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차]
문을 열며 어느 날 소년이 내게 말을 걸었다 ………………………… 2
이 책 사용법 ………………………………………………… 4
제1장 내가 나에게로 돌아가는 길 ……………………………… 9
내가 나에게로 돌아가는 길 ………………………………… 10
포장이라는 이름의 갑옷 …………………………………… 14
계산 없는 순수한 눈길 ……………………………………… 17
증명하지 않아도 빛나는 것들……………………………… 20
별을 세수시키는 마음 ……………………………………… 24
내 안의 바오바브나무를 거두며…………………………… 28
제2장 슬픔을 건너는 다섯 자리…………………………………… 31
슬픔의 곁에 의자를 놓는 일 ……………………………… 32
가시 돋친 말 속에 살던 지독한 사랑……………………… 36
그 지루하고도 고귀한 예의 ………………………………… 39
서로가 누릴 하늘을 넓히는 일 …………………………… 42
사랑에 다정한 쉼표를 찍는 법 …………………………… 45
제3장 책임이라는 이름의 용기 …………………………………… 49
나를 설득하는 힘 …………………………………………… 50
나를 재판할 수 있는 자격 ………………………………… 53
있는 그대로 나를 마주하는 용기 ………………………… 56
부끄러움을 마시는 사람 …………………………………… 60
별을 세는 대신 하루를 품는 사람 ………………………… 63
누군가의 밤을 지켜주는 숭고함…………………………… 66
멈추는 법을 배우는 시간 …………………………………… 70
기록되지 않는 것들, 덧없음이 남긴 선물………………… 74
제4장 길들인다는 것의 무게 ……………………………………… 77
군중이라는 사막, 단 한 사람이라는 지도………………… 78
사막 한복판에서 마주한 생과 사 ………………………… 81
머무는 용기, 뿌리내리는 삶 ……………………………… 84
메아리를 넘어, 당신이라는 숲으로 ……………………… 87
수만 송이 속에서, 내 장미를 찾는 법 …………………… 90
길들여진다는 것……………………………………………… 93
가장 고요하고도 깊은 동행 ………………………………… 96
제5장 떠난 후에도 남는 것들 …………………………………… 99
기차에서 내려 나만의 리듬으로 ……………………… 100
목마름이라는 신의 초대장 ……………………………… 103
사막을 건너 발견한 마음의 우물 ………………………… 106
마르지 않는 지혜 …………………………………………… 109
돌아갈 이유를 지켜주는 일 ………………………………… 112
이별 이후의 만남 …………………………………………… 114
혼자가 아닌 존재 …………………………………………… 117
별을 품고 걷는 인생 오후 ………………………………… 120
제6장 길 위에서 만난 소년………………………………………… 123
문장이 나를 이끄는 곳으로 ………………………………… 124
다운트 북스, 햇살 속에 펼쳐진 지도……………………… 126
노팅힐 서점, 인연이라는 이름의 명품 …………………… 130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 진실과 마주하다 ……………… 134
소년은 사라지지 않았다 …………………………………… 138
길 위에서 배운 자유의 무게 ……………………………… 141
머물기 위해 쓰는 사람 ……………………………………… 144
질문 앞에 서다 ……………………………………………… 148
마치며 인생의 어느 오후, 소년이 건네는 인사…………………… 152
[본 문]
나는 오랫동안 타인의 여정을 상담해 왔다. 나아갈 방향을 일러주고, 이력서라는 한정된 틀 안에서 가장 알맞은 자리를 찾아주는 일. 그것이 내 몫이라 여기며 30년 가까운 세월을 보냈다. 나는 그들이 품었을 가능성보다 종이 위에 적힌 이력을 먼저 읽는 사람이었다. 그렇게 타인의 지도를 그리며 살다 보니 어느 순간, 정작 나 자신이 어디에 서 있는지 알 수 없게 되었다.
고요한 새벽, 바람마저 잠든 시간. 나는 어둠 속에서 고독을 껴안은 채 앉아 있었다. 침묵과 어둠이 뒤섞여 어디가 끝인지 알 수 없었다. 들리는 소리는 오직 내 숨소리뿐이었다. 어둠 속으로 서서히 빛이 스며들 무렵, 작지만 또렷한 목소리가 정적을 깨웠다.
“저…, 그림 하나만 그려줘.”
(p.10 중에서)
깨달음 한 줄
사랑은 몰라서 상처 주는 것이 아니라, 너무 사랑해서 오해가 깊어지는 일이었다.
나를 길들인 문장 하나
소 년 : 우리는 서로의 마음을 제대로 말하지 못했을 뿐이야.
나의 문장 : 나는 언제나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가장 잔인했다.
당신의 문장 :
(p.38 중에서)
있는 그대로 나를 마주하는 용기
두 번째 별에 닿자마자, 한 남자가 기다렸다는 듯 우리를 향해 소리쳤다.
“드디어 나를 칭송할 사람이 오는구나.”
허영쟁이였다. 소년은 당황했다. 이토록 자신을 반겨 주다니. 하지만 기쁨도 잠시, 이 별의 주인은 소년을 한 사람의 인격체로 대하는 게 아니라, 그저 제 잘난 맛을 증명해 줄 관객으로 여길 뿐이었다.
“자, 나에게 손뼉을 쳐 보게. 그래야 내가 이 멋진 모자를 벗어 인사할 수 있지.”
소년이 박수를 치자 그는 어깨를 으쓱하며 우스꽝스럽게 고개를 숙였다. 한 번으로는 성에 차지 않는 듯했다.
“이번에는 더 크게! 내 위대함은 박수 소리가 커질수록 더욱 빛나니까.”
소년의 눈에 비친 허영쟁이는 제 화려함이 타인의 눈동자에 투영되기를 갈망하는 가련한 존재였다. 나도 그런 시절이 있었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보다 ‘나는 괜찮은 사람으로 보이고 있는가’를 더 많이 묻던 시절. 그 기억 끝에 직업상담실에서 만났던 30대 초반의 구직자가 떠올랐다. 면접을 앞둔 그녀가 내게 물었다.
“선생님, 저… 괜찮아 보여요?”
그 질문 속에는 능력보다 어떻게 보이는지에 대한 불안이 가득했다.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냐고 묻자, 그저 면접관이 좋아할 만한 사람으로 비치길 원한다고 했다. 그날 나는 그녀에게 조용히 말을 건넸다.
“남에게 어떻게 보이느냐보다 더 중요한 건, 자신에게 당당해지는 거예요.”
(p.56 중에서)
울고 있는 소년의 모습은 지난 세월 어디쯤에서 방황하던 내 자화상이었다. 모든 불행은 남이 세운 잣대를 내 삶에 들이대는 순간 시작된다. 비교의 함정에 발을 들이는 순간, 내 손에 쥔 것은 한없이 작아지고, 남의 손에 든 것만 자꾸 커 보인다.
생의 가을 한복판에 이르러서야 담담해졌다. 내가 견주어야 할 사람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 남은 시간을 더는 남의 정원을 흘끔거리며 사는 어리석음에 내주고 싶지 않다.
귀퉁이가 닳고 손때 묻은 낡은 사진첩을 꺼내 본다. 사진 속 찰나들이 모여, 내 인생이라는 정원에 단 하나뿐인 장미를 피워내고 있었다. 이제 나는 세상 앞에서 당당히 말할 수 있다.
‘나는 더 이상 누구와도 견주지 않습니다. 나, 자신만으로 충분합니다.’
나는 풀밭에 엎드려 울고 있는 소년의 작은 손을 가만히 잡았다. 이번에는 내가, 그를 이끌 차례였다.
“자, 이제 여우를 만나러 가자. 그곳에 네 장미가 왜 특별한지 알려줄 비밀이 있단다.”
비교를 내려놓은 자리, 그곳에서 나의 장미는 가장 붉게 피어났다.
(p.91 중에서)
소년의 목소리가 떨렸다. 나를 아프게 하지 않으려 끝까지 다정함을 잃지 않는 마지막 배려였다. 하지만 나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여기에 있을 거야. 끝까지 네 곁을 지킬게.”
소년은 가만히 눈을 감고 고개를 떨궜다. 우리는 한동안 적막 속에 잠겨 있었다. 나는 그의 곁에 앉아, 오래된 다짐 하나를 되새겼다. 사랑이란 결국 보내 주는 일임을. 그가 돌아갈 길을 기꺼이 응원해 주는 일임을. 나는 그가 무사히 제 별로, 기다리고 있을 장미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마음으로 쥐고 있던 손을 천천히 놓아 주어야 했다.
소년은 모래 위에 조용히 무릎을 꿇었다. 창백한 달그림자가 작은 어깨를 감싸 안았다. 그 뒷모습은 온 우주를 향해 올리는 기도처럼 보였다. 가장 깊은 작별은 예고 없이 다가오고, 가장 깊은 사랑은 아무 말 없이 남겨지는 법이었다.
(p.114 중에서)
처음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과거로 되돌아가는 일이 아니다. 더 깊어진 마음으로 같은 것을 다시 마주하는 일이다.
열한 살 때, 나는《어린 왕자》를 동화로 읽었다. 예순의 나는 그것을 질문으로 읽는다.
소년은 여전히 답을 주지 않는다. 대신 그는 묻는다.
나는 무엇을 소중히 여기고 있는가.
나는 누구에게 책임을 다하고 있는가.
나는 지금, 내 삶을 온전히 살아가고 있는가.
여행은 끝났지만, 질문은 남았다. 런던의 서점에서도, 파리의 골목에서도 내가 찾은 것은 새로운 풍경이 아니라 오래 미뤄 두었던 물음이었다. 소년이 찾던 우물은 멀리 있지 않았다. 그것은 늘 내 안에 있었다.
이 책을 덮는 순간, 당신에게도 한 가지 질문이 남기를 바란다. 답을 서둘러 정리하려 하지 말고, 그 질문과 함께 하루를 살아가 보기를. 우리는 모두 삶의 어느 오후에 다시 묻게 된다.
지금 나는, 어떻게 살아낼 수 있는가.
(p.152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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