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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 ISBN-13 : 9788937449543 |
|---|---|
| 쪽수 | 244쪽 |
| 크기 | B6(127mm X 188mm, 사륙판) |
| 제품구성 | 단행본 |
- 소설/에세이/시 > 외국소설
AI추천 이유
■ 이름이라는 연대기로 엮인 롄씨 일가의 삶과 홍콩의 찬란했던 시절
『기억을 지키다』는 광저우에서 홍콩으로 건너와 터전을 잡은 아버지 롄청과 어머니 쑹윈 부부, 그리고 슬하에 둔 열 명의 자식들이 살아낸 삶의 궤적을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다유, 샹펑, 싼둬, 쓰하이, 우메이, 류허, 치시, 바바오, 주제, 스샹에 이르는 자식들의 이름에는 쓰하이 스토어, 우메이 패션, 류허 잡화점 등 아버지 롄청이 홍콩에서 일구어 온 사업의 흔적이 고스란히 배어 있어 이름 자체가 곧 집안의 연대기이자 도시의 성장사를 대변한다. 가족이 늘어나는 동안 1965년의 뱅크런 사태, 스타페리 요금 인상 반대 시위, 1967년의 파업 등 홍콩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은 이들 일가의 역사와 격렬하게 공명한다. 작품은 반환 직전인 1996년, 스물두 살 막내딸 스샹의 시선을 통해 가족들의 행복했던 시절과 그 이면에 숨겨진 저마다의 상흔을 덤덤하고 온기 어린 필치로 거슬러 올라간다.
■ 파편화된 삶을 이어 붙이는 유대와 침범당하지 않는 기억의 영원성
『기억을 지키다』는 문학이 어떻게 한 시대의 상실을 추모하고 개인의 기억을 보존할 수 있는지 보여 주는 미학적 성취다. 어머니 쑹윈이 정신의 이상을 겪으며 가족사진을 버리고 일부 기억을 잃어버리는 모습은, 반환을 앞두고 정체성의 혼란과 존재론적 불안을 겪던 당대 홍콩인들의 실존적 상황을 예리하게 은유한다. 그러나 찬와이는 파편화되고 상처 입은 기억들이 가족과 공동체라는 유대를 통해 어떻게 다시 온전하게 완성될 수 있는지 추적한다. 쑹윈이 모든 슬픔과 원망을 기억해 내며 “둘이 함께 있어야만 비로소 온전한 기억이 만들어졌다.”라고 말하는 대목은, 아무리 무정한 시대의 격랑이 밀려오더라도 인간의 가슴 깊은 곳에 축적된 정체성만큼은 결코 시간의 폭력에 침범당하지 않는다는 강력한 선언이자 따뜻한 위로로 기능한다.
■ 가을바람과 이슬처럼 만난 인연, 상실의 끝에서 피어나는 사랑
찬와이는 격동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삶의 온기를 잃지 않으려 분투하는 평범한 인간들의 숭고한 정신에 주목한다. 소설 속 인물들은 불행한 결혼생활, 지워지지 않는 육체적 흉터, 타국으로의 유학이나 이민 등 저마다의 비극과 소외를 겪으면서도 서로를 붙잡아 주는 끈을 놓지 않는다. “쑹윈, 당신은 가을바람이고, 나는 이슬이야. 짧은 상봉이라고 해도 그 어떤 인연보다 귀해.”라는 고백처럼, 이들이 나누는 사랑과 연대는 거대한 역사 앞에서도 부서지지 않는 단단한 마음의 지표가 된다. 짝사랑과 이별의 아픔마저도 소중히 품어 안으며 마지막 순간 “기억은 사랑이다.”라는 호응으로 끝맺는 찬와이의 온기 가득한 서사는, 오늘날 소멸해 가는 것들을 기억하고자 하는 모든 독자에게 깊은 감동과 변치 않는 문학적 구원을 선사할 것이다.
■ 휘발되지 않는 기억의 향기, 그리고 홍콩
『기억을 지키다(拾香紀)』와 『기억을 태우다(焚香紀)』 연작을 하나로 묶어 주는 가장 핵심적인 매개체는 두 작품의 원제에 공통으로 쓰인 ‘향(香)’이라는 글자다. 이 향기는 단순한 후각적 자극을 넘어 20세기 가장 급격한 체제 변화를 겪어 낸 홍콩이라는 공간을 상징하는 지표이자, 세월의 격랑 속에서도 끝내 휘발되지 않는 인간 마음의 깊은 향기를 뜻한다. 찬와이는 고향에서 타향으로 삶의 터전과 궤적을 옮겨 가야만 했던 이들의 서사를 통해, 물리적인 공간은 변할지라도 그들이 공유하는 전통과 기억은 끊어지지 않고 이어진다는 사실을 가감 없이 증명해 보인다. 어둠과 혼돈의 시기 속에서 이 지워지지 않는 기억의 향기는 마치 희미하게 반짝이는 지시등처럼 기능하며, 시대의 소용돌이 속에서 길을 잃고 방황하는 이들을 다시금 영혼의 고향으로 이끄는 따뜻한 이정표가 되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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