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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 ISBN-13 : 9791191306958 |
|---|---|
| 쪽수 | 236쪽 |
| 크기 | 기타 규격 |
| 제품구성 | 단행본 |
- 예술 > 미술 > 미술작품집
AI추천 이유
어느 날, 기능이 멈춰버린 백남준의 비디오 작품 앞에 섰을 때 전혀 다른 느낌을 경험했다. 브라운관 기능이 소멸한 자리에는 이전처럼 이미지도 소리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 공허는 이상하게도 더 깊은 울림을 품고 있었다. 과잉으로 느껴졌던 신호들이 사라진 뒤에 남은 것은 혼돈이 가라앉은 자리의 고요였다. 그 고요는 단순한 소멸이 아니었다. 그것은 기존의 질서와 의미 체계를 해체한 뒤 비로소 드러나는 비어있음의 밀도였다. 순간, 모든 판단이 중지되는 경험을 마주했다. 나는 그 상태를 하나의 이름으로 붙잡고 싶었다. ‘홀리 보이드(Holy Void)’ - 본문 중에서
청솔가지 꺾어서 군불 때듯이 말이지, 그림 그리는 일만 해도 그렇게 내 속의 뭔가를 졸이는 일인 줄 몰라서 그랬겠나. 되잖게 글 쓴답시고 청승 떠는 벗들 길동무해 주려고 그대가 문장을 붙들고 세월을 잊을 때, 가을이며 겨울이 저 홀로 깊어졌듯이, 스스로 작정한 걸 잊지 않고 기어이 걷고 걸어서 봄은 도착했구나. 눈부시게 꽃 피었다, 친구여! 짧은 봄이 무정하다고는 해도 술잔에 술 남아 있으면 쉬이 떨치고 일어서진 못하리니. 해 지기 기다리지 말고 한잔해야 옳겠네. 붓 잠시 내려놓고, 돋보기 벗어 밀쳐 두고, 물감 번지듯이 흐릿한 눈으로 먼 산빛 한번씩 바라보면서. 괄목상대 (刮目相對), 일가(一家), 그런 옛말을 새삼 음미하면서. - 류정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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