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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스키에 질문하다 - 마시던 술에서 만들고 싶은 술로 AI로 탐험하는 K-Whisky
- 윤경림, 김민성
- 굿모닝미디어
- 2026년 06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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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 규격 정보
| ISBN | ISBN-13 : 9788989874676 |
|---|---|
| 쪽수 | 367쪽 |
| 크기 | 규격 외(152mm X 225mm, 신국판) |
| 제품구성 | 단행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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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의 신비주의를 깨고 AI와 데이터로 빚어낸 한국형 위스키의 설계도
“마시는 술에서 만들고 싶은 술로, 당신만의 우주를 증류하라!”
1. ‘후츠파(Chutzpah)’ 정신으로 무장한 이방인들의 유쾌한 반란
위스키는 오랫동안 ‘장인의 직관’과 ‘수백 년의 전통’이라는 신비주의의 성벽 뒤에 숨어 있었다. 스코틀랜드의 안개 낀 계곡과 가문 대대로 내려오는 레시피는 감히 데이터나 과학이 침범할 수 없는 성역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ICT와 데이터 과학의 최전선에서 일해온 두 저자, 윤경림과 김민성은 이 거대한 성벽 앞에 도발적인 질문을 던진다. “경험과 감각은 어디까지 과학으로 설명할 수 있는가? 그리고 AI가 개입하면 위스키의 미래는 어떻게 변하는가?” 이 책은 단순히 위스키를 소개하는 가이드북이 아니다. 저자들은 스스로를 위스키 제조 경험이 없는 ‘자유로운 애호가’로 정의하며,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과감한 도전인 ‘후츠파(Chutzpah)’ 정신으로 무장했다. 그들은 위스키를 ‘마시는’ 대상에서 ‘만드는’ 대상으로 정의를 바꾸고, 한국이라는 공간과 정서 위에서 새로운 위스키 설계도를 그리기 시작한다.
2. 과학적 해부: 1%의 미학이 빚어내는 분자의 교향곡
저자들은 위스키를 ‘액체 소프트웨어’라고 부른다. 성분의 99%인 물과 알코올은 인프라에 불과하며, 단 1%의 미량 성분(에스테르, 알데하이드, 페놀 등)이 위스키의 영혼을 결정한다는 통찰은 매우 예리하다. 책의 전반부(1~2장)는 뇌과학과 분자 생물학을 통해 우리가 왜 위스키에 매혹되는지를 설명한다. 특히 ‘프루스트 효과(Proust Effect)’를 언급하며 위스키의 향이 어떻게 변연계를 자극해 개인의 기억과 감정을 불러일으키는지 설명하는 대목은 인상적이다. 또한 사람마다 다른 후각 수용체(OR7D4 유전자 등)와 쓴맛 민감도(PROP 테스트)가 위스키의 주관적 평가를 만든다는 과학적 근거는, 위스키를 ‘객관적 맛’이 아닌 ‘뇌의 해석 결과’로 바라보게 한다.
3. 동서양의 대화: 통제의 위스키와 공생의 백주
이 책의 탁월함은 3장에서 빛을 발한다. 저자들은 서양의 위스키와 동양의 백주를 ‘통제 vs 공생’의 철학으로 비교한다. 위스키가 합리주의를 바탕으로 미생물과 숙성 환경을 정밀하게 제어한다면, 백주는 자연 발효의 불확실성을 존중하며 미생물 군집의 복합적인 작용을 받아들인다. 이러한 비교는 단순히 술의 종류를 나열하는 것을 넘어, 동서양의 사유 체계를 해부하는 인문학적 탐구로 이어진다. 저자들은 이 두 세계의 장점을 결합하여 ‘한국형 위스키(K-Whisky)’라는 제3의 길을 제시한다. 스카치의 우아함과 백주의 강렬한 발효미 사이에서 한국인만의 균형점을 찾겠다는 선언이다.
4. K-위스키 설계도: 한(恨), 흥(興), 그리고 절제(節制)
저자들이 정의하는 한국형 위스키의 정체성은 세 가지 정서적 기둥 위에 서 있다. 이것은 한(恨), 흥(興), 그리고 절제(節制)이다. 이 추상적인 감정들을 구체적인 곡물의 향미 프로파일로 번역해낸 과정은 이 책의 백미다.
한(恨): 척박한 땅에서 자란 메밀의 쌉쌀한 여운과 긴 탄닌감을 통해, 삼킨 뒤 천천히 올라오는 깊은 감정을 담았다.
흥(興): 찹쌀의 아밀로펙틴이 만드는 크리미한 질감과 재래수수의 화사한 에스테르 향으로 생동감을 부여했다.
절제(節制): 귀리의 베타글루칸이 만드는 부드러운 구조와 조의 담백함을 통해 과하지 않은 여백의 미를 설계했다.
원료뿐만 아니라 제조 공정에서도 한국적 독창성을 추구한다. 조선시대 증류기인 ‘소줏고리’의 순환 원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한류 스틸(Hanryu Still)’ 개념은 저온 예비 증류와 진공 증류를 결합해 곡물 본연의 섬세한 아로마를 포착하려 한다. 또한 한국의 극단적인 사계절 온도 차를 ‘숙성 가속 장치’로 역이용하고, 영동 신갈나무 오크통과 고창 옹기를 결합한 이중 숙성 전략은 한국만의 테루아를 완성하는 핵심 열쇠다.
5. 정직한 고백: 이론이 현실의 마찰을 만날 때
이 책이 여타의 위스키 서적과 차별화되는 지점은 10장의 ‘실전 파일럿’ 기록이다. 저자들은 양평의 작은 실험 양조장에서 실제로 술을 빚으며 겪은 시행착오를 가감 없이 공개한다. 9장에서 설계한 완벽한 이론이 현실의 제약(장비, 수질, 기후)과 부딪히며 어떻게 조정되었는지를 기록한 이 장은, 마치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몰입감을 준다. 이론상 완벽했던 약산성 연수 대신에 택한 양평 석간수가 오히려 풍부한 미네랄로 술의 뼈대를 만들어주고, 율무 원액 증류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코코넛 향을 발견해내는 순간은 독자에게 짜릿한 지적 쾌감을 선사한다. “이론은 방향을 가리킬 뿐이고, 술은 결국 자신의 길을 스스로 찾아간다”는 에필로그의 고백은 현장에서 몸으로 배운 장인만이 할 수 있는 겸손한 성찰이다.
6. AI와 인간의 협업: 창작의 민주화를 선언하다
마지막으로, 이 책은 AI와의 공동 집필이라는 파격적인 형식을 띄고 있다. 저자들은 스스로를 작가이자 프로듀서, 설계자로 정의하며,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한 AI를 실험 파트너로 선택했다. 이는 단순히 효율의 문제가 아니라, 누구나 전문적인 지식의 바다 위에서 자신만의 우주를 증류할 수 있다는 ‘창작의 민주화’를 상징한다. 이들의 협업은 인간의 ‘왜(Why)’와 AI의 ‘어떻게(How)’가 결합된 형태다. 위스키 제조가 효모와 인간의 협업이듯, 이 책은 AI의 분석력과 인간의 철학적 비전이 협업하여 탄생한 결과물이다. 전문가가 아니어도 전문가 수준의 탐구가 가능한 AI 시대, 이 책은 혁신을 꿈꾸는 모든 도전자에게 영감을 준다.
결론: 당신만의 우주를 증류하고 싶은 이들을 위한 초대장
〈위스키에 질문하다〉는 단순한 술 이야기가 아니다. 그것은 전통 없는 곳에서 새로운 전통을 설계하려는 혁신가들의 투쟁기이며, 보이지 않는 감정을 액체의 언어로 번역하려는 예술가들의 시다.
“나는 너를 놀라게 하진 않을 거야. 대신, 너를 오래 붙잡을 거야.”
한국형 위스키가 지향하는 이 한 문장은 이 책 자체의 성격과도 닮아 있다. 화려한 수사로 독자를 압도하기보다, 정직한 데이터와 깊은 통찰로 읽는 이의 마음속에 오래도록 남는 질문을 던진다. 자신만의 향기를 증류하고 싶은 젊은 세대에게, 그리고 한국 술의 새로운 지평을 고민하는 애호가들에게 이 책은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길잡이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