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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 ISBN-13 : 9791199801271 |
|---|---|
| 쪽수 | 436쪽 |
| 크기 | A5(148mm X 210mm, 국판) |
| 제품구성 | 단행본 |
- 소설/에세이/시 > 수필
AI추천 이유

문학이 일상에 도움이 된다는 증거
하루를 무사히 건너게 하는 시인의 고마운 인사
여느 날과 다름없이 버스를 타고 출근해 화분에 물을 주고, 장마 우산을 챙기고, 낙엽을 쓸고, 눈길을 걱정하며 일 년을 보내는 일을 열 번쯤 반복한 사람들의 마음을 유희경 시인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매일을 다독여주는 그의 출근 인사 덕분에 우리는 일과를 마치고 하루의 끝에 무사히 닿을 수 있었다. 근사한 밤이 오면 안도하는 마음으로 하루를 정리하고 내일의 출근을 더욱 소중히 여기기도 하면서. 어떤 날에는 출근 인사의 잔상과 더불어 하루 중에 문학적인 장면을 발견하기도 했을 것이다. 출근하면 내게 가장 먼저 인사를 건네는 사람, 유희경 시인은 심상한 우리의 일상에 작은 활력을 불어넣어주며 오늘을, 내일을, 그렇게 일 년을, 십 년을 우리와 함께 걸어왔다. 유희경 시인은 출근을 위해서 “인사가 필요했다”고 말한다. 서점지기로 살기 위해 “나의 언어로 솔직한 태도로 최선을 다해서, 당신에게 인사해야 할 필요가 생긴 것이다.”(8면) 그리고 그는 문학의 효용을 증명하듯 가장 문학적인 인사를 독자에게 건넸고, 출근 인사의 문장이 쌓일수록 그에 화답하는 독자도 늘어갔다.
당신에게 인사를 전하기 위해서 나는 출근을 사랑하게 되었다. 본말이 전도된 듯하지만, 결론은 다르지 않다. 사랑이다. 출근을 향한 나의 사랑은, 매일 아침 집의 현관문을 여는 순간 시작된다. 그날의 기온, 습도, 구름의 모양을 살피거나 버스정류장에 서서 보고 듣는 것을 세심하게 대하는 일도 사랑이다. 버스 차창으로 펼쳐지는 모든 우연의 풍경은 어떠한가. 이 역시 나에겐 사랑이다..(8면)
시집서점의 10년, 한국문학의 고마움이자 자랑
유희경 시인이 건네는 인사는 “한자리에서 몇 해를 보내고 있는 사람의 보람”(325면)을 넘어 “모든 것을 사랑할 줄 알아야” 하는 “기록자의 자리”(166면)에서 소명처럼 쓰인 책임과 애정의 산물이기도 하다. 올여름 10주년을 맞는 그의 ‘출근’을 돌아보면 한국문학의 지난 10년간의 장면도 함께 겹쳐진다는 사실은 꽤 의미심장하다. 시집서점을 이끄는 그가 그간 얼마나 많은 시인을 격려하고 독자들을 위로했는지 한국문학을 아끼는 사람들이라면 이미 충분히 알고 있다. 그는 시를 쓰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기회를 열어주고, 시집을 펴낸 시인들을 축하해주고, 목소리가 필요한 작가들에게 공간을 내어주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책장을 정리하고 독자들에게 가만가만 말을 건네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생일 초에 불을 붙이듯 하나씩 하나씩”(349면) 정성스럽게 시의 자리를 기념하고 독자들을 맞이했다.
출근하기 위해선 인사가 필요했다!
절실한 마음으로 하루도 빠짐없이 수행한 나와의 약속
“나에게 재주가 있다면 그것은 기다리는 것. 나는 정말 잘 기다립니다.” 혹은 “그것이 나의 기다림”(414면)이며 “기다림을 좋아”(366면)한다고 그는 말하지만 사실 그런 시간이 버겁거나 외로웠을지도 모른다. 손이 적은 날이면 독자들이 시집을, 책을 멀리하고, 어느 날 서점이 사라져버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엄습하기도 했을 것이다. 그런 때일수록 그는 더더욱 서점의 루틴을 지키고 독자들에게 출근 인사를 써내려갔다. 그것은 어떤 간절함이기도, 스스로를 다잡기 위한 다짐이기도, 다만 여기에 그가 일군 시집서점의 “모든 것이, 다시 말해 ‘우리’가 있었음을, 있음을 간신히 기어코 증거하려는 노력”(9면)이기도 했을 것이다. 그리하여 그는 오늘도 출근하면 출근 인사를 쓴다. 막 출근하셨나요? 인사를 건넵니다. 이 자리에 가장 오래 있을 당신을, 그리고 나 자신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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