 통제’가 아니라 전환 경로를 설계하고 관리하는 정책(transition management)으로 확장됨을 검토 분석했다. 특히 환경규제를 ‘규정의 나열’이 아니라 정책도구–집행–평가의 삼각 구조로 안내해, 규제의 고전적 정당성(시장 실패: 외부 효과·공공재·정보비대칭)을 검토한 뒤, 탄소 중립 시대에는 정보비대칭(공시·검증 필요)과 불확실성/리스크(예방 원칙·리스크 기반 규제 필요)가 규제설계의 중심 이슈로 부상함과 동시에 규제 포획, 집행 역량 부족, 파편화 같은 정부 실패 가능성을 포함한 ‘규제의 질’에 대해 논의했다.
9장에서는 기후 변화에 따른 기후위기가 지구의 생태계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환경문제 해결을 위한 법적 처방으로서 환경법을 탐구하고 환경행정과 법의 관계를 다각적으로 고찰했다. 환경권과 국가의 환경 보호 임무, 환경법의 체계와 내용, 기후 변화 시대 환경법의 범위 확장,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대안으로 대두된 환경법의 패러다임 전환문제를 자연의 권리에 초점을 맞춰 검토하고 환경행정의 조직, 환경행정의 법적 수단을 다뤘다. 특히 환경문제 해결에 요구되는 법의 역할과 한계, 환경규제의 과정과 규제 실패 및 그 해결 방안을 모색했다.
10장에서는 일반적으로 환경문제는 산업화를 먼저 이룬 선진국에서 발생했으며 그 해결책 또한 이들 국가를 중심으로 발달해 왔다는 점에서, 한국을 비롯한 중·후진국들은 어느 정도의 시차를 두고 선진국들의 정책과 제도를 도입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어, 한국을 비롯한 몇몇 선진국에 대한 환경행정을 검토·분석했다. 물론 한 나라의 환경행정과 제도는 그 나라의 정치·경제·문화의 특수성에 의해 그 틀이 결정되지만, 환경문제가 지구상의 모든 국가가 처해 있는 공통의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에 문화와 체제의 특수성을 초월해 일반성 또한 지니고 있다. 따라서 다른 나라의 환경행정과 제도를 고찰해 봄으로써 그 정책의 특수성과 일반성을 살펴보고 우리에게 유익한 정책을 선별적으로 도입·확산시킨다는 점에서 각국에 대한 환경행정을 마지막 장으로써 마무리했다.
이와 같이 『환경행정학』(개정3판)의 내용을 소개하면서 문득 갈수록 늘어나는 인류의 편리성과 탐욕 추구는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과학기술에 편승해 상당 부분 충족시키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우리가 얻는 것 못지않게 잃어버리는 것 또한 적지 않음을 상기하게 한다.
그것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알파인 스키 경기장 슬로프를 만들기 위해 조선 시대부터 왕실보호림으로 500년 이상 보전돼 왔던 가리왕산 산림유전자원보호림을 베어 낸 사례(문태훈 교수의 지적) 속에서도 자연자원의 손실과 보상의 편협성을 어렵지 않게 엿볼 수 있다. 이는 단순히 우리나라 산림자원의 훼손만이 아니라 생물자연자원 정책의 한계와 문제점을 넘어서 인류의 삶의 질을 좌우하는 자연친화적 환경사회 구축이 어려워지고 있음을 경각해야 한다는 점이다. 전쟁과 같은 인위적 대재앙은 물론이고 아직 위기라고 느껴질 때, 방지할 수 있는 최소한의 여력이 남아 있다는 점에서 환경행정이나 정책을 연구하는 전문가로서의 책임감을 새삼 무겁게 받아들이게 된다. 즉, 지나친 소비와 자연에 대한 오만에 대해 절제된 소비와 환경에 대한 겸손과 낮은 자세만이 향후 기후 변화·인공지능(AI) 시대에 합리적인 환경행정을 구축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이제 환경행정이나 정책은 기후 변화와 AI 시대를 대비한 에너지 대전환과 함께 ‘기술과 혁신의 가치 체계 대전환’으로 재정립해야 함을 깨닫게 된다. AI 시대의 환경행정은 더 이상 ‘피해의 사후 관리’가 아니라 ‘공존의 사전적 설계’로 재정립해야 함을 의미한다. 기술이 발전하는 속도만큼, 그 영향을 받아들이는 사회적 감수성도 제도화해야 한다는 점에서 지금 필요한 것은 기술을 둘러싼 규제가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공존의 규칙’을 만들어야 할 시기인 것이다. 즉, 디지털 전환이 인간의 삶을 소외시키지 않으려면 환경행정이나 정책 또한 이제 자연의 언어만이 아니라 데이터와 전력의 언어로도 말할 줄 알아야 함을 한국환경연구원의 황상일 박사는 주장한다. 그것이 인공지능 시대의 지속가능성이자, 우리 사회가 준비해야 할 새로운 공존의 기술이며, 환경행정이 나가야 할 방향임을 제안하면서 이 책의 집필에 대한 의미를 담아 본다.
끝으로 한국행정학회 환경행정연구회 회원 여러분과 함께 『환경행정학』(개정3판)을 편찬할 수 있음에 감사드리고,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발전지향적인 환경행정학 연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이 교재의 질적 향상을 위한 연구에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해 본다. 아울러 이 책이 출간되기까지 많은 도움과 협력을 아끼지 않은 윤성사 정재훈 대표와 임직원 여러분께 감사드리며, 환경을 공부하는 학생들과 환경을 사랑하는 모든 분에게 이 책을 바친다.
2026년 5월
한국행정학회 환경행정연구회 집필진 일동
환경행정연구회장 박미옥
<개정3판 머리말>
환경행정학 개정3판을 준비하면서 간간이 들려오는 뉴스들 사이에서 쏟아지는 포탄 사이로 화염이 치솟는 중동전쟁을 바라보며, 인류의 존엄과 가치 사이에서 괴리처럼 번져드는 지구촌 사회의 환경오염 문제가 전 세계를 향한 분노와 모순으로 점쳐지는 것은 필자만의 나르시시즘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기후 변화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는 지구를 지키기 위해 탄소 배출을 저감해야 한다는 인류의 의무 같은 책임은 인공지능(AI) 시대를 향한 산업 발전의 변화와 함께 ‘에너지 대전환’을 추동하고 있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및 미국-이란 간에 펼쳐지는 전쟁을 바라보며, 지구촌 사회의 탈탄소 노력들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자괴감마져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또 다른 한켠에서는 문제는 문제이고, 탈탄소 의무와 책임의 준수는 또 다른 영역이니 ‘내일 지구가 멸망해도 나는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바루흐 스피노자(Baruch Spinoza)의 명언이 희망으로 전해지는 것이리라 마음을 고쳐먹어 본다. 그렇게 인류는 매 순간순간을 격변의 위기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악순환을 되풀이하는 지구의 환경오염 문제도 인공지능(AI)과 같은 과학의 비약적인 발전도 모두 결국에는 인류의 쾌적한 삶의 질과 행복을 위한 환경의 질적·양적 수준에 따라 현격하게 차이가 난다는 점에서 우리의 행복과 불행의 척도처럼 점철돼 가는 것 같다. 특히 기후 변화에 대해서만큼은 마이동풍(馬耳東風)을 지향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환경관 또는 기후 변화에 대한 인식이 인류의 의무적인 책임을 소홀히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도 적지 않다.
아울러 『환경행정학』이라는 교재가 개정3판에 이르기까지 필자는 물론 ‘환경행정연구회’는 어떤 기여를 했고, 어떤 변화가 있었으며,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무겁게 다가서는 것도 엄중한 현실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이 개정3판의 내용 속에 ‘기후 변화와 인공지능 시대에 에너지 대전환’이라는 시대적 요청 앞에서 전 세계가 겪고 있는 ‘전기의 시대와 블랙아웃이라는 대정전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구축해야 할 ‘전력망 확충과 과제’에 대한 최소한의 시도를 담았다는 점에서 부끄럽지만 작은 위로가 된다.
송변전소가 건설되는 지역에는 ‘지역주민 반대’라는 갈등문제가 지속되고 있어 기후 변화와 AI 시대에 전력망 확충문제가 반도체와 디지털 센터와 같은 첨단산업 발전의 걸림돌처럼 오늘날 풀어 가야 할 또 다른 숙제로 부각되고 있다. ‘전자파의 건강 위해성과 부동산 가격 하락’이 갈등의 핵심 요인으로 내재돼 있는 ‘전력망’ 문제를 위해 정부는 파격적인 보상을 제안하고 있지만, 건강 위해성 문제는 여전히 ‘전자파’에 대한 정보 오류로 인해 불신과 오해가 깊어져 있다. 이에 이 책에서는 세계보건기구(WHO)가 54개 국가의 8개 국제보건기구를 대상으로 1996년부터 2007년까지 12년간 조사한 국제 공동 연구 결과 “전력설비 전자파와 암 발생 간의 인과관계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점을 담아서, 송전탑과 같은 전력설비 전자파의 건강문제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키고자 노력했다. 물론 이러한 노력은 이 책의 각 분야별로 함께 하신 모든 집필 교수님께서도 시대와 사회가 요구하는 방향으로 환경행정을 발전시키고자 애써 왔다는 점을 이 책의 내용 속에서 충분히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개정3판은 시대가 요구하는 방향으로 집필 내용을 담아 내려고 숙고해 왔음을 상기하면서 이 책의 집필 내용을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자 한다.
우선 1장에서는 환경문제가 단순한 기술적 오염을 넘어 사회 구조와 가치관에 기인한 복합적 현상임을 밝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환경행정의 이론적 토대와 정책적 대응 방안을 고찰했다. 환경위기의 원인을 생태적, 경제학적, 사회·철학적 측면에서 분석하면서 정의하기 어렵고 종결점이 없는 ‘난제(wicked problems)’의 특성을 지닌 환경문제를 ‘사전 예방의 원칙’과, 관료제의 분절성을 극복하기 위해 공식·비공식 참여자가 협력하는 ‘협력적 거버넌스’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1967년 보건사회부 공해계(公害係)부터 시작해, 2025년 10월 기후위기와 에너지 정책을 통합한 한국의 ‘기후에너지환경부’가 향후에는 경제 성장, 사회 통합, 환경 보존의 세 축이 환경적 한계 내에서 지속가능발전이라는 균형점을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정착시켜 수평적 조정 능력을 확보해야 함을 논의했다.
2장에서는 에너지 대전환의 기본 요소로서 기후 중립과 에너지 기술 및 정책 방향, 그리고 최근 빈발하고 있는 세계 각국의 대규모 정전 사태(black out)와 그 대응책 등에 대해 정리했다. 특히 전력망 확충과 전자파에 대한 이해와 건강 영향에 대해 다루면서, ‘에너지 대전환’을 위한 전력망 확충의 갈등문제 해결을 위해 파격적인 보상 및 분산형 에너지 정책 등에 대한 정책 추진 내용을 담았다.
한편 AI의 패권 경쟁은 에너지 트릴레마(energy trillemma), 즉 에너지 안보(안전성), 에너지 형평성, 환경적 지속가능성이라는 세 개의 축을 중심으로 불가피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삼각의 딜레마의 극복과 함께 ‘AI 3대 강국’으로서 혁신의 지렛대가 되기까지 환경행정이 나아갈 길은 공존과 혁신의 가치 체계 대전환을 통해서 에너지와 환경행정을 어떻게 조화시켜 나아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담았다.
3장에서는 자연환경 보전정책의 맥락에서 생물자원의 중요성과 보전·관리·이용 현황을 검토하고 생물자원 보전을 위한 정책과 행정의 발전 방향을 모색했다. 생물자원 보전과 이용을 위한 정책과 행정의 발전을 개관하고, 우리나라 생물자원의 보전과 지속가능한 자원관리 관점에서 환경정책 패러다임 변화, 생물자원 보호정책의 엄격한 이행과 평가, 관련 법규 정비, 행정 기능의 조정과 종합, 생물자원과 관련된 정부 부서 중 부문별 선도 부서와 종합 조정 부서를 명확히 선정하고 종합적인 거버넌스 체계 구축의 필요성을 담아 제안했다.
4장에서는 심각한 환경문제 중 하나로서 수질오염을 논의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국가가 물관리를 소홀히 함으로써 수량 및 수질관리를 잘못할 경우 국민의 기본권을 크게 침해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또한 인간의 활동에 의해 미세 플라스틱 등 오염물질 대부분이 바다로 유입돼 각종 오염물질의 종착지가 된다는 점에서 수질 개선의 정책 수단을 논의했다. 한편 물을 이용하는 이해관계자들 간의 갈등 이슈와 통합 물관리 체계에 따른 정책 과제를 다루면서, 물의 고유한 특성과 지역공동체의 물 분쟁 문제의 해결을 위한 농업용수와 발전용수의 통합 과제 등에 대해 설명했다. 아울러 우리나라도 21세기 블루오션(blue ocean 또는 blue gold)이라고 불리는 물 산업 육성을 위해 정부가 공공기관을 통해 플랫폼을 제공하면서 AX 시대에 대응해야 함을 논의했다.
5장에서는 기후 변화가 이제는 단순한 환경문제를 넘어 에너지 체계, 산업 구조, 생활양식 전반의 전환을 요구하는 문명사적 과제가 된 오늘날 기후 변화의 원인과 영향, 국제 사회의 대응과 한국의 정책 및 행정 체계를 종합적으로 고찰했다. 특히 기후 변화의 과학적 의미와 온실가스 배출 구조, 국제 기후 변화 협상의 전개 과정과 파리협정의 의의, 탄소 중립 개념의 등장과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의 변화 과정을 검토했다. 아울러 기후위기가 수반하는 물리적 위험과 전환 위험,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 특성과 기후 변화 영향, 국가 감축 목표와 적응 정책의 전개, 기후 변화 대응 행정 체계의 재편을 살펴봄으로써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정책 방향과 행정의 과제를 모색했다.
6장에서는 환경보건이 과학적 이해를 필요로 하는 다학제적인 학문 분야라는 점에서 환경보건 행정 및 정책에 대해 이해가 필요한 필수적인 내용을 검토했다. 따라서 환경보건의 개념과 원칙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환경보건의 범위와 위해성 평가·관리 및 위해·소통, 그리고 미세먼지를 비롯한 일상생활에서 사람의 건강과 생태계에 영향을 주는 유해 인자의 관리 등 환경보건 분야의 새로운 이슈들에 대해 논의했다.
7장에서는 생활의 편리성과 함께 넘쳐나는 쓰레기 처리문제가 1회용품 사용의 급증과 함께 자원순환관리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재활용품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만큼 폐자원의 경제적 고부가 가치를 선별해서 재활용을 확대하는 감량화 제도 등에 대해 살펴봤다. 특히 제품의 설계, 제조, 유통, 소비 및 폐기의 모든 과정에 걸쳐 환경친화적인 경제 활동을 유도하는 EPR 제도와 함께 발생 억제 및 자원 낭비를 막기 위해 그 처리비용을 부담하는 ‘폐기물부담금제도’ 등 폐기물 감량, 재이용, 재활용을 촉진하는 ‘자원순환형 경제사회 체계’를 도모하는 방향에 대해 검토했다. 이러한 재활용 제도 덕분에 배출량은 소폭 등락을 반복하고 있으나, 인류의 편리성과 욕구 충족 사이에서 균형 있는 소비와 절제를 통한 지속가능한 환경 보존과 쾌적한 삶의 질 유지에 환경행정의 역할과 과제를 논의했다.
8장에서는 전통적으로 공장·차량·폐기물 등 오염원(plant) 중심의 배출 기준·시설 기준을 통해 피해를 줄이는 환경규제 방식이, 이제는 환경문제가 국지→지구, 현재→세대 간, 국경 내부→글로벌 가치사슬, 확실→불확실/복합 위기로 이동함에 따라 규제는 단지 ‘배출을 줄이는 통제’가 아니라 전환 경로를 설계하고 관리하는 정책(transition management)으로 확장됨을 검토 분석했다. 특히 환경규제를 ‘규정의 나열’이 아니라 정책도구–집행–평가의 삼각 구조로 안내해, 규제의 고전적 정당성(시장 실패: 외부 효과·공공재·정보비대칭)을 검토한 뒤, 탄소 중립 시대에는 정보비대칭(공시·검증 필요)과 불확실성/리스크(예방 원칙·리스크 기반 규제 필요)가 규제설계의 중심 이슈로 부상함과 동시에 규제 포획, 집행 역량 부족, 파편화 같은 정부 실패 가능성을 포함한 ‘규제의 질’에 대해 논의했다.
9장에서는 기후 변화에 따른 기후위기가 지구의 생태계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환경문제 해결을 위한 법적 처방으로서 환경법을 탐구하고 환경행정과 법의 관계를 다각적으로 고찰했다. 환경권과 국가의 환경 보호 임무, 환경법의 체계와 내용, 기후 변화 시대 환경법의 범위 확장,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대안으로 대두된 환경법의 패러다임 전환문제를 자연의 권리에 초점을 맞춰 검토하고 환경행정의 조직, 환경행정의 법적 수단을 다뤘다. 특히 환경문제 해결에 요구되는 법의 역할과 한계, 환경규제의 과정과 규제 실패 및 그 해결 방안을 모색했다.
10장에서는 일반적으로 환경문제는 산업화를 먼저 이룬 선진국에서 발생했으며 그 해결책 또한 이들 국가를 중심으로 발달해 왔다는 점에서, 한국을 비롯한 중·후진국들은 어느 정도의 시차를 두고 선진국들의 정책과 제도를 도입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어, 한국을 비롯한 몇몇 선진국에 대한 환경행정을 검토·분석했다. 물론 한 나라의 환경행정과 제도는 그 나라의 정치·경제·문화의 특수성에 의해 그 틀이 결정되지만, 환경문제가 지구상의 모든 국가가 처해 있는 공통의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에 문화와 체제의 특수성을 초월해 일반성 또한 지니고 있다. 따라서 다른 나라의 환경행정과 제도를 고찰해 봄으로써 그 정책의 특수성과 일반성을 살펴보고 우리에게 유익한 정책을 선별적으로 도입·확산시킨다는 점에서 각국에 대한 환경행정을 마지막 장으로써 마무리했다.
이와 같이 『환경행정학』(개정3판)의 내용을 소개하면서 문득 갈수록 늘어나는 인류의 편리성과 탐욕 추구는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과학기술에 편승해 상당 부분 충족시키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우리가 얻는 것 못지않게 잃어버리는 것 또한 적지 않음을 상기하게 한다.
그것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알파인 스키 경기장 슬로프를 만들기 위해 조선 시대부터 왕실보호림으로 500년 이상 보전돼 왔던 가리왕산 산림유전자원보호림을 베어 낸 사례(문태훈 교수의 지적) 속에서도 자연자원의 손실과 보상의 편협성을 어렵지 않게 엿볼 수 있다. 이는 단순히 우리나라 산림자원의 훼손만이 아니라 생물자연자원 정책의 한계와 문제점을 넘어서 인류의 삶의 질을 좌우하는 자연친화적 환경사회 구축이 어려워지고 있음을 경각해야 한다는 점이다. 전쟁과 같은 인위적 대재앙은 물론이고 아직 위기라고 느껴질 때, 방지할 수 있는 최소한의 여력이 남아 있다는 점에서 환경행정이나 정책을 연구하는 전문가로서의 책임감을 새삼 무겁게 받아들이게 된다. 즉, 지나친 소비와 자연에 대한 오만에 대해 절제된 소비와 환경에 대한 겸손과 낮은 자세만이 향후 기후 변화·인공지능(AI) 시대에 합리적인 환경행정을 구축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이제 환경행정이나 정책은 기후 변화와 AI 시대를 대비한 에너지 대전환과 함께 ‘기술과 혁신의 가치 체계 대전환’으로 재정립해야 함을 깨닫게 된다. AI 시대의 환경행정은 더 이상 ‘피해의 사후 관리’가 아니라 ‘공존의 사전적 설계’로 재정립해야 함을 의미한다. 기술이 발전하는 속도만큼, 그 영향을 받아들이는 사회적 감수성도 제도화해야 한다는 점에서 지금 필요한 것은 기술을 둘러싼 규제가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공존의 규칙’을 만들어야 할 시기인 것이다. 즉, 디지털 전환이 인간의 삶을 소외시키지 않으려면 환경행정이나 정책 또한 이제 자연의 언어만이 아니라 데이터와 전력의 언어로도 말할 줄 알아야 함을 한국환경연구원의 황상일 박사는 주장한다. 그것이 인공지능 시대의 지속가능성이자, 우리 사회가 준비해야 할 새로운 공존의 기술이며, 환경행정이 나가야 할 방향임을 제안하면서 이 책의 집필에 대한 의미를 담아 본다.
끝으로 한국행정학회 환경행정연구회 회원 여러분과 함께 『환경행정학』(개정3판)을 편찬할 수 있음에 감사드리고,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발전지향적인 환경행정학 연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이 교재의 질적 향상을 위한 연구에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해 본다. 아울러 이 책이 출간되기까지 많은 도움과 협력을 아끼지 않은 윤성사 정재훈 대표와 임직원 여러분께 감사드리며, 환경을 공부하는 학생들과 환경을 사랑하는 모든 분에게 이 책을 바친다.
2026년 5월
한국행정학회 환경행정연구회 집필진 일동
환경행정연구회장 박미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