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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 ISBN-13 : 9788937449529 |
|---|---|
| 쪽수 | 408쪽 |
| 크기 | 기타 규격 |
| 제품구성 | 단행본 |
- 소설/에세이/시 > 수필
AI추천 이유
■ “나는 나 자신을 활짝 열고,
그것을 감당하고, 말하고, 글로 쓰고자 한다.”
천쓰홍의 자전적 에세이 『아홉 번째 몸』의 제목은 그가 타이완의 작은 마을 용징에서 ‘아홉째 아이’로 태어난 사연에서 비롯되었다. 부모님은 일곱 딸과 두 아들의 생계를 위해 화물 운송, 농업, 가내수공업 등의 노동으로 전 생애를 바쁘게 살았고, 많은 딸들 역시 집안일과 농사, 각종 일들을 도맡아 생계를 꾸렸다. 하지만 늦게 태어난 장남인 형과 막내인 천쓰홍은 아들이라는 이유로 누나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혜택을 누리며 자랐는데, 이 시골 마을의 가부장적 질서와 분위기는 혜택인 동시에 그에게 어마어마한 부담이 된다. 그는 남자이지만, ‘가문을 이뤄 조상의 영전에 향을 올릴 수가 없는’, 게이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성 정체성을 일찌감치 깨달은 천쓰홍은 이런 시골 마을 공동체와 집안 분위기 속에서 자신이 진정으로 설 자리는 없다고 생각하며 암울한 성장기를 보낸다. 집 안에도 탈출구가 없었지만, 학교도 마찬가지였다. 1980년대 타이완의 학교는 여전히 군인이 학교에 근무하며 학생들을 단속하고 군대와 같은 훈련을 시키는 군사정권하의 교풍이 여전했다. 교사들 역시 학생의 신체적, 정신적 자율권을 전혀 인정하지 않고 체벌과 모욕을 가하는 한편, 성적에 따라 우열반을 배정하여 학생들로 하여금 입시에 총매진하게 했다.
이런 억압적인 분위기 속에서 천쓰홍이 숨을 쉴 수 있게 해 준 것은 문학이었다. 일곱 누나들은 책을 좋아해서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각종 책과 잡지를 틈틈이 사 모았고, 새 책이 도착하면 막내인 그가 가장 먼저 읽을 수 있도록 양보했다. 누나들의 책을 읽고, 혼자서 문자의 힘을 서서히 체득하기 시작한 천쓰홍은 입학한 후 글쓰기에 재능을 보여, 학교를 대표하는 글짓기 대회에 참가한다. 그리고 거기서 만난, 책 좋아하고 글쓰기 좋아하는 또래의 다른 도시 학생들이 이미 책뿐 아니라 영화나 연극 같은 각종 문화에 대해 자신보다 훨씬 많은 걸 알고 있음을 깨달은 그는 시골에서는 한정적으로밖에 접할 수 없었던 문화를 갈구하며, 결국 훗날 타이베이에 위치한 푸런 대학 영문과에 진학한다.
■ “안녕, 잘생기지 않은, 미남 씨!”
영문과에 입학한 그는 비로소 자신의 성 정체성을 비롯한 많은 면에서 자유를 접하게 된다. 여학생이 많은 문과대의 특성 덕분에 그의 학교생활은 억압적이고 남성적인 분위기를 다소 벗어나 자유를 누리고, 더 본격적으로 토론과 독서, 글쓰기 등에 매진하게 된다. 또한 그는 시골에 머물러 있는 동안엔 듣지 못했던 여러 타이완 사회의 민주주의 운동과 역사에 대해 알게 되고, 여러 사회운동과 젠더 이슈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공부하게 된다. 한때는 군에 입대하여 외진 산악지역에서 근무하면서 군 특유의 폐쇄적이고 폭력적이며 부조리하기까지 한 일들을 겪지만, 이 역시 그에겐 창작의 밑바탕이 된다.
대도시에서 학업을 계속 이어가는 동안, 그는 고향을 그리워하는 동시에 그곳에서 더 멀어지기 위해 애쓴다. 그는 글쓰기를 통해 고향에 대해 말하고, 옛 상처를 되돌아보고, 현재를 직시하는 작가가 되어 간다. 그가 작가로 등단하던 시절, 타이완 지방정부는 신진 세대를 위한 문학상을 더 늘리기 시작했고, 그와 동시대 다른 젊은 작가들은 이런 문학상들을 통해 성장해 간다. 문단의 신진 세력으로 자리를 잡아가던 어느 시점에 그는 타이완을 떠나 베를린으로 이주하여 그곳에서 살기 시작한다.
고향에서 멀어질수록 고향에 대해 더 확실하게 말할 수 있게 되면서, 그의 글쓰기는 치유의 글쓰기가 된다. 가족 누군가의 죽음으로 인해 곧장 고향인 용징으로 소환될 때도 있지만, 그는 이제 대도시 베를린에서 커밍아웃 한 성소수자로서, 소수 인종으로서, 작가로서, 배우로서 자신의 삶을 충만하게 누리며 살아간다.
베를린은 그에게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나치의 폭력적인 과거를 청산하려는 사회 구성원들의 노력은 성소수자나 난민, 이민자, 소수 인종에 대한 인정과 포용으로 이어지며, 이 정신을 독일 내에서 가장 잘 구현하고 있는 도시가 바로 베를린이다. 베를린을 이루는 각양각색의 문화적 복합성과 다양성 속에서 천쓰홍은 방랑자이자 코즈모폴리턴이자 세계 시민으로서, 자신이 자처한 디아스포라의 자유로우면서도 때로는 씁쓸한 삶을 이어간다.
■ 성소수자로서 겪은 신체의 기억과 디아스포라
그의 발자취는 베를린뿐 아니라 온 유럽으로도 이어진다. 그는 유럽 각국을 여행하고, 각종 축제를 즐기고, 옛 역사와 현재를 통과해 간다. 방랑자에게, 유럽의 시절은 점차 복잡하고 나빠져 간다. 각국에서 극우 정당들이 득세하고, 난민의 물결이 도착하고, 브렉시트가 통과되고, 솅겐 조약에도 불구하고 국가 간에 장벽이 들어서고,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서 유럽의 인심은 예전보다 더 각박해진다. 하지만 그에 맞서는 선량한 독일 대다수 시민들의 열렬한 사회운동, 전위적인 연극으로 대표되는 베를린의 문화 운동, 이민 사회에 대한 지원은 끊이지 않는다. 타이완에서 온 성소수자 작가는 이 흐름 속에서 더욱 자유롭게 발언하고, 난민 캠프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하고, 성소수자들의 권리를 주장한 프런티어들의 묘를 방문하고, 이 모든 것을 글로 기록하면서 자신의 신체가 걸어온 길과 앞으로 걸어갈 길에 대해 이야기한다.
한때 이안 감독의 베를린 영화제 수상작 「결혼 피로연」을 시골 극장에서 보면서 자기 존재를 긍정하는 법을 처음 배웠던 소년은 매해 베를린 영화제 행사인 ‘타이완의 밤’ 단골 진행자이자 타이완 영화인들의 통역가가 되었다. 어린 시절 유치원에서 처음으로 대중 앞에 나섰던 ‘스포트라이트를 좋아하는’ 남자아이는 영화와 광고와 드라마에 출연하는 연기자가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는 타이완 주요 문학상을 휩쓸고 15개 언어로 번역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어 유럽과 아시아, 미 대륙의 초청을 받아 각종 도서전과 문학 축제를 빛내는, 타이완을 대표하는 작가가 되었다.
이 에세이 『아홉 번째 몸』은 천쓰홍이라는 한 성소수자 소년의 사적인 이야기로 시작해, 동 세대 세계인들이 함께 고민하는 역사와 사회의 지점들로 확대되며 이어진다. 그의 이 산문집은 가장 사적인 것이 가장 정치적이라는 말을 구현한 듯한 작품인 동시에, 특유의 위트와 유머를 통해 가깝되, 너무 가깝지는 않은 사람들과의 관계를 이야기한다. 소설로 그를 만났던 독자들에겐 작가의 개인적 면모를 만나고, 그의 직접적인 생각과 고민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뛰어나고 값진 글들을 접할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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